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이라는 것이 있다. 물, 공기, 토양과 같은 생태 자원과 서비스에 대한 인류의 수요가 그 해 지구가 생산하고 흡수해 재생할 수 있는 생태 자원의 양을 초과한 날을 의미한다. 한 해에 주어진 생태 자원을 모두 소진한 날인 것이다.
지구의 생태 용량을 인류의 생태발자국으로 나누고 1년의 일수인 365를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영어로는 ‘오버슈트데이(Earth Overshoot Day)’라고 부른다.
지난해 인류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8월 1일이었다. 이 말은 8월 1일 전까지는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을 사용했지만, 1일 이후 5개월간은 후손들이 써야 하는 자원을 앞당겨서 써야 한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지구의 자원 통장이 ‘텅장’이 된 날이다. 문제는 텅장 이후 생긴 빚을 갚을 주체가 미래세대라는 것이다. 인류 생태 용량 초과의 날 이후의 모든 소비는 미래 세대들에게 지는 빚이다. 미래 세대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도 가져다 쓰는 것이라 사실 탈취에 더 가깝다.
미국 환경연구단체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GFN)가 1971년 처음 발표하던 때만 하더라도 12월 말이었던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매년 앞당겨지다 2000년에는 10월, 2022년에는 7월로 앞당겨졌다. 50여 년 사이 5개월 정도 빨라진 것이다.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국가별로 다른데, 미국은 지난해 3월 14일, 캐나다는 3월 15일, 호주는 4월 5일, 독일은 5월 2일이었다. 한국은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이른 4월 4일로 글로벌 기준 아홉 번째로 빠르게 생태 자원을 소비하는 국가다. 전 세계가 한국처럼 자원을 빠르게 소비한다면 한 개의 지구가 아닌 3.5개 이상의 지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GFN은 2023년 “생태 용량 초과 감소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하며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3% 감축시키려면 7년 동안 매년 19일씩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을 늦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구에 빚을 지게 된 결과는 전 세계에 폭염, 산불, 홍수, 폭설, 태풍의 모습으로 매년 더 자주 더 강하게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뭄과 집중호우 피해 소식과 함께 이상고온으로 농장 동물과 양식어류들의 집단폐사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그렇다면 빚을 지지 않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면 13일, 육류 소비를 50% 줄이면 17일, 저탄소 전력 공급원을 현재보다 2배가량 늘리면 26일, 탄소발자국을 절반으로 낮추면 93일을 더 벌 수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2023년 2월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에 쓴 “자연환경은 인간에게 단지 경제성장을 위한 재료가 아니라 인류가 살아갈 터전이다.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의 규모는 시장 소비자의 지불 의사가 아니라 지구의 생성 역량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고, 소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소비하지 않고, 순환시킬 수 있는 것은 순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지구에 살면서 3개가 넘는 지구가 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음을 부끄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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