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㉑] 한국 산지서 사라지면 멸종하는 '금강초롱꽃'

  • 임병선 기자
  • 2021.09.21 00:00
금강초롱꽃 (사진 국립수목원 손성원 연구사)/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금강초롱꽃은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꽃으로 국내에서는 흔하게 찾을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식물이다. 

금강초롱꽃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식물로, 다른 초롱꽃과에 비해 조금 늦은 8월~9월에 가장 큰 초롱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꽃은 보라색이고 꽃잎이 열리는 부분이 마치 드레스처럼 갈라진 종 모양이다. 날씨 변화에 민감한 편으로 해외에서는 '다이아몬드 블루벨(Diamond Bluebell)'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드물게 흰색으로 자라는 개체는 흰금강초롱꽃이라는 아종으로 별도 분류된다.

(사진 현진오 -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국립수목원 손성원 연구사는 "금강초롱꽃은 전 세계적으로 한반도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라며 "한반도 중부 지역 중심으로 대부분 강원도, 강원도에 접한 경기도와 충청남도 일부 지역에 서식한다"고 뉴스펭귄에 16일 말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금강초롱꽃은 국제적으로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취급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됐다. 반면 국내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금강초롱꽃 개체수가 안정적인 편으로 보고 보전이 시급한 종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금강초롱꽃은 IUCN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뉴스펭귄

국내외 멸종위기 등급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 국가생물 적색자료집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생물자원관 이소희 박사는 금강초롱꽃이 국지적 관점에서 보면 당장 보전이 시급한 종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전 세계적 관점으로 봤을 때 한반도가 매우 협소한 서식지로 구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라니가 국내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고, 심지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지만 IUCN 적색목록에는 멸종위기 단계인 '취약(VU, Vulnerable)종'으로 분류된 것과 비슷하다. 

국립수목원은 금강초롱꽃을 희귀식물, 기후위기에 민감한 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손 연구사 설명에 따르면 금강초롱꽃은 중부 지역 높은 산 위주로 분포한다. 그는 "현재 관찰되는 생육지는 한반도 내 같은 위도에 비해 연평균 19.8℃도로 서늘하고 평균 연강수량 1330mm 정도로 강수량이 많으며, 973m 이상 고지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금강초롱꽃은 경기도 양평군과 가평군에 걸친 유명산,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에 걸친 화악산,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명지산, 강원도 원주시·영월군에 있는 치악산, 강원도 강릉시·홍천군·평창군에 걸친 오대산, 강원도 속초시·양양군에 있는 설악산 등에 군락지가 퍼져 있다. 북한 지역으로는 강원도 금강산과 두류산, 설봉, 명이덕산 등에 분포한다.

(사진 Biodiversity Heritage Library)/뉴스펭귄

서식지가 한정적이라 기후위기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종 생존에 기후위기가 미칠 영향은 가늠할 수 없는 단계다.

손 연구사는 "기후변화가 금강초롱꽃 개체군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특히 초본류 같은 경우는 생육지의 미세환경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측하기에는 더욱더 복잡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금강초롱꽃의 개체군 영향 예측에 관한 논문은 없다"고 밝혔다.

금강초롱꽃은 국내에서 멸종하면 지구에서 사라지는 종이다. 손 연구사는 멸종 위협 우려에 대해 "다만 현재 금강초롱꽃 생육지는 모두 산림이기 때문에, (사람의) 등산로 정비 등 산림 이용에 따른 일부 개체군 감소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사진 peganum - flickr)/뉴스펭귄

예쁜 꽃이 멸종 위협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손성원 연구사는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보호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오히려 자생지에서 희귀·멸종위기 식물을 찾아가 관찰하고 사진을 찍으려는 행동 등 지나친 관심이 금강초롱꽃 생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이 자생지에서 안정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강초롱꽃은 한국에서만 자생하지만 '하나부사야 아시아티카(Hanabusaya asiatica)'라는 일본식 학명이 붙었다. 이는 초대 조선 공사를 지낸 일본 제국 외교관 하나부사 요시모토(花房義質)를 기리기 위한 이름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지원으로 한반도 식물을 연구하던 일본 식물분류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이 학계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