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 #65] 철원이 두루미 낙원이 되기까지

  • 조은비 기자
  • 2023.02.18 00:00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강원도 철원군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두루미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강원도 철원군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두루미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는 두루미가 올해 겨울에도 강원도 철원을 찾았다.

두루미는 몸길이 약 136~140㎝의 대형 조류다. 날개를 펼친 길이는 약 240㎝다. 전체적으로 하얀 깃털을 지녔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깃이 검은색이어서 날개를 접으면 꼬리가 검은색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행을 위해 날개를 펼치고 힘차게 도약하고 있는 두루미 한 쌍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비행을 위해 날개를 펼치고 힘차게 도약하고 있는 두루미 한 쌍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머리의 일부는 붉은색을 띠고 있는데, 이는 깃털이 아니라 피부다. 멀리서 보면 작은 빨간색 베레모 모자를 쓴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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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을 찾은 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철원을 찾은 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학(鶴), 선학(仙鶴), 단정학(丹頂鶴) 등 여러 이름이 있으며 순우리말인 '두루미'는 '뚜루루'하고 우는 울음소리에서 유래됐다.

두루미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사랑을 받아온 동물이다. 신선이 타고 다니는 신성한 새로 여겨지고, 불로장생의 상징인 십장생 중 하나로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 두루미의 수명은 약 30~50년이다.

선비들이 입던 옷 중에는 두루미의 색 조합을 반영해 만들어진 '학창의(鶴氅衣)'가 있었고, 각종 자기, 병풍, 자수 등에 새겨져 있어 우리 민족의 두루미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국내 500원 동전에 있는 새도 두루미다.

두루미와 구름무늬가 있는 고려청자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을 재현해낸 작품이 서울역에 전시돼 있다.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은 국보 제68호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두루미와 구름무늬가 있는 고려청자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을 재현해낸 작품이 서울역에 전시돼 있다.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은 국보 제68호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이렇듯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 및 오염 등의 이유로 개체 수가 감소해 야생에는 약 2000~2650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 Vulnerable)'에 해당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며 국내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천연기념물 202호에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두루미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과 서식이 확인된 지역을 색깔로 표시한 지도 (사진 IUCN)/뉴스펭귄
두루미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과 서식이 확인된 지역을 색깔로 표시한 지도 (사진 IUCN)/뉴스펭귄

두루미는 시베리아, 중국 북동부 등지에서 지내다가 10~3월 몽골 동부, 중국 동북부, 일본 북해, 한국 강원도 철원군, 경기도 연천군, 파주시 등을 찾아와 겨울을 난다.

그중에서도 수많은 두루미들이 철원을 겨울 보금자리로 택하고 있다. '철원 두루미 운영협의체'에 따르면 2021년 철원에는 두루미 약 1100~1300마리, 재두루미 약 5000~6500마리가 발견됐다. 철원 두루미 운영협의체는 지역 주민의 소득창출과 두루미 보호를 목적으로 5개 마을, 5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곳이다.

두루미와 재두루미 무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두루미와 재두루미 무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그동안 철원에서 확인된 두루미는 7종으로, 두루미(Grus japonensis), 재두루미(Grus vipio), 흑두루미(Grus monacha), 검은목두루미(Grus grus), 시베리아흰두루미(Grus leucogeranus), 쇠재두루미(Anthropoides virgo), 캐나다두루미(Grus canadensis) 등이다.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는 국내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해당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재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재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철원 두루미 운영협의체 류종현 사무국장은 "시베리아흰두루미, 쇠재두루미는 2년에 한 번 정도씩 발견이 되고, 나머지 5종은 매년 발견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두루미는 부모 개체에게 어디를 가야 한다는 것을 교육받는데, 일부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시베리아흰두루미, 쇠재두루미 무리가) 이동할 때 늦장을 부리던 개체들이 다른 종이 가는 것을 뒤늦게 쫓아와 여기에 오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위쪽부터 시베리아흰두루미, 쇠재두루미. 철원의 국제두루미센터에서 두루미 종류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위쪽부터 시베리아흰두루미, 쇠재두루미. 철원의 국제두루미센터에서 두루미 종류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최근 상황에 대해서는 "1월에 철원이 너무 추워지고 먹이가 부족해지자 재두루미가 곳곳으로 흩어졌다"라며 "캐나다두루미는 몇 년 전만 해도 1~2마리만 보이더니 번식을 했는지 이번에는 20~30마리까지 발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제두루미센터에서 영상으로 소개되고 있는 캐나다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국제두루미센터에서 영상으로 소개되고 있는 캐나다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두루미 낙원 철원
주민들의 노력으로 환경 조성

