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기후위기는 전설도 우화도 SF도 아닌 현재진행형의 현실이자 사실이다. 이미 기후변화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진행되었고 인간은 발전을 포기하고 기후를 되돌릴 생각이 없다.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 (로이 스크랜턴 지음 안규남 옮김. 시프)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 (로이 스크랜턴 지음. 안규남 옮김. 시프)

냉정하게 말하면 인류는 문명을 이어갈 확률이 희박하다. 학자들은 기후위기가 한순간의 멸망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질병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류세에서 죽음을 배우다’의 저자 로이 스크랜턴은 지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적 분석보다 철학적 사고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여기에서 죽음은 개인으로서의 죽음뿐만 아니라 문명을 만든 인간으로서의 죽음까지 포함한다. 우리는 기억과 역사와 철학을 남기고 죽는 법을 배워야 하고, 그것은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많은 정책 전문가, 기후학자, 국가 안보 관료의 견해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지구온난화가 사실인가 혹은 지구온난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이 뜨겁고 급변하는 세계에서의 삶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다.”

본문에 나오는 이 뜨겁고 급변하는 새로운 세계를 지칭하는 이름이 인류세다. 2000년에 처음 제안된 용어로 새로운 지질시대의 개념이다. 인간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시대로 특징은 환경 파괴다.

인류세의 시대를 배경으로 이라크 참전용사이기도 한 저자는 급박한 기후변화의 문제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독자들과 함께 이라크 전쟁과 뉴욕의 환경 시위를 지나 길가메시와 호메로스의 시대를 넘나들며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과학학과 홍성욱 교수는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죽음 직전에 주변을 정리하듯, 우리는 지금 살아서 버려야 한다. 인류세 시대에 제대로 죽는 법을 배우는 게,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결론은 다시 죽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죽는 법을 배움으로써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과 접속되고 두려움 없이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는 막연하고 긍정적인 낙관론도, 결국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아니다. 다만 기후위기의 시대에 인간이 다시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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