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비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담비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반짝반짝 보석 같이 동그란 눈, 작은 얼굴, 새까만 털로 덮인 머리와 대조되는 황금빛 몸통, 여기에 깜찍한 표정은 덤이다. 외형만큼이나 어여쁜 이름을 가진 '담비'를 그저 한 '귀여움' 하는 동물로만 본다면 큰 오산이다.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류 담비는 명실상부 한국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꼽힌다. 국내에서 호랑이, 표범 등 중대형 포식자가 멸종하면서 고라니, 노루 등을 사냥 가능한 현 먹이사슬 기준 국내 유일한 개체로 떠오른 탓이다.

전 세계 현존하는 담비 6종 중 국내에 서식하는 개체는 노란목도리담비가 유일해 한국에서는 '담비'로 통칭한다. 

암컷은 무게 2~3kg 남짓, 수컷은 5kg 미만에 불과한 작은 체구를 가진 담비가 한 눈으로 봐도 체급 차이가 큰 고라니, 노루, 멧돼지 등을 사냥할 수 있는 비밀은 이들의 '사냥 방법'에 있다.

담비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담비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에 따르면 담비는 무리생활을 통해 '협동사냥'을 하는 동물이다. 적게는 2마리, 많게는 4~5마리가 협동해 고라니, 노루 등 제 몸집보다 큰 개체를 꽤 쉽게 제압한다.

한 마리가 먹이동물 꽁무니를 쫓으면 다른 한 마리는 나무 수간층에서 타깃을 교란시키고 결국 먹이동물이 방향을 틀면 나머지 한 마리가 직선으로 덮쳐 제압하는 식이다. 엄청난 내공을 가진 완벽한 협동교란작전이다.

오죽하면 '범 잡아먹는 담비가 있다'는 한국 속담이 있을 정도다. 우 박사는 10일 뉴스펭귄에 "물리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조상들이 담비가 협동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 이런 속담이 생겨난 것 아닌가 싶다"면서 "이 정도 용맹성과 협동력이면 호랑이까지 사냥할 수 있지 않을까란 추측에서 생겨난 속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담비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담비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엄청난 사냥 내공을 가진 최상위 포식자임에도 불구하고 잡식성인 담비 특성상 사냥보다는 나무열매에 의존한다. 우 박사는 "사냥 능력이 있다는 건 분명히 확인됐으나 잡식성 동물이라 가장 많이 의존하는 건 나무열매"라고 말했다.

우 박사는 "담비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역할을 다방면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상위포식자로서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버찌 등 나무열매를 먹고 종자를 여기저기 퍼뜨려 숲 내부 식물생태계를 가꿔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산림생태계 먹이사슬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체"라고 강조했다.

담비 발자국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담비 발자국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담비 배설물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담비 배설물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다른 동물에 비해 자연생태계 천적이 거의 없다 보니 그만큼 겁도 없다. 우 박사는 담비가 최근 들어 산책로 등 도심에서 포착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는 원인을 '호기심'으로 꼽았다. 자연생태계 천적이 거의 없는 데다 호기심이 가득한 담비가 사람을 보면 쏜살같이 도망가는 대신 주변을 면밀히 살피는 것을 택한 것. 그래서인지 서식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람과 마주치는 사례가 늘었다.

국내 2000~3000마리 남짓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지만 다행히 서식 분포 자체는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우 박사에 따르면 과거 조사 기록이 없어 정확한 개체수 추세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서식 분포는 8~90년대에 비해 확장됐다. 과거에 비해 산림에 의존하는 생물이 늘어나면서 산림이 울창해지고 숲 질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담비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담비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담비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담비 (사진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뉴스펭귄

한때 일각에서 담비가 모피 생산 탓에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내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 박사는 "국내 서식하는 담비는 모피 질이 좋지 않아 직접적 모피 밀렵 대상종이 아니었다"면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산림이 황폐화되고 담비가 살기 힘든 환경으로 변화함에 따라 개체 수가 줄었으나 산림환경이 복원되면서 현재 안정적인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북한에 서식하는 검은담비의 경우 모피를 타깃으로 사냥이 이뤄지는 종"이라며 "북한에는 국내 서식하는 (노란목도리)담비와 검은담비 2종이 모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 박사는 "혹시라도 멸종위기종 담비를 보게 된다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니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통합콜센터(054-680-7272)로 제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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