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⑩] 동글동글 귀여운 눈의 작은 뱀, 제주에만 있지비!

  • 이후림 기자
  • 2021.06.20 00:05
비바리뱀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유정우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비바리뱀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유정우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제주도에만 서식하는 여리고 예쁜 '뱀'이 있다.  

한국 '뱀박사'로 불리던 두 사람은 1981년 8월 제주도 한라산 성판악 인근 큰 바위 밑에서 생전 처음 보는 뱀을 발견했다.

약 30cm 남짓 담갈색 얇은 몸통, 극명하게 대조되는 검은 머리는 한눈에 봐도 여느 뱀과는 확연히 달랐다. 검은 머리와 이어진 선명하고 가느다란 흑갈색 무늬가 과거 길게 땋은 댕기머리를 떠오르게 했고 무엇보다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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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된 백남극 교수와 심재한 박사는 처음 보는 뱀을 채집해 연구실로 데려왔다. 

연구 결과 이 뱀은 한반도 미기록종 개체로 판명났다. 두 사람은 여리고 예쁜 뱀에게 꼭 맞는 이름을 지어줬다. '비바리뱀'이다. '비바리'는 제주도 방언으로 '처녀'라는 뜻이다. 두 사람 눈에 긴 댕기머리 무늬가 마치 어여쁜 처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바리뱀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유정우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비바리뱀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유정우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동일한 종이 중국, 홍콩, 대만, 베트남 등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우리나라에서 비바리뱀은 오로지 제주 지역에만 분포하고 있다. 종 특성상 따뜻한 아열대 기후권에서만 서식한다.

비바리뱀은 다소 늦은 80년대 이후 발견됐을 뿐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만 국한적으로 서식하는 탓에 개체 수가 매우 적어 관련 연구 또한 부족한 상태다.

국내에서 비바리뱀 연구와 복원을 위해 애쓰고 있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어류·양서파충류팀 유정우 연구원은 비바리뱀의 작은 몸집도 연구 부족에 한몫했다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실제 비바리뱀은 우리나라 실뱀처럼 작은 종이라 사람들 눈에 더욱 잘 띄지 않았다"면서 "평균 성체 길이가 3~40cm 정도 되고 머리 폭은 5cm에 불과하다. 그만큼 몸통도 아주 얇다. 작고 좁은 틈을 파고 들어가 탈출하곤 해서 포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몸집이 작아 돌 틈 구석진 데 서식하는 종 특성상 쉽게 발견되지 않았던 것. 설사 발견해도 좁은 공간을 틈타 곧잘 탈출하는 탓에 포획조차 쉽지 않았다. 연구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일련의 번식 사이클과 짝짓기 등도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멸종위기종 복원센터는 4월부터 지속적인 비바리뱀 포획 시도를 하고 있다. 센터 내 이번 해 가장 큰 목표는 비바리뱀 원종을 확보해 이들 증식에 성공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포획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 정확한 서식지를 예측하는 분석 또한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비바리뱀 (사진 오홍식 교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뉴스펭귄
비바리뱀 (사진 오홍식 교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뉴스펭귄

유 연구원은 비바리뱀을 처음 봤을 당시를 회상하며 "일반적으로 위협적인 뱀 첫인상과 달리 비바리뱀은 첫눈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바리뱀은 독이 없다. 그래서인지 특히 눈이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더라. 눈빛부터 위협적인 살모사와는 달랐다"고 전했다. 

실제 비바리뱀은 크기도 작을뿐더러 공격적이지 않은 매우 온순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연구원은 제주도민이나 관광객이 비바리뱀을 목격해 혹시라도 포획했을 경우 반드시 복원센터나 관련 기관에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국가 지정 보호종을 개인이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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