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개와 고양이는, 말과 소는, 코끼리와 새는 어떻게 슬픔을 보고 듣고 느낄까? 당연하게도 동물들도 슬픔을 느낀다. 슬픔은 동물에게 흔적을 남긴다. 바버라 킹은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에서 동물들의 슬픔과 사랑을 사려 깊게 들여다본다.
책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 오만이라면, 반대로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식으로’ 슬픔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도 오만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고양이들은 눈물을 자주 흘리지만 그 눈물이 꼭 슬픔 때문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이 그러하듯 눈물은 생리적인 이유로도 분비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 굶주림이나 새끼나 친구를 잃은 이유로 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섣부르게 추측할 수는 없다.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코끼리, 침팬지, 돌고래처럼 슬픔을 잘 느낀다고 알려진 동물들부터 개, 고양이, 닭, 토끼, 소, 말, 돼지, 새, 거북 등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동물들까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의인화된 슬픔을 덮어씌우지도 않는다. 그들에게서 인간이 슬픔을 느낄 때 보이는 행동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슬픔이라고 하는 순간 중요한 차이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인 우리가 동물들이 겪는 슬픔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언어적 장벽을 넘는다 하더라도 사자가 우리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듯 우리 역시 사자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기에 완전한 이해에는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뜻이다.
이건 우리에게 단순한 한 가지 사실을 환기시킨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슬픔을 통과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는 것.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눈물을 삼킨다.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있고 폭식을 거듭할 수도 있다. 넋을 놓을 수도 있고 묵묵히 일상을 살아갈 수도 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고양이 윌라는 세상을 떠난 자매 카슨을 찾아 온종일 울며 집 안을 헤매고 다닌다. 코끼리 시시는 친구 티나의 무덤 위에 자신이 아끼던 타이어를 내려놓는다. 토끼 빈센트는 친구 루시가 세상을 떠나자 루시가 좋아했던 자리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다. 그들은 먹기를 거부하고 먹을 것을 찾지도 않는다. 평상시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한다. 몸무게 줄고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이를 따라 무지개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저자 바버라 킹은 윌리엄메리대학 인류학과 명예교수이자 유인원 관찰자이자 고양이 구조자이자 과학작가다. 그는 과학자로서의 조심스러움과 동물 애호가로서의 애정으로 이 까다로운 주제를 다룬다. 다만 묘사적 세부를 통해 그들의 슬픔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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