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강운 대기자] 소중한 자원이자 미래의 가치인 멸종위기생물과 자연을 귀하게 여기며 그들과 교감하는 자리를 만든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북방면의 자연환경연구공원.
공원에 들어서자 줄흰나비와 네발나비, 작은멋쟁이나비가 나풀나풀 자유로운 날개 짓을 하고 반갑다며 곁을 준다. 막 단풍이 들어가는 10월의 숲과 나무들,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는 실로 아름다웠다. 폭염과 열대야로 뜨거웠던 여름이 언제였던가 싶다.
잠시 앉아 깊어가는 가을의 맛을 즐길 때 나무 위를 오르내리는 다람쥐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사람들 발걸음이 꽤 많은데도 아랑곳 않고 평평한 돌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앞발로 도토리를 돌리며 앞니로 껍질을 벗긴다.
손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다람쥐를 자세히 오래 동안 관찰하기는 처음이지만 너무 귀여워 절로 미소가 나온다. 좋아할 만도 하다. 참나무가 다람쥐들이 제일 좋아하는 도토리를 만들어주니 참나무를 베지 않는 한 먹이 걱정 없는 다람쥐는 앞으로도 이곳에서 잘 살아 갈 것이다.
어디 다람쥐 뿐 인가! 수많은 곤충 애벌레들이 참나무 잎을 먹고산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6년 간 애벌레를 연구하면서 필자가 확인한 나방 종류만 297종. 나무 한 그루에 이렇게 많은 생물이 기대어 산다. 생태계 틈바구니 속에서 다람쥐, 나비 애벌레와 그들을 먹여 살리는 참나무까지 조화를 이루며 자기답게 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이 아름답다.
생물과 생물이 만나 하나의 사슬처럼 촘촘히 엮여 생물다양성의 독특한 구조를 만들고 이 구조를 이용하여 용도에 맞게 신약을 만들기도 하고, 양식으로 활용도 한다. 손으로 잡을 수는 없지만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호르몬이나 항체가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와 오염된 물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과 기후위기를 타개할 마지막 카드는 다양한 생물과 그들의 서식처인 자연을 포함하는 생물다양성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생태계의 기능과 생존 능력도 떨어져 살 곳을 빼앗긴 동물들이 인간과 접촉하면서 인수공통의 전염병을 확대시킬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였고 조류독감도 위험성을 더해 가고 있다. 생태계의 촘촘한 그물이 끊어져 어느 한쪽이라도 구멍이 생기면 줄초상이 난다. 그래서 생물다양성의 구성원들은 누구랄 것 없이 다 중요하다.
어제 10월 17일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식이 자연환경연구공원에서 있었다. 공원 조성을 시작할 때부터 자문과 조사를 하며 2006년 ‘효율적인 연구공원 운영을 위한 곤충 다양성 보전 연구’란 제목으로 연구 보고서를 제출한, 인연이 있는 공원이다. 더욱 인연이 깊어져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 선언문’을 낭독하는 귀한 역할을 맡았다.
꼭 10년 전 2014년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평창에서 개최되었다. 생물다양성당사국 총회는 생물다양성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고 강원도는 생태적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강원특별자치도 자체로 생물다양성 기념식을 첫 번째로 개최한 것.
제 1회 강원특별자치도 생물다양성 기념식에서 선언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멸종위기생물종을 보호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고 환경 교육을 강화하고 생물다양성 실현을 협력을 통해 완성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 선언들이 생물다양성의 보전 이유나 방법을 전부 설명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주제를 통해 생물다양성에 접근하는 일은 가능하다.
10년 전 ‘평창로드맵’에서 “지구적 생물다양성의 보전에 기여하고 국제적으로 지구환경 논의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생물다양성을 매개로 국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 환경복지를 구현하고 창조경제를 견인하도록 할 것”이라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추진 사항을 과학기술협력, 재원동원, 개도국 역량강화 등 핵심수단별로 묶어 채택했는데 과연 국가 차원의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선언만으로 환경적 재앙을 줄이고 생물다양성의 보전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댐을 만들어 ‘기후 위기 댐’이라고 그린워싱을 하고 탄소 중립의 큰 흐름을 깨는 하천변 파크 골프장 허가를 남발하는 환경부가 제대로 할 리 없다. 개발하더라도 동물은 다리가 달려 알아서 제 살 곳을 찾아가고, 멸종위기종이나 식물은 옆으로 옮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환경부가 댐 안에서 수몰 될 엄청난 생물다양성을 무시할 것이 자명하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며 멸종위기종을 살려내고 환경을 통한 가치 창조는 많은 사람들이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다. 그러나 훼손되지 않은 환경을 축적할 수 있는 장을 미래세대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내준 적이 없다.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는 아이들의 미래를 다 빼앗고 있는 현실이 공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전 의식이 부족한 환경부만 탓하기에는 현재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후쿠시마를 보고도 원전을 지을 생각을 하고, 미세먼지바람을 맞으면서도 나무와 풀을 벨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지구의 모든 자원을 바닥까지 긁어 모조리 쓴 후에야 알게 될까? 살 곳이 엉망진창인데 2백년 살 수 있는 약을 만들면 무엇하고 어디까지 경제 발전을 해야 만족을 할 수 있을지 안타깝다.
높고 깊은 산의 품위와 품격을 지닌 자연미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을 보전하고 야생 동물의 번식을 도와주는 가장 높은 생물다양성을 지닌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일은 최악의 한수다. 갯벌과 갈대, 흑두루미와 검은머리갈매기로 연간 방문객 800만 명을 불러 모으는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나 연인원 300만 명이 다녀가는 함평군 나비 축제는 얼마나 멋진가? 최고의 생물다양성과 생태 환경으로 경제를 창조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버리고 기껏 ‘케이블카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극복하고 강원도는 환경으로, 자연으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유능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동네가 개발되면 잘살 것이라는 허상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치악산은 그리고 지리산에는 안 된다 할 수 있겠는가? 아무런 특별함 없이 그냥 국립공원만 부수는 격이다. 케이블카가 있어서가 아니라 설악산이, 치악산과 오대산이 그 자리에 있어 오는 것이다.
한반도 내 가장 높은 생물다양성으로 생물다양성당사국 총회가 개최된 강원도의 한 단계 높은 환경 의식이 지속되어 모든 생명들은 마땅히 생명권을 누리고 생물다양성의 경제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특별자치도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제 1회 강원특별자치도 생물다양성 기념식 행사 중 최고의 백미는 역시 멸종위기종 방사였다. 큰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에 부리부리한 눈이 매서운 멸종위기종 Ⅱ급 참매와 메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한반도 고유종의 가치를 지닌 미유기가 방사되었다.
푸른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가는 참매와 깨끗한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미유기를 향해 “잘가, 그리고 잘 살아” 참석자 모두 한 마음이었다.
이강운 대기자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붉은점모시나비, 소똥구리, 물장군 등 멸종위기종 복원과 멸종위기종의 산업적 활용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곤충방송국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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