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자와 피해를 감당하는 자 사이가 분리돼 전 지구적으로 불공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자와 피해를 감당하는 자 사이가 분리돼 전 지구적으로 불공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요 며칠 기후위기와 관련해 전해진 두 가지 소식이 있다. 지난해 기후위기로 뎅기열이 빠르게 확산했고, 올해 초 남극의 과학기지에서 빠르게 눈이 녹고 있다는 뉴스다. 

YTN이 13일 기초과학연구원의 발표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뎅기열 감염자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기후변화였다. 연구팀은 이상 고온과 극단 강우 현상이 모기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분석했다. 

14일에는 본지를 비롯해 국내 언론사들이 올해 1월 남극장보고과학기지의 기온이 역대 최고인 8.1도로 관측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기존까지의 최고 기온인 2021년의 6.7도를 4년 만에 1.4도 넘어선 것이다. 극지연구소는 지난달 이례적인 고온 현상과 여름철 맑은 날씨가 지속된 영향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 소식들은 단편적으로 보면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표면으로 드러나는 불편하고 분명한 일들이 있다’로 읽힐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한 가지 아이러니가 남는다. 

남극은 개발의 주체가 된 장소도 아니고 발전과도 동떨어진 곳이라는 것, 지난해 뎅기열 환자가 증가한 주요 국가인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역시 발전과 경제적 부를 누리는 중심축인 북반구가 아닌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이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에 따르면, 북반구 사람이 평생 쓰는 에너지는 아프리카 사람의 500배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피해는 적도 부근, 동남아시아 섬에 가중된다.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자와 피해를 감당하는 자 사이가 지역적으로 분리돼 전 지구적으로 불공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지역적인 분리뿐만 아니다. 세대와 젠더에도 적용돼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더 무겁게 작용한다. 에코페미니즘이 생태정의와 환경정의와 결합해 젠더 정의를 하고자 하는 이유다.

예컨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날씨가 너무 더워지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여성이 가장인 가구의 경제 상황이 남성이 가장인 가구보다 더 나빠진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열 스트레스와 홍수로 인해 여성이 가장인 가구는 남성이 가장인 가구보다 각각 소득의 8%, 3%를 더 잃었다. 전 세계 저·중간 소득 국가의 여성들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 역시 해마다 약 370억 달러 줄고 있는데, 이유는 기후위기가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간의 자본주의 활동과 개발이 불러온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라는 단어 아래 수많은 생명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인간의 자본주의 활동과 개발이 불러온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라는 단어 아래 수많은 생명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러한 일은 종과 종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도시발전이나 개발과는 상관없는 동물과 식물이 영문도 모른 채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의 일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은 1970년에 비해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야생 동물의 개체수가 7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현재 IUCN 멸종위기종 목록에는 16만 6061종의 동·식물과 균류가 등재돼 있고 그 중 4만 6337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북부흰코뿔소, 붉은늑대, 바키타 돌고래 등이 바로 여기 속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4분의 1 이상은 나무다.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산림이 벌채와 도시 개발로 황폐화되고 있는 것이다. WWF는 열대우림 벌채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대규모 농축산업 활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구상에 알려진 생물종의 10% 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담수에 사는 동물들도 위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담수 동물 2만 3496종 가운데 약 25%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원인은 오염과 수자원 추출, 토지 이용 변화와 농업 영향 등이다. 

식물도, 육지 동물도, 담수 동물도 각 개체의 행동이나 서식 활동과는 전혀 관계없는 인간의 자본주의 활동과 개발이 불러온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라는 단어 아래 위기에 처해 있다. 생물다양성의 위협은 단순히 생태계의 위기가 아닌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놀랍게도 인간 역시 생태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에코페미니즘은 생태계 위기 극복을 위해 인간 중심적 자연관과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본생태론입니다. 차별과 폭력에서 벗어나 평등하고 자연스러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넓게 보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다양한 현상으로 확장돼 기후위기, 멸종위기종, 탈플라스틱, 자원순환, 제로웨이스트, 바른먹거리, 정직한 거래와 같은 주제로도 모두 연결됩니다. <뉴스펭귄>이 생물다양성 실종의 시대에 에코페미니즘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에코페미니즘이 우리 일상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평소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에코페미니스트들의 현장 이야기와 함께 살펴볼 예정입니다. 우리가 멸종위기 시대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기후위기 극복의 힌트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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