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곤충에 웬만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쉽사리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미지의 곤충 '창언조롱박딱정벌레'는 전라북도 및 경상남도 지리산 일대에 고립돼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이다.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연구사례가 많지 않아 정확한 개체 수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른 동물에 비해 곤충에 대한 친밀도나 관심도가 낮은 탓에 관련 지식 또한 부족하다. 보호해야 할 개체로 인식하기란 더욱 쉽지 않다.
창언조롱박딱정벌레는 2012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지정된 엄연한 보호종이다. 한국 고유종으로, 국제적으로 쓰이는 학명(Damaster changeonleei)에도 한글이 포함됐다.
고유종 치고는 섭섭하리만큼 낮은 관심도가 어쩌면 창언조롱박딱정벌레에게 오히려 긍정적인 생존전략이 됐을 수도 있다.
이름도 길고 생소한 창언조롱박딱정벌레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곤충이다. 지리산 높은 지대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할뿐더러 야행성이라 밤에만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사람과 맞닥뜨릴 확률 자체가 적은 셈이다.
창언조롱박딱정벌레를 보호종으로 지정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만천곤충박물관' 김태완 관장은 한때 남획으로 감소한 창언조롱박딱정벌레 개체 수가 현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뉴스펭귄 확인결과 2014년과 2018년 진행된 환경부 산하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멸종위기야생생물 전국분포조사에서 이들 개체 수가 확인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4일 뉴스펭귄에 "흔한 개체가 아닌 멸종위기종 특성상 조사 수행 기간 내에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없다고 표기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조사 기간 내 발견되지 않았을 뿐 멸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디어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한 번쯤 접했을 법도 한데 다른 곤충에 비해 그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미지의 고유종은 한번 들으면 잊히기 어려운 이름과 달리 유명세와는 거리가 멀다.
55년 전 지리산이 국내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국가 관리감독 하에 있게 되면서 창언조롱박딱정벌레를 만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만큼 남획도 줄었다.
김태완 관장은 "뚝 떨어진 지리산 고지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고립돼 사는 개체"라며 "일반인이 채집할 경우 최대 2000만 원 벌금이 부과된다. 게다가 국립공원에만 사는 개체군이어서 멸종될 가능성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나서서 이들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국내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인 만큼 남획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알록달록한 색감이며 볼록한 등이며 실제로 보면 너무 예쁘다. 생물학적으로 고유종인데다 아름답기까지 하니 특히 외국에서 인기가 많다. 고가에 몰래 채집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수 있다"면서 "남획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호종으로 지정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체 수가 줄어들면 유전자 풀이 좁아져 최종적으로는 결국 번식을 하지 못하게 된다. 멸종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전 세계 곤충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개체다.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 관장은 정부가 앞서서 곤충을 해충이 아닌 보호해야 할 개체로 인식하고 관련 연구 또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외국 곤충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관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곤충연구는 타국가들에 비해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김 관장은 "한국은 곧 전 세계에서 곤충연구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쉬운 점은 국내곤충이 아닌 세계곤충 연구는 전무하다는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세계곤충 연구가 부족한 이유는 외국 곤충을 국내로 들여오는 행위 자체가 2019년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일제강점기 당시 곤충을 동물검역이 아닌 식물검역을 거치도록 지정한 탓에 이들이 모두 해충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동물보호법에는 동물 범위에 곤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멸종위기종은 예외적으로 법률에 따라 보호받지만 그 외 곤충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 때문인지 곤충을 무조건적인 해충이라고 규정하며 곤충 가학 영상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은 불가하다.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동물에 곤충류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곤충은 동물이지 해충이 아니다"라면서 "해를 끼치면 그때 유해동물로 지정되는 동물과는 달리 곤충은 무조건 해충으로 인식된다. 전 세계적으로 애완곤충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연구나 인식 개선을 위해 관련 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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