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멸종위기종 긴점박이올빼미가 강원도 오대산국립공원에 마련된 인공둥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야행성 대형 맹금류인 긴점박이올빼미는 전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와 거리가 먼 조류지만, 한국에서는 발견되는 일이 드물다.
강원도 강릉시, 홍천군, 평창군에 걸친 오대산국립공원에서는 긴점박이올빼미가 살고 있다. 국립공원 측은 긴점박이올빼미를 조사하기 위해 2011년부터 인공둥지를 설치하고 매년 관찰하고 있다.
이들이 실제 둥지와 유사하게 인공둥지를 제작하려 노력을 기울인 덕에 긴점박이올빼미는 2017년 마침내 인공둥지에서 새끼를 기르기 시작했다. 긴점박이올빼미는 인공둥지에서 알을 낳고 품은 뒤, 새끼를 길러 독립시키는 등 삶의 기반으로 삼고 있으며, 매년 나타나진 않지만 2019년, 2021년에도 인공둥지에 나타났다.
국내 서식하는 긴점박이올빼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개체수도 미상이다. 긴점박이올빼미 인공둥지 설치와 조사에 참여해온 오대산국립공원 자원보전과 홍상균 주임은 긴점박이올빼미 개체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발견한 위치를 표시한 분포지도를 만들고 서식환경을 파악 중이라고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23일 밝혔다.
긴점박이올빼미는 영어로는 우랄올빼미(Ural Owl)라고 명명됐다. 새가 채집됐던 러시아 우랄산맥의 이름을 딴 것이며, 러시아에 널리 분포한 냉대림 '타이가'에서 활발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긴점박이올빼미 서식 자료를 살펴보면 일본에 다수 분포했고, 한반도 일부, 러시아 남쪽을 길게 감싸는 산지에서 자주 발견된다. 또 유럽에도 흔히 서식하며 숲이 풍부한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도 밀집했으며,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에 걸친 산지와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에 걸친 산지에서 자주 발견된다.
국내에서는 3~4월에 산란하는데, 베일에 쌓여 있던 이런 사실은 오대산국립공원이 긴점박이올빼미 생육과정 전 주기를 관찰하는 데 성공하면서 알려졌다. 오대산국립공원에 따르면 처음으로 산란 행동을 발견한 건 지난해 3월 10일이며, 4월 7일경 2마리가 부화, 새끼들이 둥지에서 1달 정도 성장한 뒤 5월 3일 경에 이소했다.
홍상균 주임은 이와 관련, "국립공원이 하고 있는 일이 학술적으로도 의미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고,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대산에서 올해는 아직 긴점박이올빼미가 관찰되지 않았고, 홍 주임은 "가을 산란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점박이올빼미는 사람들이 '올빼미'라고 하면 떠올리는 모습과 거의 같다. 성체 얼굴에는 사과를 반으로 잘라놓았을 때 보이는 무늬가 위치하며, 어린 시기에는 복슬복슬한 회색 솜털이 특징이다.
긴점박이올빼미는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새끼를 기를 때는 낮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에는 보통 나뭇가지에 앉아 줄기에 가까이 붙은 채 혹은 나뭇잎이 울창한 휴식처에서 잠을 잔다. 바닥에 기어 다니는 먹이보다는 숲 속 공터에 찾아오는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을 선호한다.
긴점박이올빼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 범주와 가장 먼 최소관심종에 속하며, 개체수도 전 세계 64만~105만 2000마리 정도로 집계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희귀하기 때문에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국가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홍 주임을 비롯한 오대산국립공원 자원보전과 측은 "앞으로도 멸종위기종인 긴점박이올빼미가 오대산국립공원에서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게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업무를 하겠다. 환경정화활동부터 시작해서 서식환경을 조사할 수 있는 인공둥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긴점박이올빼미는 오대산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깃대종"이라면서 "긴점박이올빼미를 잘 알리기 위해 깃대종 홍보 사업을 실시하는 등, 앞으로도 긴점박이올빼미가 잘 서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측은 그동안 담아온 긴점박이올빼미 모습과 인공둥지를 설치할 당시 사진 다수를 뉴스펭귄에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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