철원이 두루미가 살기 좋은 곳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류종현 사무국장은 "군인들이 지키는 민간인통제선(이하 민통선)이 굉장히 안정적인 서식지가 된다. 겨울에는 사람들이 농사 관련해서 드나들 일이 크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인근 주민들이 하는 노력도 두루미들의 서식을 돕고 있다.

류종현 사무국장은 "과거에는 기러기가 늦게 가니까 농작물 피해가 발생해서 먹이를 먹을 수 없도록 논을 갈아엎기도 했다. 그런데 농민들이 두루미가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예쁘기도 하고, 딴 데 안 가고 여기만 오니까 서서히 신경을 써주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농민은 꽤 오랜 기간 자기 돈으로 먹이를 구입해서 뿌려주고 있다. 왜냐고 물어봤을 때 두루미가 눈 덮인 땅이 얼어서 먹이를 먹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불쌍해서 그때부터 주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그런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과 얘기하고 하다 보니 농민들도 두루미와 공생하기 위해 볏짚을 썰어놓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류종현 사무국장은 "벼를 베면 볏짚이 나오는데 벼 낟알들이 많이 붙어있다. 이걸 소먹이용으로 묶어놨다가 팔 수도 있지만, 두루미들 먹으라고 썰어서 논에다 내놓는 것"이라고 전했다.

먹이활동을 하는 재두루미 뒤쪽에 축산 농가에 판매하기 위한 용도로 묶어둔 볏짚들이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먹이활동을 하는 재두루미 뒤쪽에 축산 농가에 판매하기 위한 용도로 묶어둔 볏짚들이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철원군 청정환경과 관계자는 "이를 '볏짚존치사업'이라고 한다. 볏짚존치사업은 민북지역 농가들이 참여할 수 있다"라며 환경부, 지방비, 군비 등으로 볏짚존치를 한 주민에게 일부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어 "먹이주기 활동도 있다. 군에서 약 3000만원으로 옥수수나 설 익은 벼 '청치'를 사서 창고에 두면 양지리 마을 주민들이 일주일에 2번 정도 뿌려준다"라고 말했다.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재두루미 한 쌍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재두루미 한 쌍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또 두루미의 서식을 돕기 위해 추수가 끝난 논에 물을 대주는 작업도 도움이 되고 있다.

두루미는 천적이 다가오는 것을 빠르게 알아차리기 위해 수심이 얕은 물에 발을 담그고 자거나, 한겨울 저수지의 얼음 위를 잠자리로 택하는 습성이 있다.

류종현 사무국장은 "먼저 철원에는 1년 내내 지하수가 올라오는 샘통이 있어 서식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농민들이 노력하는 것이 10~11월 아직 수심이 깊은 저수지가 얼지 않을 때 와서 잘 곳이 부족한 두루미들을 위해 논에다 물을 대준다"라고 말했다.

물이 잘 얼지 않는 샘통에 오리들이 찾아왔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물이 잘 얼지 않는 샘통에 오리들이 찾아왔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그는 "한탄강 일대도 잠자리였는데 일부 사진가들이 들어가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플래시를 터뜨리고 하니까 방해를 받더라"라며 "논에다 물을 대주면서 잠자리가 생겼고, 조류인플루엔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군데 분산을 시켜놨다"고 전했다.

