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지정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을 보호하는 대책이 필요할 겁니다"
안산시 환경정책과 최종인 주무관이 지난달 30일 뉴스펭귄과 인터뷰에 전한 진심 어린 한 마디다.
최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삵이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상류에 위치한 갈대습지에서 터를 잡는 데 성공했다. 2014년 첫 방사를 시작한 지 7년만이다.
최종인 주무관에 따르면 2014년 처음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이곳 갈대습지로 삵 5마리를 방사했다. 그중 4마리가 죽고 암컷 한 마리가 습지에 자리잡았다. 이후 2017년 수컷 2마리를 추가로 방사했고 한 마리가 로드킬로 죽었다.
그렇게 남은 수컷 한 마리와 이전에 있던 암컷이 자리잡아 둘 사이에서 새끼들이 태어났다. 최 주무관은 "2018년에 3마리, 2019년에 3마리, 2020년에 6마리, 2021년에는 6마리가 태어나 총 20마리 삵이 현재 갈대습지에서 터줏대감으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최 주무관이 제공한 사진 속 새끼 삵들은 소위 '아깽이'(아기 고양이를 뜻하는 단어) 같은 비주얼을 자랑한다. 삵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본다면 새끼 고양이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위풍당당 걷는 삵 가족은 마치 '안산갈대습지, 앞으로 여기는 우리가 접수한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삵은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집이 더 크고 불분명한 반점이 많다. 눈 위 코에서부터 이마 양쪽에 뚜렷한 흰 무늬가 있다. 이들은 입을 크게 벌릴 수 있고 턱 근육이 발달해서 먹잇감을 물어뜯는 힘이 굉장하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는 수질 개선을 위해 2002년 대규모 갈대습지를 조성한 결과 현재 멸종위기종의 낙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도 시화호 갈대습지를 안식처로 삼았으며 저어새, 황조롱이 같은 보호종 새들도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
먹잇감도 풍부해 삵과 수달이 물고기나 쥐, 새, 뱀 등을 잡아먹는 광경도 종종 목격된다. 수달이 숨겨놓은 먹이를 어미 삵이 몰래 가져다 제 새끼들에게 먹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이처럼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한 야생동물이 터를 잡은 만큼 안산 갈대습지는 보호가 절실한 지역이 됐다. 이에 안산시는 갈대습지와 시화호 일대 생태를 정밀하게 조사해 야생동물 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 주무관은 "이러한 자연 생태의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이 필요하다"라며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지정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을 보호하는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이어 "도심 속에 이러한 습지가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기수지역, 즉 작은 샛강이 넓은 강으로 모이는 곳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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