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멸종위기종도 개체수가 감소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새와 같은 대우를 받았을 겁니다. 이는 즉, 모든 새가 미래에는 멸종위기종이 될 여지가 있는 거죠. 조류 뿐 아니라 주위 모든 생물이 우리와 공존하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자연을 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라져가는 노랑부리백로를 지켜내기 위해 국가철새연구센터 김동원 연구사가 뉴스펭귄에 최근 당부한 얘기다.
새하얀 깃털에 노란 부리. 사진 속 주인공은 멸종위기종 노랑부리백로다. 최근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가 국내외 최초로 이 여름철새 생태비밀을 풀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노랑부리백로는 전 세계에 약 3000여 마리만 남은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우리나라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돼 있다.
황새목 백로과에 속하며 몸길이는 약 68cm. 번식기와 비번식기에 나타나는 생김새 차이가 꽤나 선명하다.
먼저 번식기에는 부리가 진한 노란색을 띠며 눈 앞부분은 푸른색, 다리는 검은색이 된다. 또 머리와 목, 등 뒤에 긴 장식깃이 생긴다.
반면 겨울에는 장식깃이 없어지고 부리는 흑갈색, 다리는 녹황색 또는 갈색을 띤다.
노랑부리백로는 우리나라 서해안과 북한, 중국,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 번식한다. 특히 전 세계 생존집단 중 대부분이 인천 옹진군 백령도 등 경기 서해안 일대 갯벌과 하구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동은 주로 필리핀에서 한다. 그 외에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고 알려져 있다.
노랑부리백로는 개발로 인해 갯벌이 사라지면서 멸종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서식지 파괴와 함께 낚시, 알 채집 등 인간활동, 좁은 무인도에서 치열한 생존경쟁 등이 노랑부리백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멸종위기종이자 드문 여름철새인 노랑부리백로 이동 생태 특성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다. 번식지와 월동지만 알려져 있었을 뿐 상세한 이동 경로와 번식 가능 연령 등은 베일에 쌓여 있었다.
하지만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가 2년간 추적한 끝에 지난달 말 실마리를 풀었다. 번식지인 우리나라 백령도와 월동지인 필리핀 사이 이동 특성을 국내외 최초로 밝혀낸 것.
노랑부리백로는 태어난 이듬해 출생지를 떠나 월동지에 머무르며, 2년 후 번식이 가능한 어미새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번식지로 되돌아 와 첫 번식을 했다.
또한 약 3500km가 넘는 구체적인 왕복 이동 경로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가철새연구센터는 2019년 6월 서해 최북단 백령도 집단번식지에서 둥지를 떠나기 전 포획한 어린 새 'K018'에게 위치추적발신기와 유색가락지를 부착했다.
위치추적 결과 같은해 7월 17일 번식지를 떠난 노랑부리백로는 서해안을 따라 서북쪽 방향인 중국 랴오둥성 좡허시까지 이동해 10월 28일까지 머물렀다.
이후 다시 서해와 남중국해를 가로질러 11월 7일 월동지인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히나투안 지역에 도착했다. 중국 좡허시에서 월동지까지 이동 기간은 11일. 거리는 총 3717km에 달했다.
노랑부리백로는 약 18개월 동안 필리핀에서 계속 머물다 올해 5월 22일 북상을 시작했다. 이어 대만과 장쑤성, 산둥성 등 중국 동해안을 따라 이동했다.
지난달 9일 서해를 건너 평안남도 온천군에 도착한 후 15일 번식지인 백령도로 되돌아왔다. 월동지에서 번식지까지 이동 기간은 24일. 총 3573km를 날아왔다.
백령도로 되돌아온 노랑부리백로는 곧바로 둥지를 짓고 번식을 시작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알 4개를 낳아 품고 있는 광경이 포착됐다.