원주지환경청 자연환경과 송유철 주무관은 "논에 물을 대놓은 곳이 빙판으로 얼면 거기를 잠자리로 쓴다"라며 "먹이활동과 휴식을 연계하기 위해 볏짚을 존치한 논 근처에 무논이 조성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유철 주무관은 "협의된 분들이 물을 대서 겨울 동안 유지를 해주면 거기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두루미를 알리고
이익을 얻는 선순환

철원군은 주민들의 협조 하에 두루미를 보호하고, 그 가치를 알리면서 이익을 얻는 선순환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두루미 축제도 비슷한 사례다. 인근 주민들은 캐나다두루미를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에게 탐조 프로그램, 가이드 등을 제공하며 수익을 얻고 있다.

그 일환으로 DMZ두루미평화타운에서 신청할 수 있는 탐조 프로그램이 있다. 'DMZ두루미탐조', '한탄강 두루미탐조' 두 가지가 있지만, 수해 복구 작업으로 인해 올해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DMZ두루미탐조만 운영되고 있다.

국제두루미센터, DMZ두루미평화타운의 전경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국제두루미센터, DMZ두루미평화타운의 전경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두루미 탐조에 쓰이는 버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DMZ두루미탐조 프로그램의 가격은 일반 1만5000원, 학생 6000원이지만 각각 1만원, 5000원은 철원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철원사랑상품권'으로 환급이 된다.

DMZ두루미탐조 프로그램 참가 후 철원사랑상품권으로 1만원을 환급 받았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DMZ두루미탐조 프로그램 참가 후 철원사랑상품권으로 1만원을 환급 받았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류종현 사무국장은 "두루미 탐조는 단순 관광이 아니다. 관광이 먹고 즐기는 개념이라면 해당 프로그램은 (두루미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교육이나 학습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DMZ두루미탐조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이 버스 안에서 두루미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들은 버스로 이동하면서 창문 너머로 수많은 두루미, 재두루미를 마주했다. 간혹 "정말 예쁘다"라는 등의 감탄사가 들려오기도 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두루미를 탐조할 수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버스를 타고 다니며 두루미를 탐조할 수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버스를 타고 가면서 만난 재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버스를 타고 가면서 만난 재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중간에 해설사와 함께 아이스크림 고지 두루미 생태 탐조대에 올라서 탐조를 하는 시간도 있다. 아이스크림 고지는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쟁탈전이 있던 삽슬봉을 뜻한다.

아이스크림고지 두루미생태탐조대 입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아이스크림고지에서 내려다 보이는 재두루미, 두루미 무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아이스크림고지에서 내려다 보이는 재두루미, 두루미 무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이 같은 탐조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은 두루미의 가치에 대해 배우고, 인근 주민들은 소득을 얻으면서 결국 두루미 보호의 필요성이 더 부각되는 좋은 영향이 나타나게 된다.

양지리에 있는 두루미펜션도 두루미와 주민의 공존을 돕는 요소 중 하나다. 두루미펜션의 소득이 두루미 보호에 힘쓰고 있는 양지리 마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양지리에 있는 두루미펜션 전경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양지리에 있는 두루미펜션 전경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민통선 안에 있는 정연리의 '금강산철길마을체험관'도 마을로 소득이 돌아가는 펜션이다.

정연리에 있는 금강산철길마을체험관 전경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정연리에 있는 금강산철길마을체험관 전경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정연리 이동한 사무국장은 "여기서 숙박을 하신다고 하면 미리 군부대에 명단을 다 보내기 때문에 군 검문소를 거쳐 들어올 수 있다"라며 "철원은 안보관광으로 잘 알려졌지만, 생태관광으로도 뛰어난 곳"이라고 말했다.

정연리는 과거 금강산으로 가는 철도가 이어져 있던 곳이다. 체험관을 방문하면 이동한 사무국장의 가이드를 받아 한탄강 철도교각 등을 둘러보는 마을 관광을 비롯해 두루미 탐조도 할 수 있다.

