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습지를 관찰해 SNS에 올리는 사람, 매주 바닷가 쓰레기를 줍는 사람, 그렇게 30년간 갯벌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그 묵묵한 손길이 담긴 세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나는 갯벌의 다정한 친구가 되기로 했다
김준·맹하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바닷물이 찰랑찰랑하게 차올랐다 빠져나가면 드러나는 땅, 갯벌. 그 안에는 숱한 생물의 생태계와 인간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갯벌 인문학자' 김준 교수는 지난 35년간 우리나라 곳곳의 갯벌을 찾아다니며 갯벌 문화와 어촌 공동체를 연구에 앞장섰다. 실제 서천, 고창, 보성·순천, 신안 갯벌은 김준 교수의 적극적인 활동이 더해져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는 그런 갯벌이 품은 생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다정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갯벌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경쟁 중심의 사회에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공존’의 가치가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갯벌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 훼손된 갯벌을 되살리려는 굳은 마음까지 담긴 이 책은 갯벌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돼준다.
오늘도 쓰줍
한주영 지음 | 리리 퍼블리셔
해안도로를 따라 버려진 일회용컵과 담배꽁초를 보며 '누군가 치우겠지' 생각했던 사람은 결국 '누군가'가 됐다. 발리 여행 중 서핑하다가 해양쓰레기 더미에 둘러싸인 경험을 하면서다. 2017년부터 깨끗한 제주 바다를 만들기 위해 매주 해양쓰레기를 줍는 단체 '세이브제주바다'의 한주영 대표 이야기다. 그는 쓰레기를 주우며 맞닥뜨린 바다의 이면과 인간의 민낯을 250점의 사진으로 보여준다. 마스크부터 꽃다발, 커터칼, 오줌통, 선풍기, 타이어, 냉장고...기상천외한 것투성이다.
나 하나 쓰레기 줍는다고 뭐가 그리 달라질까 싶지만, ‘나 하나’가 모여 8년간 103톤의 쓰레기를 약 1만161명이 수거했으니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환경운동가라는 말을 너무 무겁게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는 답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자신만의 방식대로 환경을 위해 힘쓴다면 누구든 환경운동가라고.
야생동물의 품 우포늪
이인식 지음 | 우리교육
"우포늪에 왜 사냐고 묻는다면 그저 웃지요." 우포늪을 지킨 1세대 환경운동가 이인식. 교사이자 환경운동가로 30년 넘게 우포 곁을 지켰다. 갈대밭이 불탈 때는 맨몸으로 뛰어들었고, 따오기 복원을 위해 중국을 찾았으며, 매일같이 페이스북에 우포늪을 기록한다. 그렇게 따오기는 돌아왔고, 우포늪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왜가리 할배' 이인식에게 우포늪 보전이란 그저 그대로 두는 일이 아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우포늪에서 생산한 무공해 쌀을 판매하는 경제공동체를, 환경을 민관이 함께 책임지는 생태공동체를, 주민이 따오기를 살피는 마을공동체를 꿈꾼다. 이 책은 우포를 위한 삶을 택한 한 사람의 분투기이자, 생태 에세이다. 우포늪을 걷듯 한 걸음 한 걸음 그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우포늪 생명들의 소리가 들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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