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단양쑥부쟁이 (사진 여주 황학산수목원 홈페이지)/뉴스펭귄
이하 단양쑥부쟁이 (사진 여주 황학산수목원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이따금 이름에서부터 자생지를 알 수 있는 멸종위기종이 있다. 단양쑥부쟁이 역시 그중 하나다.

단양쑥부쟁이는 1980년 무렵까지만 해도 충청북도 단양부터 충주에 이르는 남한강 일대에 널리 서식했으나 이후 크고 작은 하천 개발과 홍수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금은 경기도 여주를 비롯해 충북 단양, 제천에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한국 고유종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이 식물은 강변이나 하천변, 냇가 근처 모래나 자갈로 된 비교적 척박한 땅에서 군락을 이뤄 자란다. 

그렇다면 그 많던 단양쑥부쟁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단양쑥부쟁이 자생지는 1985년 충주댐이 준공되면서 수몰됐다. 이후 2000년 무렵 단양에서 서식지가 다시 발견됐으나 곧 홍수로 자취를 감췄다. 2005년 여주 남한강변에서 새로 발견된 대규모 자생지는 4대강 사업으로 사라졌다.

(사진 여주시 산림공원과)/뉴스펭귄
(사진 여주시 산림공원과)/뉴스펭귄
(사진 여주시 산림공원과)/뉴스펭귄
(사진 여주시 산림공원과)/뉴스펭귄

이에 여주시 황학산수목원은 국립수목원과 함께 지난 2019년 복원 대상지인 여주 도리섬 상류 부근에 단양쑥부쟁이 1년생 2000개체를 식재했다. 단양쑥부쟁이 복원을 위해 앞서 2년간 기초 자료 조사와 생육실험 연구를 실시한 후였다. 복원에 사용된 단양쑥부쟁이는 자생지에서 수집된 종자를 이용해 증식한 1년생 개체로 환경부로부터 이식 허가를 받아 식재됐다.

여주시 산림공원과 수목원팀 김재근 주무관은 "2010년부터 계속 모니터링을 해왔는데 개체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라며 "2019년에 2000개체, 2020년에 2000개체를 식재했다. 2020년 가을 첫 개화를 했고 지난해에도 개화를 마쳤다"고 뉴스펭귄에 설명했다.

김 주무관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이렇게 2년 단위로 연달아 식재한 이유는 단양쑥부쟁이가 두해살이풀, 즉 한해 건너뛰고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두해살이풀은 그해에 싹이 터서 겨울을 넘기고 그 이듬해 자라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뒤 죽는다. 

(사진 여주 황학산수목원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여주 황학산수목원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여주 황학산수목원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여주 황학산수목원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여주 황학산수목원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여주 황학산수목원 홈페이지)/뉴스펭귄

앞서 2019년 남한강 일원에 식재된 개체들은 안정적인 활착률과 생육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식재된 단양쑥부쟁이 역시 넓은 면적에 걸쳐 퍼져 재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되나 정확한 수치는 분석 중에 있다고 김 주무관은 전했다.

김 주무관은 "수목원 내에도 보존 개체가 있으며 기초 식물학적 연구 및 발아율, 매개 곤충 등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도리섬 개체군 위협요인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목원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자생식물 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단양쑥부쟁이뿐 아니라 미선나무의 경우 골프장 건설 부지에 있던 미선나무를 이전해 원 개체군을 보전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을 이어서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장안리 준설토 위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장안리 준설토 위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경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준설토 위를 칡이 뒤덮어 단양쑥부쟁이 서식에 적절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경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준설토 위를 칡이 뒤덮어 단양쑥부쟁이 서식에 적절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하지만 여주시의 단양쑥부쟁이 보전 현황에 마냥 안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9월 26일과 10월 8일 남한강 여주시 구간을 조사했다. 그들은 어떠한 관리도 없이 방치돼 있는 단양쑥부쟁이 새로운 대규모 서식지를 발견했다. 

새로 발견된 서식지는 대신면 가산리 두 지점, 점동면 장안리 한 지점 등 4대강 사업 남한강 준설토 적치장 총 세 곳이다. 장안리는 금계국, 칡 등이 점령하고 있었으며 가산리 한 지점에는 제방 도로에도 번식하고 있었다.

강천섬 대체서식지 현재 모습
강천섬 대체서식지 현재 모습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강천섬 주차장에 훼손된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강천섬 주차장에 훼손된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경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4대강 공사로 옮겨 심은 단양쑥부쟁이는 이제 대체서식지인 여주시 강천섬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단체는 "강천섬 인근 주차장 가는 길에 일부 자라고 있었으나 모두 베어져 있었고, 주차장 등을 만들면서 주변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천섬과 함께 2010년 조성한 또 다른 단양쑥부쟁이 대체서식지인 강원도 원주시 흥원창 지역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망초, 쑥, 강아지풀과 잡초만이 무성할 뿐이었다. 주변에는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를 위한 안내판이나 보호 펜스조차 없었다. 

흥원창 대체서식지 현재 모습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흥원창 대체서식지 현재 모습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경기환경운동연합은 단양쑥부쟁이를 "‘4대강 사업 환경 파괴’의 상징적인 식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4대강 공사로 여주시 대규모 자생 서식지인 도리섬이 크게 불법 훼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 착수 이후 처음으로 환경부의 공사 중지 명령까지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공사를 중단한 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2010년 단양쑥부쟁이 대체서식지를 여주시 강천섬에 조성했다. 당시 정부는 대체서식지가 자리를 잘 잡았다고 홍보했으며 수자원공사는 관리와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당장 남한강 여주시 구간 단양쑥부쟁이 서식 현황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며 "기존 대체서식지 관리 및 서식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결과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어 "개발사업으로 강제 이주되는 생물종 가운데 대체서식지에서 건강하게 살아남은 경우가 있었던가. 이제 대체서식지 조성에 대해 심각하게 성찰하고 평가하고 재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예초작업된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지난해 9월 예초작업된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지난해 10월 도로 주변 훼손된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지난해 10월 도로 주변 훼손된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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