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에코페미니즘은 생태계 원리로 세상을 이해한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 생명 유지 장치가 되어준다는 의미다. 따라서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과 효율성만을 고려한 발전과 차별은 경계 대상이 된다.
상호성을 망각하고 다양성이 실종되면 생태계 균형이 무너진다. 자연과의 관계를 등한시한 결과는 먹이사슬 붕괴라는 생태계 균열로 진행되고 있다.
2019년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는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잡아 먹혀 개체수가 감소하는 것을 의미하는 ‘포식압’이 낮아져 먹이사슬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브라질 캄피나스대 연구팀은 열대지방의 포식압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하고 기후가 불안정해질수록 포식압의 강도가 줄고 2070년이 되면 열대우림과 아마존이 큰 생태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절지동물 생태계에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해당 연구를 지도한 구스타보 쿠에베도 로메로 교수는 “초식동물부터 육식·잡식성동물 등 지구상 모든 동식물과 곤충, 균과 미생물이 먹이사슬에 포함되는 만큼 포식압이 낮아져 균형이 무너지면 생물학적 방제와 양분 순환 같은 생태서비스에 큰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의 위기’ 하면 가장 먼저 오버랩되는 대표적인 동물인 북극곰은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이자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표종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은 “북극곰은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극곰의 위기는 곧 북극 생태계 전체의 위기이자 지구 전체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야생에 남은 북극곰은 약 2만 5000마리로 추정되는데 기후위기로 빙하가 줄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2050년이 되면 개체수가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북극에 사는 북극곰들은 해빙이 녹으면서 먹이를 찾지 못해 비쩍 마르거나 꽝꽝 언 해빙이 아닌 봄이 찾아온 육지 위를 어슬렁거리는 모습으로 자주 목격된다. 해빙 기간이 짧아지면서 이들의 먹이인 물개, 바다표범의 개체수가 줄어 영양실조와 질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석유, 천연가스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북극을 찾는 사람들로 서식지가 파괴돼 그들의 삶의 터전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반인 곤충의 개체수 감소도 눈여겨봐야 한다. 곤충은 다른 동물의 먹이원이 되는 동시에 식물의 수분 매개자로 생태계의 근간을 이룬다. 생태계에서 관찰되는 새나 양서류의 개체수 감소 역시 알고 보면 곤충의 수와 직결된 경우가 많다. 원인은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 살충제 사용, 기후위기가 주범으로 꼽힌다. 곤충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태계의 가장 밑바닥이 위협받고 있다는 신호다.
푸에르토리코의 천연림의 곤충 개체수가 감소하자 숲의 척추동물 수가 급감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벌레가 먹이인 새의 개체수가 90% 줄었고, 도마뱀은 30% 이상, 개구리 약 65% 감소했다. 해당 내용은 2019년 영국 가디언과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이 브래드퍼드 리스터 미국 렌슬레어 폴리테크닉대 생물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도한 것이다.
당시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지목됐다. 연구에 따르면 30년간 숲의 온도는 평균 2도 상승했다. 온도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열대림은 이렇게 작은 기온 상승만으로도 생물의 생태에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다.
먹이사슬 붕괴 현상은 바다에서도 관찰된다. 이번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원인이다. 동아일보는 17일 중국 난징대 연구팀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 미세플라스틱이 해조류 광합성의 7%에 관여한다고 보도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방해하면서 먹이사슬을 위협해 해양 생태계를 위험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 눈부신 산업화라는 화려한 단어 뒤로 기후변화, 환경오염, 미세플라스틱, 먹이사슬 붕괴라는 위기의 단어가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자연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코페미니스트의 어머니로 불리는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지구에 대한 극심한 폭력으로 생태위기가 발생했다”며 “비폭력 철학과 배려의 경제에 기대야 한다”고 말한다.
에코페미니즘은 생태계 위기 극복을 위해 인간 중심적 자연관과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본생태론입니다. 차별과 폭력에서 벗어나 평등하고 자연스러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넓게 보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다양한 현상으로 확장돼 기후위기, 멸종위기종, 탈플라스틱, 자원순환, 제로웨이스트, 바른먹거리, 정직한 거래와 같은 주제로도 모두 연결됩니다. <뉴스펭귄>이 생물다양성 실종의 시대에 에코페미니즘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에코페미니즘이 우리 일상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평소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에코페미니스트들의 현장 이야기와 함께 살펴볼 예정입니다. 우리가 멸종위기 시대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기후위기 극복의 힌트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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