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⑨] 사라졌던 토종여우, 영주에 돌아오다!

  • 조은비 기자
  • 2021.06.12 00:00
토종여우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복슬복슬한 붉은 꼬리, 커다란 귀를 가진 한국의 토종여우가 경북 영주시에 돌아왔다.

토종여우는 개과 포유동물인 붉은여우(Vulpes vulpes)종에 속한다. 몸길이는 60~90cn, 몸무게 5~9kg 정도이며 붉은색 털과 재를 뿌린 듯 까만 발, 긴 주둥이가 특징이다. 배와 가슴 털은 하얀색이다.

토종여우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붉은여우는 눈 아래 다니는 설치류도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청각이 발달해 있다. 귀를 쫑긋거리다가 높게 뛰어올라 눈에 머리를 박고 허공에 다리를 버둥거리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사냥 방법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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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하기 위해 공중으로 뛰어오른 붉은여우 (사진 flickr)/뉴스펭귄

붉은여우는 전 세계 곳곳에 서식하고 있지만, 국내 토종여우는 유독 적은 개체수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분류돼 보호받고 있다.

과거 한반도 전역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토종여우는 1970년대부터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그 당시 전국적으로 이뤄진 '쥐잡기 운동'이다. 여우들의 주된 먹이인 쥐가 줄어들자 여우의 개체수도 급감하게 됐고, 1992년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토종여우가 사체로 발견되면서 토종여우 복원 움직임이 시작됐다. 초반 어려움을 겪던 토종여우 복원 사업은 한 밀수업자의 붉은여우 기증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 밀수업자가 2011년 밀반입한 붉은여우 4마리를 번식하는데 성공했는데, 유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이를 환경부에 기증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기증받은 여우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1970년대 초 국내에서 사라졌던 토종여우와 완벽하게 일치했던 것.

과거 만주, 연해주 등 타국으로 이동했던 토종여우가 밀수입을 통해 다시 돌아오게 된 셈이다.

이에 환경부는 2011년 4월 토종여우 복원 기본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국내 복원 장소는 여우의 먹이인 설치류가 풍부한 소백산으로 정해졌다.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의 여우 복원 활동은 특히 지난해 성황을 이뤘다. 센터 내에서 무려 50마리의 새끼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에서 태어난 새끼 토종여우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그동안 2019년 19마리, 2018년 7마리, 2015년 3마리에 그쳤던 것을 봤을 때 50마리 출산은 괄목할만한 발전이다. 생존율도 2020년 94.3%, 2019년 76%, 2018년 46.7%로 차이가 컸다.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에서 태어난 새끼 토종여우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새끼 토종여우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의 '2020 멸종위기야생생물 증식 복원사업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이처럼 높은 출산율과 생존율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서로 호감을 보이는 개체끼리 1:1 자연교미 방식을 취한 결과다.

시설 내 여우 짝짓기 유도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이렇게 태어난 토종여우는 소백산을 자유롭게 뛰어다니기에 앞서, 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한 자연적응훈련장에서 훈련을 받게 된다.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는 여우들의 야생성을 높이기 위해 토끼, 꿩 등으로 먹이포획 훈련을 하고, 사람이나 운송수단 등에도 노출시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서식지 친화 훈련을 진행한다.

훈련이 완료되면 소백산 방사지에 임시계류장을 설치하고, 여우가 스스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연방사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을 열어놓고 여우가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게 하는 연방사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이후 위치추적장치, 무인센서카메라, 현장조사 등을 통해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한다.

방사된 여우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방사된 여우들이 올무, 덫 등에 걸려 부상을 입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존센터는 주 1회씩 현지조사를 나가 불법엽구 수거에 나서고 있다.

설치된 불법엽구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소백산 여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시민단체와 협력해 수거 활동을 진행하기도 하며, 시민들로 구성된 여우명예보호원을 세워 방사된 여우 보호에 힘쓰고 있다.

불법엽구수거 활동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소백산 여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박병국 회장은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여우가 얼마나 예쁜 동물인지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여우가 아니다. 흔히들 아주 예쁜 여성을 여우같은 여자라고 하기도 하고,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사자성어에서 여우는 죽을 때 자기 고향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 말도 있듯이 정감있는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토종여우 복원 활동에 대해 박 회장은 "시나 관계 기관에 요청을 해 산 쪽으로 철망을 많이 쳤다. 올무나 덫을 놓지 않더라도 농작물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한 달에 1~2번씩 올무와 덫을 수거하러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종여우 복원 사업은 지역주민들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작년부터 소량이기는 하지만 영주시에서 '소백산 여우가 감춰놓고 먹는 복숭아·사과' 이런걸 브랜드로 해서 팔기도 했다. 서울 가락동시장 등에서 가게가 주목을 받으면서 경제적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주시는 매년 토종여우를 주제로 소백산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여우의 미'로 정해졌다.

영주시 관계자는 "작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못했지만 올해에도 붉은여우를 주제로 온라인 축제를 열었다"라며 "여우가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니까, 여우 복원 사업을 같이 알리려는 취지로 주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소백산 철쭉제가 '여우의 미'를 주제로 개최됐다 (사진 영주시)/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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