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㊵] 사송신도시 개발로 서식지 잃은 고리도롱뇽 현주소

  • 조은비 기자
  • 2022.01.29 00:00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전 세계에서 오로지 한국에서만 살고, 그중에서도 경남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 고리도롱뇽이 서식지 파괴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3년간 사송신도시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고리도롱뇽에게 대체서식지가 생겼다는 내용이 최근 국내 보도됐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여전히 고리도롱뇽이 살아갈 곳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민간생태전문가 김합수 씨는 "고리도롱뇽의 공사장 유입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긴급하게 만든 웅덩이를 가지고 서식지 조성이 끝났다고 여기면 허탈하다"라며 "아파트 경계부에서 사람들도 지나가고 차들도 지나가는데 거기가 어떻게 서식지가 되겠나"라고 26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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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도롱뇽은 몸이 갈색을 띠고 있고, 그 위로 작은 흑색 반점들이 산재해 있다. 몸길이는 약 7~14㎝ 정도다. 작은 유충, 벌레를 잡아먹고 살며 2~4월 산란기를 맞이하면 계곡에서 아래쪽으로 수직이동해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속해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d)' 단계에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지난 3년간 고리도롱뇽 서식지인 경남 양산시 금정산 일대 약 276㎡에 사송신도시를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경남환경운동연합, 부산환경회의,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2년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고리도롱뇽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합수 씨는 "2년 전부터 고리도롱뇽 서식 사실을 알리고 저감대책을 요구했지만 LH는 약 1년 동안 고리도롱뇽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체로 유전자 검사를 해 확인 해보자는 제안도 거절하기에 혼자 사비를 들여 검사지를 받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 양산시청을 찾아가 호소했다. LH는 이후에도 수차례 유전자 검사가 나온 뒤에야 서식 사실을 인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리도롱뇽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담비, 삵,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 7종의 서식 사실도 확인됐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종이 하나도 없는 곳이라고 평가를 내렸고, 그렇게 원서식지는 다 없어져버렸다"고 설명했다.

서식지를 잃은 고리도롱뇽은 공사장 맨홀, 비닐방수포, 배수구 등에 고립돼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사장 맨홀, 구조물, 배수관, 이음새에 고립된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사장 맨홀, 구조물, 배수관, 이음새에 고립된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공혜선 사무국장은 "고리도롱뇽은 알을 낳기 위해 수직이동을 한다. 성체가 산에 살다가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물이 고인 습지에 알을 낳는데, 기존처럼 그렇게 이동을 했다가 공사장에 갇혀 약 2만 마리가 폐사했다"고 25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공사장 안에 손바닥만 하게 물이 고인다. 예를 들어 공사장에 있는 파란색 방수포에 고인 물에 어미가 알을 낳고 가면 그 안에서 먹을 것이 전혀 없으니까 동족포식이 일어나기도 했다"라며 "성체들은 알을 낳으러 왔다가 배수구 같은 곳에 고립돼 죽어갔다"고 전했다.

지난해 4~7월에는 공사장 내에서 성체 7000여 마리를 구조해 금정산 계곡에 방사했다.

공사장에서 고리도롱뇽을 구조해 금정산 계곡에 방사했다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공사장에서 고리도롱뇽을 구조해 금정산 계곡에 방사했다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올해 봄 산란기를 맞이해 다시 공사장 쪽으로 내려올 고리도롱뇽의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LH는 최근 사송택지개발지구 경계부 내 경관녹지에 20여 개의 임시서식지를 조성했다. 김합수 씨는 이곳이 '대체' 서식지가 아닌 '임시'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합수 씨는 "이곳은 분명하게 임시서식지이고 대체서식지가 절대 아니다. 임시로 조성한 곳이다. 그중 몇 군데는 조치를 취해서 서식을 할 수 있도록 조성을 해볼 수 있겠다 싶은 곳들도 있지만 70% 이상은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다 없어질 곳들이다"라고 말했다.

고리도롱뇽 임시서식지 전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고리도롱뇽 임시서식지 전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실제로 임시서식지가 사용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사공혜선 사무국장은 "문제가 있으면 구조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니터링할 분들도 조직이 돼야 하고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2월이면 이동을 시작하고, 3월에 비가 오고 나면 알을 낳으러 내려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공사장과 거리가 있는 곳에 수계를 연결해서 고리도롱뇽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공원을 대체서식지로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마저도 조성된다고 해서 고리도롱뇽의 집이 돼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합수 씨는 "양서류는 원서식지 보전이 최우선이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이전을 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라며 "그렇지만 원서식지가 완전히 파괴된 상황에서 대체서식지라도 만들어서 살릴 노력을 해야지, 파괴됐으니까 이제 고리도롱뇽은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못할 짓"이라고 토로했다.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그는 고리도롱뇽 보호를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낙동강환경유역청이나 양산시청, LH, 시민들이 관심만 있다면 사송에서도 인류와 양서류가 같이 공생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노력을 하지 않고, 관심이 적을 뿐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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