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꼬리치레도롱뇽, 멸종위기 등재 권고"

  • 조은비 기자
  • 2023.01.09 11:03

[인터뷰] '한국 양서류 멸종 막기' 앞장선 IUCN 부의장 볼체 교수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한국 양서류 멸종을 막기 위해 고전(苦戰) 중인 교수가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 종보존위원회(SSC) 양서류전문가그룹 부의장을 맡고 있는 아마엘 볼체(Amaël Borzée) 중국 난징임업대학교 교수. 그는 앞서 국내에서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를 얻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지냈다.

<뉴스펭귄>은 한국의 산과 습지, 논 등을 찾아다니고, 수많은 양서류를 조사하면서 국내종 보호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양서류 전문가, 아마엘 볼체 교수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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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엘 볼체 교수 (사진 Amaël Borzée 교수)/뉴스펭귄
아마엘 볼체 교수 (사진 Amaël Borzée 교수)/뉴스펭귄

 

Q. 경남 양산시 금정산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송신도시 공사로 서식지가 훼손된 고리도롱뇽(Hynobius yangi)과 양산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sillanus) 보호를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두 종의 모든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이 좋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두 종의 생태환경과 일치하고, 개발과 기후변화 위협이 크지 않은 지역을 찾아 정식으로 보호구역 지정을 하는 것이 차선책이 아닐까 싶다. 넓은 지역일 필요는 없지만 두 종의 번식지와 비번식지를 모두 포함해야 하며 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종은 장거리로 분산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꼬리치레도롱뇽'은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는데, 그중 남한과 북한에 사는 종은 '한국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koreanus)'이다. 1급수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환경지표종이기도 하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은 한국꼬리치레도롱뇽에서도 약 682만년 전 구분된 종으로, 경남 양산과 밀양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아마엘 볼체 교수와 서울대 민미숙 교수가 제출한 논문으로 신종 발표됐다.

사송신도시 개발로 집단폐사가 발생하고 있는 고리도롱뇽은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나마 보호 대책이 논의돼왔지만,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은 신종에 등록되기 전까지 마땅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아마엘 볼체 교수를 포함해 양산시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드디어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보호 대책이 논의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보호 조례 제정, 분포조사 추진, 주요 서식처 보호 관련 추가 논의 등의 방안이 제안됐다.

왼쪽부터 양산시의회 이종희 의장, 아마엘 볼체 교수 (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왼쪽부터 양산시의회 이종희 의장, 아마엘 볼체 교수 (사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Q.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IUCN 적색목록에 추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적색목록 기준에 따르면 누구나 업데이트를 제안할 수 있다. IUCN SSC 양서류전문가그룹에 속한 양서류 적색목록 당국(The Amphibian Red List Authority)에서 적색목록 상태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IUCN 적색목록은 △개체군 크기 감소 △지리적 범위 크기 △소개체군 규모 및 감소 △매우 적은 개체 수 또는 제한된 분포 △멸종 확률 등 5가지 기준을 두고 평가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파일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아마엘 볼체 교수 등이 동물학 분야 상위 학술지 주올로지컬 리서치(Zoological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 결과 이미 적은 범위에서 서식하고 있는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의 출현범위(EOO)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논문은 "EOO의 감소와 2050년의 기후변화 예측에 기초한 개체 수 감소는 IUCN 적색목록 범주와 매우 일치한다"라며 "IUCN 적색목록 범주에 따라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할 것을 권고한다"고 전하고 있다.

 

Q.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지니는 가치는?

"종의 가치는 그 존재에 있다. 생물다양성을 잃으면 우리가 지구에서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잃는다. 종은 인간이 의존하는 생태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너무 많은 종을 잃는 것은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뉴스펭귄

 

Q. 저번에 양산꼬리치레도롱뇽과 고리도롱뇽의 보호에 대해, 단순히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설명해준다면?

"한 종의 가치를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많이 보는 것은 금전적 가치와 생태적 서비스 측면의 가치다. 도롱뇽은 해충 개체 수 조절에 기여하고, 탄소격리를 돕고, 숲의 재성장을 돕는다. 이것을 금전적 가치로 바꾸는 것은 어렵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훨씬 더 중요한 핵심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을 너무 많이 잃게 되면 결국 우리도 죽게 된다. 도롱뇽이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Q. 고리도롱뇽과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외에도 한국에서 보호가 시급하거나, 중요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종이 있다면?