이동한 사무국장은 "두루미가 있는 곳에서는 주민들도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큰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라며 "예뻐서 바라보기만 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한 사무국장은 두루미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차를 몰며 두루미를 탐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사진을 찍더라도 두루미가 놀라지 않도록 창문만 내리게 했다.

그는 "두루미가 9월 말부터 오기 시작하고, 3월 말이면 다 떠난다. 가족끼리 앉아있는 습성이 있어서 다른 개체가 오면 쫓아내지만 무리를 지어 있기도 한다. 짝을 찾으려고 모여 있기도 하고 재두루미와 두루미가 같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족 단위로 있는 두루미. 중간에 유조가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가족 단위로 있는 두루미. 중간에 유조가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무리지어 있는 두루미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정연리는 농어촌 휴향마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길리, 대마리, 양지리 등에서도 체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환경연합 김동언 정책국장은 "철원에는 마을마다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있고, 주민들은 두루미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 호평을 하기도 했다.

두루미 보호 위해 필요한 점은?

두루미를 오래도록 보고, 또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

류종현 사무국장은 사진 촬영 에티켓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날아가는 사진이 멋있으니까 고의적으로 날리려는 일부 사진가들이 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분들은 에티켓을 지켜주면 좋겠다"라며 "두루미는 한 번 날아오를 때 에너지의 약 80%를 한 번에 쓰고, 두 번 정도 날면 탈진을 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운 좋게 비행하고 있는 두루미를 촬영할 수 있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운 좋게 비행하고 있는 두루미를 촬영할 수 있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류종현 사무국장은 "(사진을 찍으려면) 두루미와 약 500m 거리를 두는 것이 좋고, 차가 가다가 내리는 순간 도망가므로 천천히 가면서 창문을 내리고 찍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언 정책국장은 두루미가 찾아오는 월동지에 대형 축사가 늘어나고 있고, 두루미의 서식이 보호되고 있는 민통선이 북상하고 있는 상황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김수호 사무국장도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철원군에서 두루미 월동지 내에 축사 같은 걸 허가를 많이 내준다. 그러면 두루미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된다"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민통선을 북상하는 계획안이 계속 나온다. 민통선이 풀리게 되면 그 땅들이 다 개방돼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지고 개발이 된다. 결국 두루미가 서식하기에 좋지 않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왼쪽부터 재두루미와 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왼쪽부터 재두루미와 두루미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부상을 입는 개체들도 발생하고 있다.

철원 야생동물 구조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두루미 10마리, 재두루미 17마리, 흑두루미 1마리가 구조됐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김수호 사무국장은 "구조되더라도 사는 애들이 드물다. 거의 다 죽는다고 보면 된다"라며 "다치는 이유 중에는 전깃줄 충돌 사고가 가장 많다. 새들이 일몰 때 잠자리로 이동을 하다가 전봇대에 있는 가공지선이 잘 안 보여서 부딪힌다"라고 설명했다.

가공지선은 송전선에 벼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있는 선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상 당한 두루미, 구조돼 재활 중인 두루미, 부상 당한 재두루미, 치료를 받고 있는 재두루미 (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뉴스펭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상 당한 두루미, 구조돼 재활 중인 두루미, 부상 당한 재두루미, 치료를 받고 있는 재두루미 (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뉴스펭귄

DMZ두루미평화타운 앞에 있는 두루미 쉼터도 부상 입은 개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루미 쉼터 전경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두루미 쉼터 전경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한편 현재 두루미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 재두루미 철원이와 사랑이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동상으로 다쳤던 발가락 부상이 완치된 철원이는 날개 부상을 입어 비행을 하지 못하는 사랑이를 남겨둔 채 2020년 6월 중국으로 떠났다.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같은 해 11월 철원이가 다시 사랑이를 찾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철원이는 재두루미가 북상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와도 떠나지 않고 줄곧 사랑이 곁을 지키고 있다.

사랑이와 철원이는 두루미 쉼터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사랑이와 철원이는 두루미 쉼터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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