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⑥] 미지의 곤충 수염풍뎅이, 우리는 지켜낼 수 있을까

  • 임병선 기자
  • 2021.06.05 00:00
충북 청주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수염풍뎅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이혜린)/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충청도에 사는 곤충 수염풍뎅이는 국내 멸종위기종이지만 관련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충북 청주가 신규 서식지로 밝혀지면서 보전 기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최초 신고지에서 2시간가량 조사했지만 수염풍뎅이를 발견할 수 없어 하천변으로 조사 장소를 옮기려 이동하던 중 편의점 간판 불빛과 가로등에 이끌린 수염풍뎅이 10여 개체를 발견했다. 커다란 몸짓으로 날아와서 땅에 떨어질 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 생생하다" 

수염풍뎅이 연구를 전담하는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이혜린 연구원은 지난해 기존 서식지가 아닌 청주에서 수염풍뎅이를 발견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이 연구원은 "커다란 크기와 얼룩무늬가 자리한 등판, 수컷의 경우 커다란 더듬이까지 굉장히 신비롭고 멋있는 곤충이라고 생각했다"며 수염풍뎅이를 처음 봤던 소감을 지난 3일 뉴스펭귄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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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이혜린)/뉴스펭귄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이혜린)/뉴스펭귄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전문가들마저 처음 봤을 정도로 희귀한 수염풍뎅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다. 수염풍뎅이 평균 몸길이는 30~37mm, 폭 16~19mm로 검정풍뎅이과 중 대형종에 속한다. 수컷 더듬이가 사람 수염 혹은 양갈래머리처럼 생긴 점이 특징이다. 과거 국내 전 지역에 서식했으나 현재는 충청지역 위주로 발견된다.

지난해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1차례 진행한 조사를 통해 신규 서식지인 청주에서 10여 개체, 기존 서식지인 충남 논산과 부여에서는 각각 2개체와 1개체만 발견되는 등 수염풍뎅이는 한반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곤충이 됐다.

수염풍뎅이에 대한 국내 연구는 유일하게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이조차도 거의 진행되지 않아 미지의 곤충에 가깝다.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이혜린)/뉴스펭귄

이 연구원은 서식지 보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수염풍뎅이는 기초생태연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서식지 연구와 기초생태연구 모두 필요하다"며 "보전 관련 연구는 수염풍뎅이가 개발 압력이 높은 하천변에 서식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연구원은 "기존 서식지로부터 8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신규 서식지가 발견된 터라 청주에서 언제부터 또 어떻게 서식해왔는지는도 의문점"이라고 말했다. 

수염풍뎅이는 약 4년의 유충 시기를 보내고 성충이 되는데, 6월부터 7월 사이 번데기가 됐다가 성충으로 거듭난다. 수염풍뎅이 연구와 보전을 위해 중요한 시기가 다가온 현재, 올해는 멸종위기인 수염풍뎅이를 지키는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이혜린 연구원을 비롯한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곤충무척추동물팀은 올해 수염풍뎅이 서식지 사전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서식지 보전을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다가오는 6월부터 7월 사이에는 불빛을 이용한 유아등채집법을 활용해 개체수 등을 관찰하고, 유충 시기 연구를 위해서는 서식지 식생과 토양성분 연구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수염풍뎅이 생존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그는 "조사팀도 비록 야간 불빛에 의존해 수염풍뎅이 신규 서식지를 발견했지만 야간 빛공해가 여러 곤충 종 멸종을 가속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염풍뎅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는 미기록된 종이며, 국외 서식지는 일본과 중국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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