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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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공통으로 내건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에 전문가들이 지역 수용성과 비용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대신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선을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확대'를 주장하며 에너지 정책 방향에서 차이를 보이면서도 공통으로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GW 규모의 서·남해안 해상풍력 전력을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 지대로 송전하고 전국에 RE100 산업단지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김문수 후보 역시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 확보를 위해 '촘촘한 에너지도로망 구축'을 약속하고 원전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서·남해안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동해안 석탄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이나 주요 산업단지로 신속하게 보내는 송전망을 의미한다. 전국에 흩어진 전력을 필요한 곳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구상은 한전의 재정난과 지역 주민 반대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발전소가 주로 해안이나 농촌에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옮기기 위해 대규모 송전망을 건설하려 할 때마다 환경 훼손, 건강 피해, 재산권 침해 등을 우려한 주민의 반발이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에너지고속도로가 에너지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에너지 구조'를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성원기 강원대 전자정보통신공학부 명예교수이자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에너지고속도로는 대규모 송전망 건설을 국민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일 뿐"이라며 "송전선로는 지역 주민이 반대할 수밖에 없는 위험 시설인데 이를 고속도로나 도로망처럼 포장한 건 미화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압이 높아질수록 주민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송전망 지하화가 비용 부담으로 어렵다면 산업단지를 재생에너지 발전 지역으로 이전해 소비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름만 바꿔 기존처럼 산과 마을을 가로지르는 송전선을 건설한다면 지역 설득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영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원은 "에너지고속도로가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송전 인프라를 늘릴 때마다 주민 수용성 문제가 되풀이되기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재생에너지 거래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송전선 대신, 지역 내 배전선을 활용하는 기술(NWAs)을 적용한 '재생에너지 가상 직접 PPA 제도'를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지방에서 발전한 대규모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방식은 사회적 갈등과 높은 비용을 초래하지만, 지산지소형 구조는 주민 수용성과 에너지 효율성에서 모두 효과적"이라며" "해외에서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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