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이하 시흥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대모잠자리 성충 (사진 환경보전교육센터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마치 바다거북 등갑을 날개에 옮겨놓은 듯한 잠자리가 있다. 바로 '대모잠자리'가 그 주인공이다.

대모잠자리 이름에 있는 대모(玳瑁)는 거북목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동물을 일컫는다. 양 날개에 있는 짙은 흑갈색 반점이 대모거북 등갑 무늬와 닮아 이 같은 이름을 갖게 됐다. 

이름처럼 운명도 따라가게 된 걸까. 아름다운 등갑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대모거북처럼, 대모잠자리 역시 멸종의 벼랑 끝에 놓여있다.

대모잠자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으로 등재돼 있을 만큼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사진 환경보전교육센터 제공)/뉴스펭귄
(사진 환경보전교육센터 제공)/뉴스펭귄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북한에만 분포하는 대모잠자리는 국내에는 주로 서해안을 따라 서식한다. 수생식물이 많은 연못이나 저지대 습지에서 사는데 특히 퇴적물이 많아 유기질이 풍부한 곳을 좋아한다.

인간들은 대모잠자리 터전을 지켜주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곳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개발 사업과 하천 정비 사업은 대모잠자리가 사는 습지 일대를 파괴했다. 

갈대와 부들, 연꽃으로 가득했던 대모잠자리 서식지가 훼손되자 대모잠자리 개체수는 자연스레 함께 줄었다. 그 수는 지금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개발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환경보전교육센터 제공)/뉴스펭귄
(사진 환경보전교육센터 제공)/뉴스펭귄

환경보전교육센터 이용성 소장은 지역 활동가들이 직접 촬영한 멸종위기 대모잠자리 사진을 29일 뉴스펭귄에 다수 제공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환경보전교육센터는 지난해 5~6월 생태환경 모니터링 과정에서 대모잠자리를 발견하고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함께 조사에 참여했다.

대모잠자리가 출현한 지역은 시흥갯골로 유입되는 하천 유역(기수역) 및 시흥갯골 내갯골(담수)이다. 성충과 유충이 모두 나타나, 이 지역 하천 일대가 대모잠자리 서식에 얼마나 중요한지 방증했다. 

이 소장은 "시흥시 담당부서는 대모잠자리의 주요 서식지 파악 및 보전방안을 하루 빨리 세워야 한다"라며 "아이들의 잠자리채에 멸종위기종인 대모잠자리가 잡히지 않도록, 해당 지역에서 포획이나 채집 등 금지행위를 단속하는 조치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많은 시민이 방문하고 그만큼 잠자리채를 든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모잠자리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사진 환경보전교육센터 제공)/뉴스펭귄

이 소장에 따르면 시흥시에서는 대모잠자리뿐만 아니라 저어새, 금개구리, 맹꽁이, 검은머리물떼새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대모잠자리가 나타난 시흥시 보통천 및 시흥갯골 기수역 일원은 환경보전교육센터가 지난 2017년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인 맹꽁이 올챙이를 발견한 곳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경기도 보호종인 버들붕어와 한국산개구리, 환경부 지정 포획금지종인 두꺼비도 쉽게 발견돼 이들 서식처 보전에 대한 시민들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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