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고매한 기품과 기상, 장수를 상징하는 '두루미'. 한자로 학(鶴)이라고 불리는 두루미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2호다. 인천의 시조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시조로 두루미를 내걸며 "(인천은) 두루미의 도래지이면서 학의 고장인 송학동, 청학동, 선학동, 학익동 등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 많고, 특히 문학동은 인천의 옛 도읍지이기도 하다"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설명하고 있다.
때마침 지난달 22일 인천 강화도에서 '인천두루미네트워크' 출범식이 열려 눈길을 끈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인천시를 비롯해 가톨릭환경연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 사무국(EAAFP) 등 14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인천두루미네트워크' 출범식을 주최한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시민(환경단체), 기업, 인천시 3곳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인천을 구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계숙 팀장은 지난 11일 뉴스펭귄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시민, 환경단체, 기업, 인천시와 함께 2018년 겨울부터 강화도 남단 갯벌을 찾는 두루미 개체수를 모니터링 하고 서식지 보호·보전 정책 간담회와 토론회를 지속해오고 있다"라고 두루미 보호활동 현황을 전했다.
전 팀장에 따르면 그 밖에도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두루미 학교' 등 교육 프로그램 진행, 두루미 보호와 홍보를 위한 전시회 개최 및 캠페인 영상 제작, 기념품 제작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그는 "두루미는 7종 전부 천연기념물일 만큼 개체수가 굉장히 적다. 멀리서부터 이곳까지 겨울을 지내러 오는 겨울철새 두루미가 우리나라에 더 많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루미나 다른 철새들을 보실 때는 조용히, 무리한 사진촬영이나 드론으로 인해 두루미가 위협받지 않도록 주의 부탁드린다"라며 "두루미와 사람이 깨끗한 환경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인천두루미네트워크는 앞으로 가톨릭환경연대 최진형 대표를 수장으로 다양한 보호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최 대표는 "1984년 인천에서 마지막으로 두루미 발견되고 그 이후로 한동안 못 보다가 몇 년 전부터 강화도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라며 "두루미는 인천을 대표하는 시조다. 인천은 두루미(학)를 상징하는 지명이 많다"라고 뉴스펭귄에 11일 전했다.
그는 "그런데 인천이 아파트나 주택단지 등 매립 공사를 많이 하면서 청라국제도시 같은 두루미 주요 서식지를 황폐화시켰고 두루미가 다 사라졌다"라며 "귀한 두루미가 다시 인천을 찾아오고 있으니 잘 보호하고 보존해서, 더 나아가서는 개체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가 말한 것처럼 두루미를 멸종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주된 요인은 갯벌 및 습지의 매립과 농경지 감소 등에 따른 서식지 감소다.
게다가 각종 유해 물질로 오염되는 서식지와 두루미 알 채집, 불법 밀렵, 독극물 중독, 전선 사고 등과 함께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비가 오지 않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지역이 늘자 사람과 가축들이 두루미가 기존에 살고 있던 습지로 몰려들면서 갈등을 빚는 것이다.
겨울철새인 두루미는 중국, 일본, 몽골, 러시아 등지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10월 말 와서 이듬해 3월 초 떠난다. 전 세계적으로 약 3000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 1000마리 내외가 매년 겨울을 지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다만 인천시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송학동, 청학동, 선학동, 학익동, 문학동 등 인천이 두루미, 즉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 많다는 이야기에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최재용 사무처장은 "문학이나 청학 등이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라는 설명은 틀린 것이다. 이들 이름에서의 ‘학’은 ‘두름/둠’이라는 우리 옛말에서 나왔다"라고 지난 10일 뉴스펭귄 물음에 답했다.
최 사무처장에 따르면 두름/둠은 ‘두르다’의 명사형이며 이는 ‘주변을 빙 둘러싸다’라는 뜻이다. 지명으로 쓰일 때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나 ‘우묵하고 깊숙한 땅’을 말한다. 때로는 ‘산 속 깊숙한 외딴 곳’을 말하기도 했고, 산 자체를 나타낼 때도 썼다.
하지만 ‘두름’ 발음이 ‘두루미’와 비슷하다 보니 이 말을 한자로 바꾸면서 ‘鶴(학)’ 자를 쓴 곳이 우리나라에 많다는 것. ‘두름’을 ‘두루미’로 잘못 알았거나, 새로 짓는 이름에 기왕이면 좀 더 좋은 뜻을 가진 글자를 갖다 붙여서 생긴 일이다.
최 사무처장은 "어느 쪽이든, 이 탓에 원래 산을 뜻하는 이름이 난데없이 두루미가 되고, “산의 모양이 학을 닮았다”는 엉뚱한 말까지 만들어 냈다"면서 "문학산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청학·선학·학익동은 모두 문학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 그 어느 곳도 사실 두루미와는 관계가 없다. 중구 송학동(松鶴洞)은 ‘두름/둠’과 관계없이 동네에 소나무(松)가 많고, 학처럼 고고한 기풍이 있어 광복 뒤에 새로 지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면서도, 두루미 수가 많이 늘어나 수천, 수만 마리씩 인천을 찾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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