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㉕] 토종 명견 '제주개'를 아시나요? 

  • 이후림 기자
  • 2021.10.25 09:00
제주견 (사진 '제주견연구회' 블로그)/뉴스펭귄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우리나라 '토종견'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견종들이 있다.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 등이 그 주인공이다. 포유류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화된 개는 용맹하고 충성심이 강해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견'이 됐다.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처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무려 3000년 전부터 제주에 정착해 선조들과 동고동락했던 우리나라 토종견이자 멸종위기에 처한 개가 있다. 이름도 심플한 '제주개'다.

제주개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3000년 전 중국에서 건너와 제주에 정착, 현지 특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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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과 함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모피와 식용으로 희생된 탓에 대부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후 잡종 교배가 잦아지면서 순수 혈통 제주개를 찾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빗자루처럼 꼿꼿하면서 뭉툭한 장대 꼬리와 넓은 이마, 작은 머리, 여우 입술, 뾰족한 귀를 가진 제주개는 흔한 개 외형보다는 늑대나 여우 생김새에 보다 가까운 모습을 가졌다.

매우 온순한 성격이나 행동이 민첩하고 청각, 후각, 시각이 뛰어나 오소리, 꿩 등 야생동물 사냥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

체중 13~17kg, 체고 45~46cm, 체장 50~56cm 정도로 소형이지만 한라산 산간지대에 서식하면서 본래 사냥에 적합한 사냥개로 선조들과 함께했다.

한국동물자원과학회지에 실린 제주대학교 양영훈 교수진 논문에 따르면 제주개 모계 쪽으로 유전하는 미토콘드리아 DNA가 시베리아 호랑이에 대적할 정도로 용맹한 풍산개, 러시아 라이카 등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 제주개가 이렇듯 영리하고 용맹한 이유다.

제주견 (사진 '제주견연구회' 블로그)/뉴스펭귄

멸종위기에 놓인 토종견 제주개를 과거 축산진흥원 측이 추첨을 통해 분양 및 매각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다.

2017년 축산진흥원은 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 20마리를 1마리 당 5만 원에, 노령견과 다리를 저는 등 장애가 있는 개들은 3만 원에 각각 매각한다고 밝혀 문제가 됐다.

당시 동물단체 등은 장애유무에 따라 가격이 책정될 뿐 아니라 추첨으로 이뤄지는 분양 방식이 상업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축산진흥원은 제주개 천연기념물 지정 전까지 분양계획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제주개 천연기념물 지정 소식 등은 공식적으로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분양 논란 이후 우리나라 토종견 제주개 관리는 어디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제주견 (사진 '제주견연구회' 블로그)/뉴스펭귄

제주개를 관리하는 유일한 공식 국내기관은 제주축산진흥원이다. 제주축산진흥원은 20일 뉴스펭귄에 기관 내 제주개 69마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등재 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천연기념물 등재 기본 요건인 '고증(예전에 있던 사물 시대, 가치, 내용 등을 옛 문헌이나 물건에 기초해 증거를 세워 이론적으로 밝히는 일)' 자료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개 원형 모델이 없어 천연기념물 등재 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는 것. 따라서 축산진흥원은 현재 계통 유지를 위한 최소 번식만을 추진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등재가 잠시 중단됐더라도 제주개 보존 가치를 최우선으로 꼽으며 본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에 한 해, 개체 보전에 힘쓰고 있는 명인도 있다. 

사냥 중인 제주견 (사진 '제주견연구회' 블로그)/뉴스펭귄

군산교도소 교관이면서 '제주견연구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배기환 씨는 블로그, 카페 활동 등을 통해 제주견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배 회장은 제주개가 아닌 제주견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군산 발령과 함께 기르던 제주견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배 회장은 두고 온 제주견 생각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5일 뉴스펭귄에 "지금은 아내가 두고 온 제주견 20마리를 관리하는 중"이라면서 "제주견은 사실상 멸종"이라고 못박았다.

배 회장은 축산진흥원이 관리하는 '제주개'와 자신이 보전하고 있는 '제주견'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축산진흥원이 관리하는 제주개는 엄밀히 말하자면 순수 토종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제주견은 이들 부부가 관리하는 20마리가 전부다. 이마저 3년 후에는 10마리로 줄어들 전망이다. 보전 중인 개체들 나이가 많을 뿐 아니라 이들 번식이 법적으로 금지됐기 때문이다. 

제주견 (사진 '제주견연구회' 배기환 회장 제공)/뉴스펭귄
제주견 (사진 '제주견연구회' 배기환 회장 제공)/뉴스펭귄

배 회장에 따르면 제주견은 사냥개로 특화된 종이며 사냥을 하지 않으면 본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애완견이 아닌 사냥견으로 길러져야한다. 때문에 이들이 본성을 잃지 않고 보전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제주견이 유해조수에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배 회장은 "일반 사냥견이 '전투기'라고 한다면 제주견은 '전폭기'"라며 "이들 사냥 전법은 매우 독특하다. 늑대와 승냥이 그 중간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제주견 학술적 가치는 무려 26억이다. 이러한 능력을 가진 토종 가축은 제주견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제주견 멸종은 확실시된다"면서 "제주견 번식 등 후배들에게 전수하려고도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좋지 않다. 문화는 사고 파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구상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제주개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뿐 아니라 적극적인 국가 차원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선조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우리 땅을 지켜온 한 개체가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천연기념물 등재 중단, 분양 중단, 최소 번식 등 국민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제주개 보전이 시급한 때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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