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흑두루미, 맹꽁이, 따오기, 흰발농게 그리고 산양이라고 소개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멸종위기 동물의 목소리를 대신한다는 취지로 21대 대선 후보들에게 “생물다양성 보전과 멸종위기종 보호를 공약으로 내걸라”고 말했다. 이 사람들이 외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멸종위기종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6월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의제로 끌어올리자.” 이들은 전국 224개 환경·시민단체가 모인 ‘멸종위기종대선정책연대’ 활동가들이다.

멸종위기종대선정책연대 출범식 (사진 이강운 대기자, 본지DB)/뉴스펭귄
멸종위기종대선정책연대 출범식 (사진 이강운 대기자, 본지DB)/뉴스펭귄

이들이 내놓은 ‘2025 멸종위기종 정책제안서’에는 단순히 “동물을 지켜주세요”라는 표어만 담겨 있지 않다. 4대강 보 철거,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 강화, 로드킬·조류충돌 저감, 시민과학자 양성 등 구체적인 20가지 정책 로드맵이 담겼다. 이 정책들은 지난달 전국 환경 전문가와 단체, 시민 1,000명의 투표를 거쳐 선정됐다.

“생물다양성 보전과 멸종위기종 보호, 핵심공약 채택해야”

전국 224개 환경·시민단체가 모인 ‘멸종위기종대선정책연대’가 ‘2025 멸종위기종 정책제안서’를 발표하며, 21대 대선 후보자들에게 생물다양성 보전과 멸종위기종 보호를 핵심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정책제안서는 보호구역 보전과 확대, 멸종위기종 보전, 도시야생동물 공존 기반 강화, 생명존중 인식 및 시민참여 확대 등 3대 분야, 20개 세부 과제를 담았다. 구체적으로는 ▲4대강 보 철거를 통한 수생 생태계 회복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객관성 보장 및 시민참여제도 강화 ▲로드킬·조류충돌 저감 방안 ▲시민과학자 양성 및 자연환경 관리 역량 강화 등이 포함됐다.

연대는 앞서 5월 9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출범식을 열고, “기후생태 위기 시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 정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참여 단체는 자연의벗,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수원환경운동센터,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마크(MARC) 등 전국 풀뿌리 환경단체와 마을조직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정책제안서 마련을 위해 지난 4월 22~27일 생물다양성 전문가 및 관련 단체로부터 95개 정책 아이디어를 접수했고, 8명의 정책위원 심의를 거쳐 20개로 압축했다. 이후 시민 1,000명이 참여한 투표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이렇게 도출된 정책 로드맵은 각 당 대선 후보에게 전달되며, 향후 공약 채택 비중에 따라 정책 협약식도 추진할 계획이다.

연대는 “국내 현실은 여전히 생물다양성 훼손,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생태계 연결 붕괴, 시민참여 미흡 등 구조적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가 각종 개발계획 대상이 되고, 보호보다는 ‘이전’이나 ‘회피’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창길 멸종위기종대선정책연대 상임대표(자연의벗 이사장)는 정책제안에 대해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전환적 사고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실행 로드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들은 이 제안을 단순한 공약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목적으로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연대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날’에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멸종위기 동물 가면을 쓰고 ‘2025년 대선을 멸종위기종·생물다양성을 위한 대선으로’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퍼포먼스 참가자들은 “대선후보자들은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 “도시야생동물 공존 기반을 강화하라” 등 6개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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