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삼나무말은 국내 서식하는 해조류 중 유일한 멸종위기종이다. 강원도 삼척시, 동해시, 강릉시, 양양군, 속초시, 고성군 해안에만 서식한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생물이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도 삼나무말이라는 명칭을 처음 들어봤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뚜렷한 보호 조치도 없는 상황이다. 국내 유일 멸종위기 해조류 삼나무말을 잊지 않아야 할 이유다.
삼나무말은 육지에 서식하는 식물 삼나무 잎이 뻗어나가는 모양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삼나무말은 갈조식물 개모자반과에 속하며 길이 40㎝~50㎝ 원기둥 형태를 지닌 갈조류다. 번식기인 5월~8월이 되면 꽃의 꽃받침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황금색 생식기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2019년 8월 해양수산부는 삼나무말을 '8월의 해양생물'로 선정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삼나무말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과 환경오염, 해조류를 갉아먹는 성게의 이상증식 등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우리 바다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당시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삼나무말은 해조류 중 유일하게 지정된 해양보호생물로 보호가치가 매우 크다"며, "특히 5월~8월은 삼나무말의 번식기인 만큼 수중 레저 활동자 등을 대상으로 홍보를 실시하고, 서식지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펭귄이 15일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문의한 결과 삼나무말 개별 종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책적 조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경우 해조류에 대한 연구 자원은 아예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해양보호생물의 경우 허가 없이 채취하거나 유통한 사람은 당국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는 원칙을 안내했다.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2020년 연근해생태계 조사연보'를 살펴봐도 삼나무말에 대한 조사는 일절 없다. 이는 현재 해조류가 평가 항목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를 수행한 해양환경공단, 안양대학교 산학협력단, 지오시스템리서치, 마린액트 등은 대형 해조류, 해조류가 모인 해조숲 등을 해양생태등급 평가항목에 신규로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2019년 8월 이후 삼나무말을 언급한 적이 없고, 삼나무말을 비롯한 해양생물의 생태 정보를 담은 바다생태정보나라는 사이트 자체가 사라졌다.
삼나무말은 일반 시민들에게 낯선 멸종위기종이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삼나무말이 이대로 정책적 관점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잊혀진다면 심각한 기후위기가 찾아왔을 때 별다른 조치 없이 사라질 확률이 높다. 실제 호주에서는 산호가 죽어간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고, 거대 산호초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 내 산호 개체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기온 상승에 의해 1995년에 비해 현재 50% 이상 감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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