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정말 더 풍부한 감정을 느낄까? 지능이 높은 동물이 지능이 낮은 동물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낄까?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를 쓴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 (마크 베코프 지음. 김민경 옮김. 두시의나무)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 (마크 베코프 지음. 김민경 옮김. 두시의나무)

마크 베코프는 동물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회의론자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50년 넘게 동물의 감정을 연구해온 과학자다. 그는 동물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축적해온 다양한 과학적 연구 성과와 증언, 흥미로운 동물 일화를 통해 동물의 감정과 그 감정이 중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인간의 감정을 특별하고 우월하게 여기는 ‘인간 중심주의’를 오만하다고 비판하며, 오히려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동물이 느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굶주린 붉은털원숭이는 자신이 먹이를 먹으면 다른 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먹이를 먹지 않으려고 한다. 실험실에서 다른 생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생쥐는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통에 몸부림친다. 차에 치여 죽은 까치 주위에 모여있던 까치들은 풀잎을 물고 돌아와 죽은 까치 옆에 내려놓는다. 장애가 있는 코끼리와 함께 걸을 때 다른 코끼리들이 기다려준다. 

공감과 유대라고 부를 수 있는 행동들이 동물들의 세계에 차고 넘친다. 동물들의 감정은 투명하다. 꼬리, 눈, 울음소리, 걸음걸이, 표정, 체취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동물들을 인간들만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동물에게 끌리는 이유는 바로 동물의 감정 때문이며, 동물이 인간에게 이끌리는 이유도 감정 때문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감정이 인간과 비인간의 중요한 소통 수단인 셈이다.

인간이 동물과 같은 언어를 쓰지 않음에도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감정이라는 공통의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의 감정 표현으로 간접적으로 대화할 뿐이다. 인간에게 인간의 감정이 중요하듯, 동물에게도 동물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동물에게 감정이 존재하고 그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게 됐다면, 그다음 순서는 무엇일까? 저자는 윤리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남용하는지 살피고 그 방식이 우리의 신념과 지식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의 방법이 재야생화(rewilding)다. 재야생화는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을 복원시키는 것으로 모든 생명체를 동등한 생존권을 가진 존재로 대한다는 개념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동물복지(welfare)를 동물웰빙(well-being)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동물복지는 동물의 고통을 줄이려고 최대한 노력한다는 전제 아래 끔찍한 학대를 허용한다. 동물웰빙은 모든 개체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이다. 각 개체의 기쁨과 고통에 중점을 두고 개별 동물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것. 무엇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즉 우리의 지식이 우리의 행동과 연민과 항상 어우러지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저자는 요청한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동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여러분이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중략) 자기 역량으로는 도저히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경우라도 무자비한 취급을 받고 있는 동물들에게 우리는 반드시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통받는 이들의 삶에 그저 연민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침묵은 사회 변화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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