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 #64] '빙하기가 좋았지' 연준모치의 강원살이

  • 조은비 기자
  • 2023.01.14 14:57

뉴스펭귄의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빙하기에도 한국 땅에서 살아온 연준모치(Phoxinus phoxinus), 기후위기 시대도 무사히 생존해갈 수 있을까?

연준모치는 차가운 물에서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에 취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물고기보존협회장 이완옥 박사는 "냉수성 어류이고, 빙하기 때 (한반도에) 남겨진 잔존 물고기로 기후변화 지표종에 지정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몰라서'다. 생태적인 조사나 논문이 별로 없고, 관심도 적고, 사람들이 쉽게 발견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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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지정됐지만, 이에 비해 연준모치에 대한 연구 지원이나 보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사람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완옥 박사는 "연준모치는 사람이 살지 않는 외진 곳에 서식지가 있다.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 눈에 띄기도 어렵고 크기도 10㎝ 이하로 작다. 산란기 외에는 버들치랑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특징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준모치 (사진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크리에이터)/뉴스펭귄
연준모치 (사진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크리에이터)/뉴스펭귄

연준모치는 전체적으로 녹갈색을 띠는 외관을 지녔다. 몸 옆면에는 세로로 회갈색 줄무늬가 있고, 가로로 황색 선이 그어져 있다.

4~5월 산란기에는 수컷에게 하얀색 추성이 생긴다. 지느러미는 선명한 주황색으로 물드는 혼인색이 나타난다. 암컷이 산란장을 확보하면 여러 마리의 수컷들이 짝짓기를 하는 식으로 번식활동이 이뤄진다.

머리 쪽에 하얀색 추성이 나타난 수컷 연준모치 (사진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크리에이터)/뉴스펭귄
머리 쪽에 하얀색 추성이 나타난 수컷 연준모치 (사진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크리에이터)/뉴스펭귄

 

전 세계 '남방한계선'
연준모치의 국내 서식 환경은?

연준모치는 유럽, 시베리아, 중국 등 유라시아 대륙 북부에서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그중 국내 서식지는 가장 남쪽에 있는 남방한계선에 해당한다.

서원대학교 생물교육과 변화근 교수는 "국내 서식하는 연준모치가 사라지게 되면 지구 전체로 봤을 때는 연준모치 분포 지역이 점점 북상하는 게 된다"며 "이는 곧 최남한지가 파괴됐거나, 수온이 올라갔음을 의미하게 된다"고 짚었다.

연준모치는 한여름에도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유지되는 곳에서 살아가는데, 국내에는 이런 환경이 많지 않다.

변화근 교수는 "국내에는 용천수가 흐르는 하천을 제외하고는 (연준모치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없다"라며 "용천수가 나오고 있는 남한강 일부 지역과, 용출수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동굴 유출수가 나오는 삼척 오십천 일부 지역 등에서 연준모치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나 몽골 등에는 한여름에도 찬물이 많이 흐르는 곳들이 있다. 빙하 만년설이 흘러서 한여름에도 수온이 10도 이하인 곳도 있다. 그런 곳에는 연준모치가 많이 보인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확인된 서식지는 남한강상 상류 일대의 태백, 정선, 평창, 영월, 단양 등과 삼척오십천 상류 등 극히 제한된 일부 지역이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기화리에 있는 기화천. 용천수가 흐르는 하천으로, 연준모치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기화리에 있는 기화천. 용천수가 흐르는 하천으로, 연준모치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남한강 상류에서 확인되는 어종이 삼척 오십천에서도 발견되는 이유는 하천 쟁탈과 지각변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천 쟁탈은 한 하천이 다른 하천의 흐름을 빼앗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교원대학교 지리교육과 오경섭 명예교수(지형학)는 "낙동강 상류와 한강 간의 하천 쟁탈은 태백산지가 융기하기 이전에도 많았다"라며 "태백산지가 융기를 할 때 한강과 낙동강 상류의 하천 쟁탈이 서로 이뤄지다가 낙동강 상류 일부가 낙차가 큰 동해안 쪽으로 내려갔고, 땅의 갈라진 틈새로 물이 빠져나가면서 형성된 것이 오십천"이라고 설명했다.

