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⑰] 서울 도심 속 남산공원에 사는 '멸종위기 쌍꼬리부전나비'

  • 남주원 기자
  • 2021.08.15 00:05
2020년 6월 25일 남산에서 촬영한 쌍꼬리부전나비 (사진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김지석 공원여가과장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서울 남산공원에 터를 잡은 멸종위기 나비가 있다. 이름은 '쌍꼬리부전나비', 뒷날개에 꼬리모양 돌기가 두 개 있어 이 같은 이름을 갖게 됐다.

쌍꼬리부전나비는 꼬리모양 돌기가 마치 더듬이처럼 보여 천적을 헷갈리게 만든다. 얼핏 보면 뒷날개 부분을 머리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꼬리 쪽으로 공격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2019년 6월 25일 남산에서 촬영한 쌍꼬리부전나비 (사진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김지석 공원여가과장 제공)/뉴스펭귄
남산에서 촬영한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 (사진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김지석 공원여가과장 제공)/뉴스펭귄

이 나비는 매력적인 생김새 만큼이나 독특한 성장과정을 거친다. 애벌레 시기에 개미와 공생하는 것. 쌍꼬리부전나비 애벌레는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또는 마쓰무라밑드리개미)라는 공생 개미와 서로 도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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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는 국가생물종목록에 '마쓰무라밑드리개미'라는 국명으로 명시돼 있다. 일반명에 쓰인 '꼬리치레'는 꼬리를 치켜 세운다는 뜻의 순우리말인데, 국명의 원칙을 따르자면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 대신 마쓰무라밑드리개미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편집자 주-) 

쌍꼬리부전나비 암컷은 6월 중순~7월 초 오래된 소나무와 벚나무 등 고목에 알을 낳는데, 이 고목에는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가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고목 안에 있는 개미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살아간다. 개미들은 애벌레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천적으로부터 보호한다. 반대로 애벌레는 배마디에서 나오는 단물을 개미에게 제공한다.

쌍꼬리부전나비 애벌레는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 집에서 겨울까지 지내다가 그 안에 번데기방을 만들고 번데기가 된다. 

남산에서 촬영한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 (사진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김지석 공원여가과장 제공)/뉴스펭귄
남산에서 촬영한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 (사진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김지석 공원여가과장 제공)/뉴스펭귄

쌍꼬리부전나비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등재돼 있다. 이 나비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은 서식지 파괴, 까다로운 번식 생태 조건, 남획 등이다.  

이들은 주로 도심 주변 낮은 산지의 소나무 숲을 중심으로 서식하는데, 도시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멸종의 벼랑 끝에 놓였다.

또한 쌍꼬리부전나비가 서식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소나무와 벚나무 등 고목, 공생 개미인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 개망초 같은 먹이식물 등 여러가지 조건이 딱 맞아야 한다.

게다가 특이한 생김새로 인한 남획도 이들 생존을 위협한다.

서울 도심 속 자리한 남산공원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쌍꼬리부전나비는 우리나라 중부 이북 지역인 서울·경기에서 주로 분포한다. 성충은 6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 1년에 한 번 출현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남산공원 일대에서 멸종위기 쌍꼬리부전나비 서식을 확인한 바 있다. 2006년 남산에서 쌍꼬리부전나비가 처음 관찰된 이후 여전히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뉴스펭귄은 지난 9일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김지석 공원여가과장에게 올해도 남산공원에 쌍꼬리부전나비가 나타났는지 물었다. 

김 과장은 "올해도 확인됐다. 2006년 남산에서 쌍꼬리부전나비가 처음으로 관찰됐는데, 내가 이곳에 온 2018년부터 꾸준히 매년 6월 말~7월 초 발견되고 있다"고 답했다. 

16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남산공원에 삶의 뿌리를 내린 쌍꼬리부전나비. 그렇다면 서울시는 쌍꼬리부전나비 서식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김 과장은 "아시겠지만, 쌍꼬리부전나비는 오래된 나무와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라고 하는 공생 개미가 필요하다"라며 "특별히 문제되거나 위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래된 나무를 그대로 유지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 쌍꼬리부전나비가 서식하려면 먹이식물인 개망초가 유지돼야 하는데, 개망초는 햇빛이 필요하다"라면서 "이 또한 특별하게 문제되지 않으면 개망초 위쪽으로 올라온 큰 나무가 햇빛을 가리지 않도록, 그늘이 안 생기게 관리해준다"고 덧붙였다.  

현재 남산 숲에는 소나무 약 15.9%와 벚나무 약 6.2% 수준의 면적이 유지되고 있다.

2006년 7월 2일 남산에서 촬영한 쌍꼬리부전나비 (사진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김지석 공원여가과장 제공)/뉴스펭귄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는 남산 숲의 생태가치를 보전하고자 지속적으로 생물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여러 동식물을 직접 확인하고 기록한다고 전했다.

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 따르면 남산은 조선시대부터 소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도심 속에 자리한 남산공원은 도시에 시원한 바람을 전해주는 기후 조절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로 보호·관리되고 있다. 

남산공원에는 쌍꼬리부전나비 외에도 멸종위기 Ⅱ급인 새매와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멸종위기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 등이 확인됐다.

김 과장은 "그밖에 남산공원에는 다양한 새들이 많이 관찰된다. 팔색조, 솔부엉이, 소쩍새 등 여러 새들을 봤다"라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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