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장수하늘소는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딱정벌레 중 가장 큰 종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는 뜻으로 붙여진 '장수'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이유다.
국립수목원 등에 따르면 장수하늘소는 원시적 곤충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장수하늘소 유충은 서어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등 속을 파먹고 자라기 때문에 한때 해충으로 분류돼 수난을 겪기도 했다.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영월곤충박물관에서 장수하늘소 종복원을 수행하고 있는 이대암(65) 관장은 야생 장수하늘소의 현재 상황에 대해 '멸종 직전'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현재 국내 서식지로는 경기도 광릉숲이 장수하늘소 서식지로는 유일하게 알려져 있는 상태지만, 몇 년에 한 두 마리밖에 보이지 않는 정도이니 절멸에 가까운 상황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뉴스펭귄에 19일 밝혔다. 과거 장수하늘소는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일한 서식지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앞서 1990년 유일한 서식지인 광릉숲 주변 지역에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장수하늘소 개체수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대암 관장은 "포유류나 조류도 아니고 곤충이 이 정도로 개체수가 적다는 것은 그야말로 멸종단계에 처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수하늘소에 대한 멸종 위험 평가는 보전이 시급함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장수하늘소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국가적색목록에서 멸종 바로 아래 단계인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제218호다.
영월군에서는 야생 장수하늘소가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월군에는 분명 장수하늘소가 숨 쉬고 있다. 영월곤충박물관 부설 천연기념물곤충연구센터 내 '장수하늘소 복원센터'에서다.
천연기념물곤충연구센터는 2013년 이미 장수하늘소 인공 증식 첫 성공을 거뒀고, 현재는 야생에서 생활이 가능할지 실험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장수하늘소 총 9마리가 야생 조건에서 성충으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박물관 측은 한두 차례 반복 실험 이후 문화재청과 환경부 등 관련 기관과 협의 후 자연 방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대암 관장은 올해부터 또 다른 실험에도 착수한다. 5년에 걸친 '위도별 생존실험'이다. 장수하늘소가 기후가 다른 여러 조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실험하기 위해 러시아 우수리스크, 한국 오대산, 영월, 전남 백운산 총 4개 북쪽부터 남쪽에 걸친 실험지에서 장수하늘소 유충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조사하고 연구할 계획이다.
이 관장은 영월군과 문화재청도 영월곤충박물관에 지원과 협조를 이어가며 장수하늘소 복원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7월 천연기념물곤충연구센터는 장수하늘소 곤충 유층이 탈피를 통해 성충이 되는 '우화' 장면을 포착했으며, 4년 주기로 우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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