오십천 상류에 있는 미인폭포도 그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오경섭 명예교수는 "아주 옛날에는 폭포가 아니고 평범하게 연결돼 있었겠지만 지금은 낙동강 상류였던 물 일부가 폭포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오십천에서 나타나는 어종이 한강 상류에서 나타난다는 것은 과거 낙동강 상류에도 서식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Epoch)에는 지구평균기온이 4~5도씩 내려갔다가 간빙기에 올라왔다가 했는데 기온이 내려갔을 때는 낙동강이나 한강 상류의 물이 더 차가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질 시대 구분에서 신생대 제4기 전반을 뜻하는 플라이스토세는 약  4~6회의 빙하기와 그 사이에 간빙기가 있었다. 약 258만년 전부터 약 1만년 전까지의 기간이 해당된다.

여름에도 수온이 높게 올라가지 않아 연준모치가 자주 발견되는 용천수도 지각변동을 통해 만들어졌다.

오경섭 교수는 "물은 갈라진 틈새가 있으면 빠져나간다. 지하에 있는 물도 압력을 받으면 틈새가 있는 곳으로 솟아오르기도 한다"라며 "물들이 계속 동해 쪽으로 내려가면서 하천 바닷가 부근 지하에 쌓이게 되는데, 압력을 받아 틈새로 솟아오르는 게 용천수"라고 설명했다.

 

연준모치의 이웃 어종 '금강모치'

금강모치(Rhynchocypris kumgangensis)는 항상 연준모치와 함께 발견되지는 않지만, 같은 서식지에서 자주 발견되는 어종이다. 두 종 모두 잉어과의 황어아과로 분류된다.

금강모치 (사진 성무성 민물고기 크리에이터)/뉴스펭귄
금강모치 (사진 성무성 민물고기 크리에이터)/뉴스펭귄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송호복 박사는 "한강 수계에서 연준모치와 금강모치는 대부분 공서하고 있다. 이는 수온이 낮고 물이 맑으며 하상에 큰 돌이나 자갈이 깔리고 소와 여울이 발달하는 등 선호하는 서식지 환경이 유사하기 때문"이라며 "(지리적인 이유로 인해) 삼척 오십천에는 금강모치 없이 연준모치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물이 맑고 큰 돌, 자갈이 많은 하천. 연준모치와 금강모치가 서식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물이 맑고 큰 돌, 자갈이 많은 하천. 연준모치와 금강모치가 서식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연준모치와 금강모치가 서식하는 하천의 바닥 (사진 성무성 민물고기 크리에이터)/뉴스펭귄
연준모치와 금강모치가 서식하는 하천의 바닥 (사진 성무성 민물고기 크리에이터)/뉴스펭귄

두 종의 공서에 대해 연구한 관련 논문에는 연준모치와 금강모치가 같은 서식지 내에서도 계절별로 선호하는 먹이가 다르다는 내용이 기록돼있다.

먹이를 섭취하는 입의 구조도 달랐다. 연준모치는 바닥이나 돌 표면에 붙어있는 수서곤충 등을 먹기에 유리한 형태로 입이 발달됐고, 금강모치는 물에 떠내려오거나 수표면에 떨어진 곤충을 섭취하기에 적합한 입을 가졌다.

연준모치는 하천 바닥의 돌에 붙어있는 수서곤충을 섭취한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연준모치는 하천 바닥의 돌에 있는 수서곤충을 먹는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섭취하는 먹이에 따라 같은 강에서도 연준모치는 하천 하층을 중심으로, 금강모치는 상층과 중층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모치는 하천 하층에, 금강모치는 상층과 중층에 주로 서식했다 (사진 한국어류학회지(백 등, 2002) 논문 캡처)/뉴스펭귄
연준모치는 하천 하층에, 금강모치는 상층과 중층에 주로 서식했다 (사진 한국어류학회지(백 등, 2002) 논문 캡처)/뉴스펭귄

 

얼마 없는 연준모치 서식지,
보호는 받고 있을까?

