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어느새 눈코 뜰 새 없는 한 해가 지나고 2021년 끝자락 크리스마스도 끝났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쯤 미리 꺼내놓는 트리는 로맨틱한 연말 분위기에 크게 일조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플라스틱 트리를 사용하지만 독일, 영국 등 유럽과 북미에서는 플라스틱 트리보다 실제 나무로 만든 트리를 선호한다.
보다 친환경적인 옵션을 선택하는 '지속가능한 소비'가 관심을 끌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진짜 나무를 사용해 만든 트리가 플라스틱 트리보다 지속가능하다는 다수 연구결과 때문이다. 구글 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지속가능한 크리스마스트리' 검색 횟수가 무려 233% 증가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진짜 '크리스마스 나무'지만 익숙하지 않을 뿐 국내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트리로 사용할 실제 나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최근 배우 정혜영 씨는 SNS에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할 나무를 찾기 위해 직접 농장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트리로는 주로 어떤 나무가 사용될까?
역사적으로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나무는 상록교목 '전나무'다. 그리고 둘째가라면 서러운 것이 대한민국 특산종 '구상나무'다. 정 씨가 구매한 트리 역시 바로 이 구상나무다.
크리스마스트리와 대한민국 특산종은 좀체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일 수 있으나 국내에만 서식하는 구상나무 품종이 전 세계에서 트리로 애용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있는 수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도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라고 표기돼 있다. 다만 야생에서 자생하는 개체가 아닌 품종으로 개발돼 트리로 쓰이는 구상나무 묘목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다.
구상나무는 1907년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 신부 포리(Faurie)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이후 해당 정보를 식물학자 어니스트 H.윌슨(Wilson) 박사가 입수했고 1920년 신종으로 학계에 보고하면서 구상나무 존재가 처음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임효인 연구사는 "구상나무로부터 개발된 품종은 전 세계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당연히 국내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자생지에 있는 개체를 훼손하는 건 당연히 불법이지만 민간 조경용, 전시용, 정원수 등 개량품종은 쉽게 구매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상나무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랑받는 이유는 특유의 외형적 특징에 있다.
임 연구사는 "트리로 활용되려면 무엇보다 보기 좋아야 하는데 모양이 예쁘다"며 "삼각형 피라미드 모양으로 나무 자체 모양이 예쁘고, 짧고 뭉툭한 잎이 성기지 않게 오밀조밀 밀집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발 1000m 이상 아고산 지역에만 사는 나무라 느리게 자라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한 듯 보인다"면서 "나무 수형이 작고 예쁜 데다 조밀해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는 누가 봐도 딱 알맞다. 한국을 대표할 만큼 예쁜 나무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개체"라고 덧붙였다.
국내 구상나무 대표집단은 한라산, 덕유산, 지리산 3곳에 위치해있다. 그 외 6개 작은 집단들이 제한적으로 분포해있지만 해발 1000m 이상 아고산 지역에서만 자라는 고산수종 특성에 따라 해당 조건에 만족하는 소수 지역에만 대규모 집단으로 존재한다. 국내에서 비교적 고도가 높고 면적이 큰 지리산, 한라산, 덕유산에서 주로 분포하는 이유다.
산림청에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구상나무 전국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리산 구상나무가 160만 7000본으로 가장 많았고 한라산(97만 7000본)과 덕유산(6만 7000본)이 그 뒤를 이었다.
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 종으로도 지정된 멸종위기 구상나무가 다방면 보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상기후와 심각한 해충 피해로 결실량이 급감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임 연구사는 구상나무 결실량 급감은 아직까지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전했다. 임 연구사는 "구체적인 결실주기 연구결과는 아직 없으나 구상나무과 혈연관계에 있는 나무 종 결실주기는 5년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전나무속은 대부분 3~4년 주기로 열매를 맺는다. 구상나무도 대략 5년 정도의 결실주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활력 있는 종자들이 줄었다는 사실은 우려할만하다. 임 연구사는 "열매 수가 갑자기 준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솔방울이 아무리 많이 맺혀도 건전한 종자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종자 상태가 불량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임 연구사는 종자 상태가 좋지 않은 원인으로 2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는 해충 피해가 늘어난 탓이고 둘째는 기후위기다. 추운 날씨에 특화된 구상나무가 점점 따뜻해지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구체적으로는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변화가 꽃가루받이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임 연구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구상나무를 기후위기 등 환경변화로부터 보존하기 위해 산림청과 환경부가 합심해 노력하고 있다"며 "산림청에서는 2016년도부터 보존 대책을 수립해 구체적 정책을 마련했고 환경부 산하 생태원에서도 구상나무 자생지 조사 등 주도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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