"가장 위협받는 종은 거제도롱뇽(Hynobius geojeensis), 노랑배청개구리(Dryophytes flaviventris)다. 수원청개구리(Dryophytes suweonensis)도 있다"

아마엘 볼체 교수가 꼽은 3종은 모두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서식지가 극도로 제한된 종들이다.

학명에 '거제'가 들어가는 거제도롱뇽은 거제도 동남부에만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2월 환경부 국가생물종목록에 신종으로 등록됐다.

아마엘 볼체 교수는 "(거제도롱뇽은) 원래 분포 범위가 좁지만, 인간활동, 기후변화 등이 서식지 훼손 압력을 증가시켰다. 이 종은 이미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SNS를 통해 상황을 전했다.

노랑배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모두 서식지 파괴 및 단편화, 외래종이나 포식자에 의한 포식 등으로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종이다. 습지나 논에서 서식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도로 확장 등 각종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노랑배청개구리는 2016~2019년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아마엘 볼체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이 진행했던 조사에서 발견됐다. 국가생물종목록에는 2020년 신종으로 등록됐다. 남아있는 개체 수는 1000마리보다 적고, 전북 익산의 일부 농경지에서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에 해당하는 수원청개구리는 경기도, 충청, 전북 일대 습지나 농경지 등에서만 확인되고 있다.

수원청개구리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수원청개구리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수원청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는 농수로에 빠져 고립되기도 하는데, 아마엘 볼체 교수는 이를 돕기 위한 '개구리사다리' 설치 활동을 국내 환경단체와 함께하기도 했다.

농수로에 빠진 수원청개구리 (사진 Amaël Borzée)/뉴스펭귄
농수로에 빠진 수원청개구리 (사진 Amaël Borzée)/뉴스펭귄

 

Q.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는 양서류는 이 밖에도 많다. 한국에서 개발을 할 때 양서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실제로 몇 개의 전용 보호구역이 있으면 종을 보호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보호구역이 수원청개구리와 노랑배청개구리의 멸종 위험을 거의 막을 수 있다는 예시도 있다"

아마엘 볼체 교수가 예시로 공유한 관련 논문에는 수원청개구리, 노랑배청개구리 보호구역으로 적합한 위치를 분석하고, 보호구역 시뮬레이션을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장기적인 효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관리가 이어질 경우 100년 후 수원청개구리와 노랑배청개구리는 각각 86.5%, 90.3%의 멸종위험 확률을 보이지만, 약 426.9㎢에 설정된 보호구역 93곳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멸종위험 확률은 0%가 된다.

논문은 그중 개체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보호구역 8곳을 소개하면서 "이 8개 지역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잠재적인 최대 인구의 42.1%에 달하는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짚었다.

여기서 '관리'는 농부들이 논에서 벼를 심고 수확하는 일이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엘 볼체 교수는 "종의 보존을 위해 농부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뮬레이션 결과 수원청개구리와 노랑배청개구리의 개체군 증가에 높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 보호구역들 (사진 'Influence of landscape and connectivity on anuran conservation: population viability analyses to designate protected areas' 논문 캡처)/뉴스펭귄
시뮬레이션 결과 수원청개구리와 노랑배청개구리의 개체군 증가에 높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 보호구역들 (사진 'Influence of landscape and connectivity on anuran conservation: population viability analyses to designate protected areas' 논문 캡처)/뉴스펭귄

또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표시된 곳 중 적어도 하나의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한국에서 이 종의 장기 생존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엘 볼체 교수는 앞으로도 한국 양서류 보호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그는 "IUCN SSC 양서류전문가그룹은 한국 종에 대한 많은 사례와 함께 글로벌 양서류 보존 실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엘 볼체 교수 (사진 Amaël Borzée 교수)/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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