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⑪] 수백년 간 희생된 사향노루, 인제군에 도사린 위협

  • 임병선 기자
  • 2021.06.25 00:05
사향노루 수컷. 사진은 한상훈 박사가 북한 평양중앙동물원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사진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한상훈 박사)/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한때 대부분 산간지역에 서식하던 사향노루는 현재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동물이 됐다. 개체수 확인이 쉽지 않고, 전문가조차 몇 가지 연구를 근거로 수십마리 남았다고 추정할 뿐이다.

사향은 '머스크 향'의 천연 재료다. 사향노루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만드는 물질이지만 매력적인 향기로 인간이 사향노루를 노리게 된 요인이 됐다.

수컷 사향노루 (사진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한상훈 박사)/뉴스펭귄

사향 수요로 인한 사향노루의 고난은 역사가 깊다. 1751년 조선시대에 발행된 지리서 '택리지'에는 사향이 지방정부가 왕실에 공물로 바치는 토산품으로 기록됐다. 일제 강점기가 돼서도 사향은 약재로 쓰였으며, 해방 이후에는 북한에서 내려온 사향노루 전문 포획꾼이 남획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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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사향노루 불법 포획 현장이 적발되는 등 사향노루는 최근까지도 밀렵에 시달렸다. 사향을 대체하는 인공향이 개발됐음에도 사향을 약재로 쓰는 경우가 있어 위협은 여전하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와 민간인 출입통제선 이북 지역에 사향노루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민간인 출입통제선 바로 아래에서도 사향노루가 포착됐다. 일각에서는 가만히 놔두면 한국에도 사향노루 개체수가 복원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연 그럴까.

국내 사향노루 전문가인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한상훈 박사는 23일 뉴스펭귄에 "사향노루가 다시 전국적으로 회복되기까지 인위적인 복원 노력 없이 자연적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에 의한 서식지 단절 영향이 심각하고, 접경지역에서 유해조수 구제 활동에 의한 사향노루의 오인 포획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포착된 사향노루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최근에는 일부 산간에 설치된 멧돼지 펜스가 위협 요인이되고 있다. 한 박사는 "강원도 인제군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펜스(울타리) 때문에 사향노루 개체 이동이 어려워졌고,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적으로 사향노루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 종과 서식지 보호는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와 문화재청의 책임 의식 강화,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연구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향노루 분변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한편, 국내 서식하는 사향노루 종은 시베리아사향노루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VU, Vulnerable)'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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