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㊿] ‘이름 알리고 사라질 위기’ 양산 꼬리치레도롱뇽

  • 조은비 기자
  • 2022.06.04 00:00
양산꼬리치레도롱뇽(가칭)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민간생태전문가 김합수 씨)/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가칭)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민간생태전문가 김합수 씨)/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경남 양산에 서식하는 꼬리치레도롱뇽이 전 세계에 하나뿐인 신종 후보종으로 논의되고 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갈색 바탕에 노란색 무늬가 있는 화려한 외관이 특징이다. 주로 산간계류에서 발견되며 알에서 깨어난 뒤 약 2~3년은 물속에서 지내다가 성체가 되면 산소가 풍부한 울창한 숲속 계곡 바위틈이나 나무뿌리 등에 숨어 살아간다.

숨어있는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김합수 씨)/뉴스펭귄
숨어있는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김합수 씨)/뉴스펭귄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 등 동북아시아에 분포해있는데, 모두 같은 종이 아니라 4종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2012년에 밝혀졌다. 그중 남한과 북한에 서식하고 있는 종은 ‘한국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koreanus)’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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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레도롱뇽은 몸통보다 긴 꼬리를 흔들면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문 이름 한국발톱도롱뇽(Korean clawed salamander)은 유생 때나 번식기에 까만 발톱이 생기는 특성을 들어 지어졌다.

번식기에 까만 발톱이 있는 수컷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사진 ‘Review of the systematics, morphology and distribution of Asian Clawed Salamanders, genus Onychodactylus, with the description of four new species’ 논문 캡처)/뉴스펭귄
번식기에 까만 발톱이 있는 수컷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사진 ‘Review of the systematics, morphology and distribution of Asian Clawed Salamanders, genus Onychodactylus, with the description of four new species’ 논문 캡처)/뉴스펭귄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맑고 깨끗한 1급수 계곡물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지표종이다. 또 산소가 풍부한 10도 이하 수온에서 생존할 수 있어 기후위기에도 취약하다. 최근 보고된 ‘기후변화에 따른 한국꼬리치레도롱뇽 분포 예측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4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잘 실현되는 경우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가 62.96% 손실되고, 2100년까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서식지가 98.52% 사라진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기후위기, 난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으로 멸종위기에 직면해있지만 1998년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 해제 이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부터 국내 학계는 꼬리치레도롱뇽을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해 왔고, 최근에는 전 세계에서 국내에만 사는 고유종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졌지만 여전히 법적 보호가 미비하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중에서도 경남 양산과 밀양 일대에서 발견되는 개체들은 국내 다른 지역에서 서식하는 개체와 구별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민간생태전문가 김합수 씨는 “같은 도롱뇽이라고 해도 유전자 차이가 크면 다른 종으로 구분되는데, 양산에 서식하는 꼬리치레도롱뇽은 다른 국내 개체들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컸다. 예를 들어 멸종위기에 처한 고리도롱뇽도 일반 도롱뇽과 유전자 차이가 나서 아예 다른 종이라고 구분된 것인데, 이보다 더 큰 차이가 양산꼬리치레도롱뇽(가칭)과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사이에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김합수 씨)/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김합수 씨)/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의 희귀성을 알아본 민미숙 서울대 교수와 프랑스 출신 양서류 전문가 아마엘 볼체(Amaël Borzée) 교수는 학계에 관련 논문을 제출하고 신종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위기에 처한 양산의 도롱뇽’ 이라는 주제로 양산 YMCA에서 개최된 토론회에 온라인상으로 참가한 볼체 교수는 “수주 혹은 수개월 내로 양산 서식 꼬리치레도롱뇽 학술지가 보고되면 신종으로 인정받을 것”이라며 “이름이 있건, 있지 않건, 보호가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기에 양산시는 선제적인 보호대책 수립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위기에 처한 양산의 도롱뇽’ 토론회 현장 (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위기에 처한 양산의 도롱뇽’ 토론회 현장 (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전 세계에서 경남 양산에서만 살아가고 있는 새로운 종이 발표되기 직전이지만, 양산에 있는 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는 모두 파괴되고 있다.

양산 사송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송신도시 개발 현장에서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금정산 계곡이 있다. 이곳에는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서식한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 근처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 근처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김합수 씨는 “공사를 진행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계곡 건천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문가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자연하천을 유지시키지 않았다. 아파트를 짓는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지하로 땅을 팠고, 산에서 흘러가는 강이 지하로 빨려 들어가 하천까지 유출되도록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아직 상류까지 건천화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공사 전까지만 해도 강물이 흐르고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발견되던 곳은 이제 바짝 마른 돌밭이 돼버렸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에 건천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에 건천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김 씨는 “이곳은 원래 물이 흐르던 곳이었지만 이렇게 다 말라버렸다. 이대로 간다면 비가 올 때만 물이 차고 평상시에는 말라있는 계곡이 될 것”이라며 서식지가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사를 하면서 벌채된 나무들을 강에 아무렇게나 유기하는 행위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평소에는 별 지장이 없지만 비가 오면 골짜기에 급류가 확 내려온다. 그러면 물이 나무 둥치들 양쪽으로 밀리면서 홍수가 나게 된다”라며 “토사, 바위덩어리, 나뭇잎, 쓰레기가 쓸려가면서 도롱뇽이나 어류 등이 상처를 입거나 죽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에 유기된 나무들 (사진 김합수 씨)/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에 유기된 나무들 (사진 김합수 씨)/뉴스펭귄

이 밖에도 양산에서 꼬리치레도롱뇽이 번성했던 천성산 일대는 2010년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서식지가 파괴됐다. 당시 지율 스님이 환경영향평가 결과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정부 발표에 반발하며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공사는 강행됐다.

김합수 씨는 "천성산에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꼬리치레도롱뇽 개체 수가 많이 줄었고, 지금은 찾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국내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은 신종 등록을 앞둔 와중에도 멸종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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