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드라 지대에 서식하는 대형 초식동물, 사향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툰드라 지대에 서식하는 대형 초식동물, 사향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거대 초식동물들이 기후위기에 의한 툰드라의 생물다양성 훼손 속도를 늦추는 만큼, 이들의 재야생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등 국제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세계가 지구가열화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지구가열화가 4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여파로 해빙이 빠르게 감소해 툰드라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이 늘어나 관목, 이끼 등이 고지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토착 식물, 균류, 지의류 등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다만 순록, 사향소와 같은 툰드라의 대형 초식동물들이 작은 관목과 이끼류를 섭취하기 때문에 지구가열화의 영향을 억제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에 연구진은 대형 초식동물이 비교적 풍부한 그린란드 캉겔루수아크(Kangerlusuaq)마을 인근에서 대형 초식동물이 툰드라의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A), (B) 모두 지구가열화의 영향에 놓여있지만, (A)는 초식동물이 다양할 때를 나타낸 것이며 (B)는 초식동물의 풍부도가 낮을 때를 상정한 것이다. (A)의 경우 초식동물들이 관목이나 이끼류 등을 섭취함으로써 생물다양성 훼손을 막을 수 있지만, (B)의 경우 관목이나 이끼류가 번성하기 적합한 탓에 툰드라 지대의 생물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 (사진 Large herbivore diversity slows sea ice–associated decline in arctic tundra diversity 논문)/뉴스펭귄
(A), (B) 모두 지구가열화의 영향에 놓여있지만, (A)는 초식동물이 다양할 때를 나타낸 것이며 (B)는 초식동물의 풍부도가 낮을 때를 상정한 것이다. (A)의 경우 초식동물들이 관목이나 이끼류 등을 섭취함으로써 생물다양성 훼손을 막을 수 있지만, (B)의 경우 관목이나 이끼류가 번성하기 적합한 탓에 툰드라 지대의 생물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 (사진 Large herbivore diversity slows sea ice–associated decline in arctic tundra diversity 논문)/뉴스펭귄

연구진은 지구가열화의 영향을 재현하고자 800㎡ 크기의 소형 온실을 조성한 후, 초식동물의 접근을 제한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누고 총 15년간 관찰했다.

그 결과 부지 2곳에서 모두 식물, 균류, 지의류의 생물다양성이 감소했으며, 기온이 높을수록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대형 초식동물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선 10년마다 약 0.33종이 감소한 반면, 초식동물 접근이 제한될 경우 0.85종이 감소해 대형 초식동물이 생물다양성 훼손 속도를 늦추는 정황이 파악됐다.

연구진은 "초식동물들이 난쟁이자작나무, 큰살버드나무와 같은 관목과 양치식물, 이끼 등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보존생물학자 크리스찬 존(Christian John) 연구원은 "어쩌면 대형 초식동물을 야생에 재도입하는 '재야생화'가 툰드라 지대의 생물다양성 훼손에 대응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다른 연구에서도 지구가열화에 의해 생물다양성이 손실됨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대형 초식동물 재야생화를 제시했다"며 "그만큼 대형 초식동물의 다양성이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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