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한 기자] 새는 공룡이다. 기자의 주장이 아니라 이 책 1장 첫 번째 챕터의 제목이다. 책에 따르면 새가 파충류와 연관되어 있다는 견해는 시조새가 발견된 1860년대부터 등장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새가 공룡에서 진화했다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새의 특징은 간단히 구분짓기 어렵다. 이들은 어류 양서류, 파충류, 그리고 포유류와 같이 척추가 있는 동물이다. 하지만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모든 조류가 날아다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날아디니는 모든 척추동물이 모두 새도 아니다.
저자가 1장 첫머리에 밝힌 바에 따르면 새는 대부분의 파충류와 같이 알을 낳고 어미 몸 밖에서 초기 발생이 진행되며 악어 또는 포유류와 같이 심장이 4개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새는 포유류가 그렇듯 온혈 동물로 대사율이 높아서 먹이를 정기적으로 먹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척추동물로는 유일하게 이빨이 없고 대신 부리가 있다. 새의 뼈는 공기로 가득 차 있어서 다른 척추동물의 단단한 뼈에 비해 가볍다. 이 뼈에는 공기주머니도 있다.
새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선생님을 인용해 “새는 살아남은 마지막 공룡”이라고 선언한다. 새가 수억년에 걸쳐 공룡에서 진화했으며 점진적으로 현대 조류의 특징들을 진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책에 등장하는 첫번째 삽화는 조류의 계통분류 관련 내용인데, 수억년 동안 조류의 해보학적 특성들이 진화한 경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멸종기에 어떤 계통이 살아남았는지도 보여준다.
이 책은 조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새에 관해 생물학에서 알아야 할 최소한의 내용으로 꾸려졌다. 그렇다고 전공책으로 봐야하는 건 아니다. 새 관찰자들이 알아야 할 조류학 입문서기도 하다. 시조새와 현생 집비둘기의 골격을 비교한 그림, 새들이 이동하는 이유를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들여다 본 글, 새들이 둥지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방법 등 흥미로운 내용이 계속 이어진다.
저자 그레이엄 스콧은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생물학 학위를 받았다. 이후 헐 대학에서 생물학과 학과장 등을 거쳐 현재 교육전문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푸른박새의 공격적 과시행동과 가락지 부착 조사 과정에서 박새류의 성 감별 등 폭넓은 연구를 수행했다. 영국조류학신탁의 저널인 ‘조류표식과 이동’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옮긴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안양천 겨울철새 시민과학 모니터링을 수상하고 대학 진학 후 야생조류연구회 활동을 해온 인물이고, 감수자는 조류행동학자다. 새를 사랑하는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쓰고 번역하고 감수한 셈이다.
제목처럼 새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생활사에 대해 전체적으로 짚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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