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클립아트 코리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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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왜 전통혼례에서 신랑은 신부에게 나무로 만든 기러기를 보냈을까?

예부터 기러기는 사랑과 정의, 신뢰라는 소중한 가치를 뜻했다. 1809년(순조 9년) 조선후기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 이씨가 가정살림에 관한 내용을 엮은 책 '규합총서'에는 기러기에 신(信)·예(禮)·절(節)·지(智)의 덕(德)이 있다고 적혀 있다.

현대 예식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옛날 결혼식 때는 신랑이 혼례의 첫 의식으로 신부집에 나무 기러기를 전했다. 기러기를 뜻하는 한자 '안(雁)'을 따서 혼인예식을 일명 ‘전안례(奠雁禮)’라고도 불렀다. 

이는 기러기가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수명이 30년 정도인 기러기는 짝을 잃으면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고 남은 생을 홀로 살아간다고 알려져 있다. 

즉 두 남녀가 결혼 당일 기러기를 주고받는 일은 의 좋은 기러기 부부처럼 백년해로하고 평생 사랑하며 살겠다는 맹세다.

(사진 클립아트 코리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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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립아트 코리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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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의 사랑은 남녀 사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의 형제를 높여서 안항(雁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의좋게 날아다니는 기러기들처럼 다정한 형제를 일컫는 말이다. 

안항은 기러기의 행렬이란 뜻으로 먼 길을 오고 가는 기러기 무리가 브이(V) 자 대형으로 줄지어 날아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기러기의 정의와 예, 우애를 엿볼 수 있다.

선두에는 앞장서 바람을 막아주는 소위 '리더' 기러기들이 있는데 이들의 날갯짓으로 생기는 상승기류는 뒤따르는 기러기 무리가 혼자일 때보다 훨씬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끔 무리를 벗어나는 기러기가 나타나더라도 곧 공기의 저항을 느껴 대형으로 돌아오며, 그렇지 못할 경우 몇몇 기러기가 뒤처진 동료 포커스에 맞춰 다시 대열에 합류할 때까지 돌봐준다.

마찬가지로 앞에서 리더 역할을 하던 기러기가 지치면 스스로 대형 뒤로 물러서고 뒤따르던 기러기가 자리를 대신한다. 그 기러기 또한 지치면 다른 기러기가 앞으로 나와  V자 대형과 속도를 유지한다.

그 밖에도 기러기는 종에 따라 한배에 3~12개의 알을 낳고 수명이 30년가량 되므로 다산, 화목한 가정, 장수를 뜻하는 새이기도 하다.

이하 큰기러기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이하 큰기러기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기러기는 전 세계에 14종이 있으며 한국에는 큰기러기를 비롯해 흑기러기, 쇠기러기, 개리, 회색기러기, 흰이마기러기, 흰기러기 등 7종이 찾아온다.

이 가운데 큰기러기, 흑기러기, 개리, 흰이마기러기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큰기러기'는 기러기류 중 쇠기러기 다음으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겨울새이지만 동시에 멸종위기종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수 있다.

10월 초에 찾아오기 시작해 이듬해 3월 초면 완전히 떠나는 큰기러기는 한반도 전역에서 관찰된다. 특히 한강-임진강하구, 철원, 천수만, 금강하구 등 중부지방과 서해안을 중심으로 분포한다.

이들은 농경지, 호수, 하천, 하구, 습지, 해안 갯벌 등지에 사는데 최근 개발로 인해 월동지가 협소해지면서 점점 한정된 곳에서만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독극물을 사용한 밀렵과 월동기 먹이 부족은 큰기러기 개체군에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 김포시 클린도시사업소 공원관리과)/뉴스펭귄
(사진 김포시 클린도시사업소 공원관리과)/뉴스펭귄
(사진 김포시 클린도시사업소 공원관리과)/뉴스펭귄
(사진 김포시 클린도시사업소 공원관리과)/뉴스펭귄

이에 경기도 김포시는 큰기러기를 비롯한 겨울철새 서식지 복원에 앞장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철새들의 터전'으로 불리는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낱알들녘에서 철새 먹이주기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은 한강과 인접해 매년 큰기러기, 재두루미 등 겨울철새 수천 마리가 찾아오는 주요 이동통로이자 취·서식지다. 한강 하구 간척 농경지인 낱알들녘에 심어진 벼는 10월 중순쯤 가을걷이가 끝나면 철새를 위한 먹이로 사용된다.

올해도 김포시 클린도시사업소 공원관리과 직원들은 낱알들녘을 찾는 겨울철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했다. 지난달 25일 개최된 '낱알들녘 겨울철새 먹이주기 행사'는 이곳에서 생산된 벼 4만8650kg(약 610가마) 가운데 지난해 겨울부터 주기적으로 먹이주기를 하고 남은 잔여 벼 7900kg을 뿌리는 것으로 완료됐다.

올해 낱알들녘에 머문 멸종위기 큰기러기 수는 3000여 마리에 달한다.

김포시 클린도시사업소 두철언 소장은 "낱알들녘의 경작을 통해 철새들이 먼 길을 날아옴으로써 생태공원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철새들의 안정적인 서식환경이 조성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민과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철새 먹이주기 행사를 계획하지 못했지만, 추후 이런 생태프로그램을 늘려 철새와 인간의 공존 장소로써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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