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 #52] 도심 속 저어새 '핫플', 인천 남동유수지

  • 남주원 기자
  • 2022.07.01 11:36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인천 송도 신도시 바로 옆 남동유수지를 보금자리로 삼았다. 남동유수지는 저어새가 도심 속에서 번식을 하는 전 세계 유일한 장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는 남동유수지를 저어새 주요 번식지로 만들기 위한 인천 시민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국내 저어새 보호활동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저어새네트워크'는 저어새가 남동유수지에 처음 찾아온 지난 2009년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저어새와친구들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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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트워크는 사무국인 저어새와친구들을 중심으로 어느덧 13년째 저어새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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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은 단체의 보호활동에 대해 "첫째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남동유수지 저어새 번식지와 먹이터에서 개체수를 확인하고, 다친 새들은 없는지 살펴본다. 매년 태어난 저어새 개체수를 집계해 번식 현황을 정리한다"라고 뉴스펭귄에 설명했다.

그는 "두 번째는 교육사업이다. 인천시 관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저어새 작은학교', '저어새 자연학교', '찾아가는 저어새 작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오 팀장에 따르면 인천시 관내 초등학생은 '저어새 작은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 관찰, 저어새 생애주기 교육 등 활동에 참여한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도 함께 참여해 저어새 보호를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수업은 매월 첫째 주 토요일마다 진행된다. 

'저어새 자연학교'는 특별히 노래와 미술을 통해 저어새에 대해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며, '찾아가는 저어새 작은학교'는 저어새네트워크 소속 강사가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강의를 하고 이후 남동유수지로 현장학습을 오는 활동이다.

그 외에도 저어새네트워크는 인천시에 저어새 관련 정책 및 사업 제안, 남동유수지 환경정화활동 등을 하고 있다.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저어새네트워크 측에 따르면 지난해 남동유수지를 찾아온 저어새는 394개체, 확인된 둥지는 222개다. 올해는 모니터링 진행 중이며 둥지가 약 230개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어새가 남동유수지에 자리 잡기 시작한 2009년부터 현재까지 번식 결과 추이는 이 지역이 세계 최대 저어새 번식지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9년 남동유수지에서 처음 이소(부화한 새끼 새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한 새끼 저어새는 6마리에 불과했다. 이후 적극적인 보호활동으로 2010년에는 53마리, 2011년엔 80마리, 2012년은 121마리 새끼 저어새가 이소하는 등 번식률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처럼 인천시 시민단체들이 저어새 보존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최근 들어 저어새는 다양한 요인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소한 새끼 저어새는 2017년 당시 무려 233마리에 달했으나 2018년 46마리, 2019년은 급기야 15마리까지 떨어지는 치명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다름 아닌 너구리의 습격 때문이다.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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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오 팀장은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너구리 출몰이다. 유수지는 말 그대로 방제시설인데, 유수지 인근 승기천에서 흘러내려온 퇴적층이 쌓이면서 수면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너구리 같은 육상동물들이 남동유수지 저어새섬까지 헤엄쳐 갈 수 있게 됐고 저어새 번식지가 초토화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은 낚시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다. 저어새들은 방치된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에 부리가 찢어져 먹이활동을 할 수 없거나, 낚시추가 날개에 꼬여서 날지 못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 번째는 매립이다. 송도 갯벌 매립으로 인해 저어새 먹이터가 사라져가고 있다. 건물과 사람이 들어서고 한정된 먹이터에서 서로 경쟁하다 보니 남동유수지 저어새 개체군은 알을 1~2개만 낳는다. 원래 저어새는 알을 3~5개까지 낳는다"라고 덧붙였다.

오 팀장에 따르면 이 같은 위협 요인만 개선된다면 사실 남동유수지는 저어새가 새끼를 낳아서 기르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새들은 알을 낳고 포란(부화하기 위해 알을 품어 따뜻하게 하는 일)을 하는데, 남동유수지는 번식지와 먹이터가 가까워 어미새와 아빠새가 교대로 포란하기 편하다는 것. 예컨대 구지도, 볼음도, 서해 무인도 섬 등지에서는 밀물과 썰물 때문에 멀리까지 먹이를 구하러 가야 하므로 먹이활동을 하고 둥지까지 돌아오는 시간이 길어진다.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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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저어새네트워크 오흥범 모니터링 팀장 제공)/뉴스펭귄

부상당한 저어새를 구조·치료·재활하는 일 역시 저어새 보호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인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지난해 야생동물 총 508마리를 구조했으며 그중 232마리를 치료와 재활을 무사히 마쳐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구조한 동물에는 저어새도 포함돼 있었다.

인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개소 첫해인 2018년부터 올해까지 저어새 총 19마리 구조했다"라고 뉴스펭귄에 밝혔다.

그는 "발견된 저어새들은 낚시용품에 걸리거나 전선이나 펜스에 얽혀있기도 했다. 또 추락이나 충돌, 기아, 탈진 등이 저어새 부상 원인으로 추정된다. 원인 불명의 사고나 자연 사고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저어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 종,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만큼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주걱 모양을 닮은 독특한 부리가 특징인 여름 철새로,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만 서식한다.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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