연준모치 서식지가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포지가 적으니까'다. 이완옥 박사는 "어떤 하천에는 엄청 많아도, 그 옆에 하천에 가면 없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많이 살고 있는 그 서식지가 없어지면 갑자기 개체 수가 급감하는 종이 돼버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없는 서식지마저 하천공사로 위협을 받았다. 최근 평창군 미탄면에 있는 창리천은 평창군이 환경부 예산으로 추진한 '창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송호복 박사는 "(공사 과정에서) 상류부 건천지역의 하상에 방수포를 깔아 물이 흐르게 하는 공사를 했다. 이럴 경우 노출된 건천부를 흐르면서 수온이 올라간 물이 하류 쪽의 용천수와 섞이면서 수온을 올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당시 굴삭기로 호안을 쌓는 작업으로 하천 바닥은 단단하게 다져졌고, 인공적인 생태여울 조성을 위해 깊은 소가 메꿔지기도 했다.

이에 송호복 박사는 "연준모치는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해 약한 여울의 두터운 자갈층을 파고 들어가서 산란한다. 공사로 인해 자갈이 깔린 여울이 훼손되거나 인위적으로 여울, 소 등을 조성하면 산란장을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를 하면서 제거되는 수변부의 수풀, 나무 등도 먹이원의 서식지를 파괴하게 된다. 수변의 나무나 수풀에 사는 곤충이 떨어져 물고기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창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진행되기 전의 창리천 전경 (사진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송호복 박사)/뉴스펭귄
창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진행되기 전의 창리천 전경 (사진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송호복 박사)/뉴스펭귄
창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이후의 전경 (사진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송호복 박사)/뉴스펭귄
창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이후의 전경 (사진 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장 송호복 박사)/뉴스펭귄

이 밖에 지하수 개발, 양어장 등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송호복 박사는 "우리나라 연준모치 서식지는 대부분 석회암 지대로, 지하에서 찬물이 솟아 나오는 지역이다"라며 "이 같은 지역에서 유로변경이나 유량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대규모 지하수 개발 등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산천어, 무지개송어 등 냉수성 어종의 양어장 같은 경우 많은 양의 지하수를 필요로 하고 상류로부터 관로를 통해 물을 확보하고 하천수를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포식을 당할 수 있는 위험도 남아있다. 이완옥 박사는 연준모치와 금강모치 서식이 확인되는 평창군 미탄면 기화천에 대해 "주변에 양식장이 있는데 지속적으로 무지개송어가 탈출을 한다. 다행히 연준모치는 무지개송어보다 상류 지역에 살고 있지만, 간혹 비가 오거나 하면 무지개송어가 올라와서 (연준모치를) 먹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남한강 지류 기화천의 어류 군집 구조 및 연준모치와 금강모치의 분포 특성' 논문은 기화천 상류에 있는 무지개송어 양식장에서 배출되는 어류 배설물 등으로 영양염이 높아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영양적인 부분에서 성장에 일부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생태계 전체로 봤을 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아야 할 수 있는 보호
아직 우리는 연준모치를 알지 못한다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연준모치에 관한 연구는 미흡한 상태다. 유럽 근방에서 나타나는 연준모치와 국내에 있는 연준모치가 다른 종일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마저도 밝혀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완옥 박사는 "연준모치는 유럽 쪽에서 기재된 종이다. 그래서 유럽에 가서 봤는데 우리나라의 연준모치와 다르다고 느껴졌다. 다른 종일 가능성이 있는 종이다"라면서도 "그런데 아직까지 연구가 잘 안됐다. 만약 생태적인 특성을 밝히기도 전에 없어진다면 그냥 잘못 알려진 이름으로 살다가 없어지는 종이 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학자들이 더 관심 있게 보고 연구한다면 이 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다"라며 "수온이 유지되는 곳에서는 잘 살아가고 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분포 지역이 적다는 부분이다. 수온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서식하고 있는 연준모치 (사진 성무성 민물고기 크리에이터)/뉴스펭귄
국내에서 서식하고 있는 연준모치 (사진 성무성 민물고기 크리에이터)/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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