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한 기자] 현대 사회는 ‘외모 지상주의’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분명 그렇다. 다들 입으로는 ‘속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겉모습이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사회적 평가가 크게 달라지는 일이 우리 주변엔 많다.
사람이나 동물만 그런 게 아니다. 식물도 그렇다. 시장에서는 농산물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상품성을 평가하고 그 기준으로 값을 따져 매긴다. 크고 모양이 반듯하며 색과 표면이 고우면 비싸고, 반대로 작거나 외형이 거칠면 싸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기준으로 과일이나 채소를 고르고 있을 테다. 이런 가운데 어떤 식물은 ‘못난이’라는 이름도 붙는다.
마치 상식처럼 받아 들여지는 이런 경향은 문제가 없을까? 온라인 과일가게 '공씨아저씨네'를 운영하는 저자 공석진씨는 이 기준이 “일반적인 농산물시장 등급 기준이고 소비자가 가진 고정 관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이 기준을 상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맛 좋은 자두가 탁구공처럼 작으면 사람들은 외면한다. 싱싱한 애호박도 곧게 뻗지 않고 살짝 휘면 ‘B급’이 된다. 과일 껍질에 작은 점 하나가 있으면 그 상품은 ‘못난이’가 된다. 흠집이 나면 당도나 맛을 의심한다는 의미다.
크고 둥글면 잘났고 작고 휘어지면 못났을까? 그럴 리 없다. 과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이 땅과 환경 그리고 사람의 땀이 어우러진 결실이다. 날씨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그러다 보니 과일이든 채소든 땅에서 온 먹거리들은 모두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그게 당연하다. 저자는 이런 다름을 상품성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한다.
상상해보자. 만일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떨까? 애호박을 반듯한 일자로 키우기 위해 플라스틱 필름에 끼워 성형한다면? 과일 크기를 키우려고 화학비료와 호르몬제를 투입하고 색을 잘 내기 위해 착색제를 쓴다면? 이 세상에는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 약도 있다.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과일 파는 아저씨의 책을 소개하려는 이유는 저런 시선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널 뛰고 기온과 강수량이 심술을 부리면 그 직접적인 피해는 1차적으로 농민의 몫이다. 가뭄 속 봄비가 약이 되지만 ‘적당히’를 모르는 최근의 여름비는 1년 농사를 망치는 독이 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상상이 아니다. 저자도 직접 겪은 일이다.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하지만 의미있게 녹아있다.
‘차별 없는 과일가게’를 꿈꾸는, 꿈만 꾸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냈던 공씨아저씨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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