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갈등을 넘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도 예전처럼 기후위기 대응이나 생물다양성 보전 관련 공약은 상대적으로 뒷전"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환경이나 멸종 관련 의제가 '먹고 사는' 문제에 밀린다는 문제 제기겠지요.

대권에 도전하는 주요 후보자와 정당이 어떤 기후공약을 내놓았는지, 그 공약을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 설계와 실행 계획은 있는지, 앞으로 기후 문제가 정치 의제로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을지 3회에 걸쳐 점검합니다. [편집자 주]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됐다. 전례 없는 폭염과 기후 재난이 일상인 가운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가장 최근 발표한 6차 평가보고서에서 "지구 온도를 1.5℃로 높이지 않으려면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은 이보다 낮은 수준인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세웠지만, 2022년까지 이행률은 약 7.6%에 머물렀다.

차기 정부는 이 목표의 이행 책임과 법적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오는 9월까지 2035년 감축 목표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야 하며, 2023년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 결정에서 지적한 바에 따라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장기 감축 경로도 설정해 법제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를 앞두고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기후공약은 어떤 수준에 머물고 있을까. 각 후보는 일부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공약에 포함했지만, 실행 계획의 구체성과 정책 설계 수준에서는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어떤 후보는 '기후'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공식 홈페이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공식 페이스북,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공식 홈페이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공식 홈페이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공식 페이스북,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공식 홈페이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대선후보 10대 공약, 뒷전이거나 실종된 '기후위기'

각 후보의 10대 공약을 보면, 기후·환경 관련 의제는 후순위로 다뤄지거나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만 10대 공약 중 마지막 항목에 기후공약을 배치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별도 항목으로 분류하지 않고 에너지 안보 또는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기후 또는 환경 관련 항목이 전무하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5번째 공약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명시하고, 독립된 정책 구성으로 제시했다.

우선순위뿐 아니라 세부 공약도 후보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재생에너지 확대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이는 기존 정부가 제출한 감축 목표와 방향을 유지한 셈이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은 세부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단으로는 탄소세 도입, 산업 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 정책, 배출권거래제(ETS) 개편 방안 등이 논의돼 왔다. 이재명 후보는 2022년 20대 대선 당시 기후에너지부 신설, 탄소배당제 도입, 석탄 조기 폐쇄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당시보다 기후공약 구성과 수단은 축소된 형태다.

보다 높은 감축 목표와 함께 실행 방안을 제시한 후보도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70% 감축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개인·기업·보편형 탄소세를 도입하고 정의로운 전환 정책, 기후에너지부 신설, 기후직불금 지급 등을 공약에 포함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수단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공약이다. 이번 대선 기후공약 중 실행 수단과 구조 설계가 동시에 포함된 유일한 사례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기후대응'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후보는 구체적인 감축 수치 없이, 에너지 안보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중심으로 공약을 구성했다. 원전 비중 확대와 기후환경부 개편, 재난 대응 시스템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후대응 보다는 재해 예방과 공급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기후·환경 관련 공약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환경부 폐지와 정부조직 개편안이 제시돼 있으며,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정책 목표와 수단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

구체적 수단 빠진 감축 목표...탄소세·전환 전략은 공백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 모두 목표는 제시했으나, 구체적 수단을 구성한 점에서 격차가 있다. 앞서 수단으로 언급된 탄소세는 온실가스를 일정량 이상 배출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해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유럽 등 국가에서는 배출권거래제(ETS)와 함께 탄소세를 병행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3일 발표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세 역할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ETS는 산업·발전 부문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수송·건물 등 비산업 부문에선 실질적인 감축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탄소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감축 사각지대를 메우는 핵심 수단"이라며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스위스는 난방용 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수입 3분의 2를 국민과 기업에 환급하며 나머지를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투자한다. 네덜란드는 ETS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그 차액만큼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보완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 공약에서 탄소세 도입은 권영국 후보만 명확히 제시했다.

국제 감축 전략 실효성도 의문으로 남았다. 정부는 전체 감축 목표의 약 13%를 국외에서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기후환경단체 플랜1.5가 지난달 발표한 <2030년 국제감축 목표 이행 가능성 평가>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보된 국제 감축 실적은 전체 목표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협력국 제도 미비, 재정 부담, 제도적 불확실성 등이 주원인이다. 보고서는 "국내 감축 수단을 강화하지 않으면 국제 감축 의존 전략은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산업 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고려한 정책은 단순 환경정책을 넘어 사회경제적 전환 전략의 일부로 간주한다. 유럽연합은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개념을 도입해 산업계와 노동계에 대한 보상, 재교육, 일자리 전환 등을 정책으로 운영 중이다.

이러한 국제 흐름 안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공약에 포함한 후보는 일부에 그친다. 이재명 후보는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고용전환 지원,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확대 등을 통해 기후기금 조성 계획을 언급했다. 권영국 후보는 농업 생태전환, 로컬푸드 기반 공공급식 확대, 기후직불금 등 지역과 사회 전반을 고려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반면 김문수, 이준석 후보 공약에는 정의로운 전환 관련 정책이 포함되지 않았다.

(사진 기후위기비상행동)/뉴스펭귄
(사진 기후위기비상행동)/뉴스펭귄

결과적으로 주요 후보들의 기후공약은 실행 계획이 미흡해,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보완과 설명이 요구될 전망이다. 오는 23일 대선 TV토론에서 기후 의제가 처음으로 다뤄질 예정인 가운데, 지금까지 공약은 기후위기 대응 체계의 준비 정도를 평가할 단서로 남았다.

플랜1.5 권경락 정책활동가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민주노동당을 제외하면 나머지 정당에서는 구체적인 기후공약이라 할 만한 내용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상적인 대선이 아니기 때문에 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대선 TV토론에서 기후공약이 본격적으로 다뤄지길 기대하며 "후보들이 지금은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더라도 토론장에서는 2035년 감축 목표나 탈석탄 시점,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등 현실적인 일정과 목표들이 경쟁적으로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국가 감축목표 미흡에 위헌 판단을 내린 만큼, 새 정부는 감축목표 재설정과 기후기본법 제정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변수로 인해 기후의제가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지적도 있다. 권 활동가는 "이번 대선과 총선을 비교해 보면 경제성장이나 민주주의 회복과 같은 중심 의제들에 기후위기가 후순위로 밀린 인상이 있다"며 "기후위기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이므로, 모든 정당이 이 의제를 중심에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재 순서>

 

1. 목표는 뒷전에 있고, 계획은 없는 '기후공약'

 

2. 주요 후보 '생물다양성 공약' 비교  

 

3. 멸종위기 대응...정치 의제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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