Q. 노랑부리백로가 번식지에서 월동지로 떠날 때는 11일(총 3717km 이동), 월동지에서 번식지로 되돌아올 때는 24일(총 3573km 이동)이 소요됐다. 성체가 됐고 이동 거리가 더 짧아졌는데도 오히려 귀향할 때 시간이 2배 이상 걸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국가철새연구센터 김동원 연구사(이하 김 연구사) - "일반적으로 봄철 번식기에는 월동지에서 번식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본 개체는 봄철 북상 이동 경험이 없어서 이동경로 선택 및 번식지 탐색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경우가 일반적인 것인지 예외적인 상황인지 판단을 위해서는 더 많은 개체에 대한 추적 자료 확보가 바탕이 돼야 한다"
Q. 멸종위기 노랑부리백로 보전을 위해 국가철새연구센터는 어떤 노력을 해왔나
김 연구사 - "철새 보호를 위해서는 철새가 이동하는 모든 국가(번식지, 중간기착지, 월동지)에서 보호돼야 하며, 이동경로와 같은 생태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철새 보호를 위한 중요한 연구 중 하나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철새연구센터에서는 노랑부리백로 연구를 위해 가락지를 제작해 부착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자들에게도 가락지를 제공해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2019년에는 백령도에서 태어난 어린 새에게 위치추적발신기를 부착해 이동경로 파악을 시도했다"
Q 국가철새연구센터 이외에도 노랑부리백로를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기관이나 시도가 있나
김 연구사 - "국가철새연구센터, 한강유역환경청,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는 백령도, 구지도, 황서도 등 괭이갈매기 집단번식지 공동 조사를 수행하면서 그곳에서 함께 번식하는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의 서식현황도 파악하고 있다. 또 문화재청에서도 노랑부리백로 보호를 위한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랑부리백로는 경기도 안산시의 시조(市鳥)이기도 하다.
안산시는 본래 시조였던 비둘기가 유해조수로 분류되면서 2013년부터 노랑부리백로를 안산의 새로 내걸고 있다. 하얀 자태와 고고한 선비의 기상을 간직한 듯한 노랑부리백로가 '전통을 존중하고 미래로 도약하는', '깨끗한', '청렴한' 등 안산시가 추구하는 시 이미지에 적합하다는게 안산시의 설명.
노랑부리백로를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캐릭터화 한 ‘로기’와 ‘다니’는 안산시 마스코트가 됐다. '로기'는 상록구를, '다니'는 단원구를 상징한다.
지난해 4월 안산시는 로기·다니 스티커를 제작해 택시 2614대 표시등에 부착, 운행시키기도 했다. 앞서 2019년 5월에는 경기도체육대회에 로기·다니를 본뜬 거대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실제 노랑부리백로는 서해안에 위치한 안산 대부도에도 서식한다. 이에 안산시는 지난해 7월 7일 대부도갯벌을 대표하는 해양보호구역 브랜드로 노랑부리백로를 선정했다.
당시 공무원, 지역주민, 시의회의원, 해양관련 대학교 교수, 해양환경 보존 시민단체 등 15명으로 구성된 안산시갯벌습지보호지역관리위원회는 연안습지 보존 및 관리 사업에 대해 자문과 심의를 맡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철새 보호와 노랑부리백로 브랜드화 추진 논의를 위해 EAAF(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사무국, 철새 관련 전문가, NGO 등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철새 이동경로에 위치한 국내·외 도시와 협력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딱 1년이 지난 현재, 안산시는 공언했던 것처럼 노랑부리백로를 보존하는 데 노력하고 있을까.
뉴스펭귄이 안산시에 문의했을 당시 처음에는 노랑부리백로 보존 현황에 대해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지난해 노랑부리백로 관련 보도자료를 냈던 안산시 대부해양본부 해양수산과 측은 "우리 부서는 람사르 습지 등 전체적인 습지 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라며 "노랑부리백로에 대해서는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또 환경정책과 환경생태팀은 전원 외부 출장으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역 환경단체들도 시조인 노랑부리백로만 놓고 특별히 벌이는 활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환경재단은 "환경을 위해 전체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오로지 노랑부리백로만 집중해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은 따로 없다"고 뉴스펭귄에 전했다.
하지만 기사를 마감한 9일 늦은 오후, 출장에서 복귀한 환경정책과 최종인 주무관으로부터 명쾌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노랑부리백로를 안산시 시조로 변경하자고 추진한 장본인이었다.
최 주무관은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대부도와 주변 섬에 서식하는 노랑부리백로를 조사해 왔다"라며 "대부도 일대 노랑부리백로 개체수 및 포란, 둥지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청 등 국가기관과 함께 노랑부리백로에 이동추적장치를 부착해 번식지와 월동지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도 갯벌은 노랑부리백로가 800마리, 어떨 때는 800마리가 넘을 만큼 최고 개체수를 자랑한다"면서 "지난달에도 직접 가봤는데 둥지가 300개 이상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노랑부리백로를 지켜내려는 최종인 주무관의 관심과 열정은 남달랐다. 그는 통화를 마치자 직접 촬영한 노랑부리백로 사진도 다수 제공했다. 최 씨는 "노랑부리백로의 청결하고 청렴하고 귀족같은 느낌. 안산시가 이런 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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