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삶에서 길어올린 글은 힘이 있다. 여러 책 중에 단번에 끌렸던 이유다. 일본 오가닉가든협회 대표이자 정원 관리 회사를 운영하는 히키치 부부는 생명이 순환하는 '오가닉 가든'을 만들고 전수한다. 오가닉 가든이란 관리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며,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정원이다. 두 부부는 정원의 문턱을 낮추고, 연결과 순환이 있는 삶으로 초대한다.
오가닉 정원의 진짜 의미
먹거리가 유기농인지 아닌지 신경 쓰는 사람은 많아도 정원이 '오가닉'인지에는 관심이 덜하다. 정원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자연이자 개인적인 공간이기에 '예쁘고 깨끗한' 정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에 무감각해지기 쉽다. 그러나 오가닉 가든은 지속가능한 정원을 의미하며,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순환해야 한다. 히키치 부부는 인간과 생명이 교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오가닉'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오가닉' 정원의 의미를 묻는 것에서 출발한다. 오가닉 정원은 단순히 농약 배제를 넘어, 규모가 작아도 생물다양성이 높고 물질이 건강하게 순환하며 지역 생태와 조화를 이루는 정원이다. 이 책은 어떤 식물을 어떻게 심을까에 관한 이야기보다, 내 곁의 자연과 더 가까워지려면, 그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어떤 정원이 돼야 하는지 알려준다. 생명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정원이 돼야 한다.
정원은 모두의 집이다
오가닉 가든은 정원사를 비롯해 곤충부터 흙 속 미생물까지 다양한 생명이 편하게 이용하는 공간이 된다. 그야말로 생명체를 불러들이는 집이다. 더 많은 생명체를 보고 싶어 곤충호텔을 만들었더니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오기도 했다. 동일본두꺼비가 둥지를 틀었고 도마뱀붙이가 정착했다. 때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생명체만 찾아오진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도 농약에 의존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저자들은 알려준다.
생명이 순환하는 정원 만들기
히키치 부부는 최대한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고, 생물을 소중히 여기며 순환하는 정원을 만들어왔다. 이른바 '생명이 순환하는 정원'이다. 생명이 순환하는 정원이란 생태계의 원리를 기본으로 작물을 키우거나 잡초를 살리는 정원, 낙엽과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하고 빗물이나 태양광을 이용해 물과 전기를 아끼는 정원을 말한다.
부부는 빗물 저금통을 만들고 자가 발전한 태양광 패널로 사용해 정원을 가꾼다.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를 거대한 새집 모양으로 쌓아 야생동물의 안식처를 마련하기도 한다.
정원에 구덩이를 파고 생태 화장실을 만들기도 한다. 미생물의 힘을 빌려 배설물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퇴비 화장실이다. 낙엽, 음식물쓰레기, 배설물 등 쓰레기로 취급하던 것들이 흙으로 돌아가면 보물이 된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것을 들이지 않고 이미 있는 것들을 버리지 않는 지혜는, 재난처럼 긴급한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작은 공간도 정원이 된다
"우리 집에는 정원이 없어서", "우리 집은 공동주택이라", "너무 좁아서"라며 정원 가꾸기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부부는 손을 내민다. 집 앞 작은 공간이나 베란다 같은 좁은 곳에서도 나름 정원을 꾸릴 방법을 소개한다.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중요한 이유는, 정원의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통해 일상에서 자연과 이어지며 여러 생명과 관계 맺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다. 작은 화단과 텃밭이 변하면 우리 삶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정원이 변하면 삶도 변한다고?
1950년~1960년대 일본에는 사람들의 살림터와 가까운 곳에 마을산이라 불리는 잡목림이 있었다. 당시 마을을 이뤄 살았던 사람들은 그곳에 논밭을 일구어 순환하는 생활을 했다. 이 잡목림은 일상에 뿌리를 둔 산이자 마을과 가까워 '마을산'이라 불렸다.
부부는 이 마을산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정원은 개인의 만족을 위한 경우가 많지만, 사람들이 마을을 이뤄 더 커다란 정원을 만들면 지구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커뮤니티 정원을 만들거나 텃밭을 공동으로 운영해 다양한 이들이 교류하는 장으로 만든다면, 무궁무진한 꿈이 펼쳐질 수 있다고 부부는 한껏 기대한다. 그게 바로 '오가닉 가든', 서로 이어지고 순환하는 정원이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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