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 #62] 대구의 '빨간코' 얼룩새코미꾸리

  • 조은비 기자
  • 2022.12.16 10:31

뉴스펭귄의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지난 7일 대구 금호강에서 발견된 얼룩새코미꾸리 (사진 뉴스펭귄 독자위원 성무성 씨)/뉴스펭귄
 지난 7일 대구 금호강에서 발견된 얼룩새코미꾸리 (사진 뉴스펭귄 독자위원 성무성 씨)/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우리나라 고유종 '얼룩새코미꾸리'가 최근 금호강 하류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이 예상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낙동강에만
살고 있는 얼룩새코미꾸리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에 해당하는 얼룩새코미꾸리는 2000년 전북대학교 김익수 명예교수 등이 신종 발표를 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신종으로 구분되기 전에는 새코미꾸리로 알려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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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알려진 새코미꾸리 이름의 유래 중 하나는 '새빨간 코의 미꾸리'라는 뜻으로, 얼룩새코미꾸리는 '얼룩이 있는 새빨간 코의 미꾸리'라는 뜻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도 새코미꾸리는 코와 주둥이쪽이 진한 붉은색을 띠고 있다. 얼룩새코미꾸리도 붉은색을 띠지만, 환경에 따라 주황색이나 노란색 등 다른 색을 보이는 개체도 있다.

얼룩새코미꾸리. 코 부근이 붉은색을 띠고 있다. (사진 뉴스펭귄 독자위원 성무성 씨)/뉴스펭귄

얼룩새코미꾸리의 외관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얼룩무늬'다. 노란 배경에 그려진 얼룩무늬는 보는 이들에게 감탄을 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는 "몸의 앞쪽에는 굵고 검은 점이 많고 뒤쪽 부분은 노란색을 띄고 있으며 머리 위쪽 가운데에는 밝은 흰 띠가 있는 등 미꾸리과에 속하는 물고기로서는 상당히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얼룩무늬가 매력적인 얼룩새코미꾸리 (사진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뉴스펭귄
얼룩무늬가 매력적인 얼룩새코미꾸리 (사진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뉴스펭귄

얼룩새코미꾸리는 전 세계에서 오직 낙동강과 그 지류에만 서식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는 "학명 'Koreocobitis naktongensis'에 있는 'naktongensis'는 낙동강을 뜻하는데, 지리적으로 정확히 낙동강 수계에만 분포한다. 낙동강 중·상류 수역과 그 지류 하천에 서식한다"라며 "그중 자호천, 위천, 남강, 덕천강 중·상류 지역이 비교적 서식밀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고 전했다.

선호하는 서식지는 중·상류에 자갈 이상의 돌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장소다. 낮에는 주로 돌 아래에서 쉬다가 밤에 밖으로 나와 수서곤충을 섭취하는 특성이 있다.

얼룩새코미꾸리 서식지 (사진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뉴스펭귄
얼룩새코미꾸리 서식지 (사진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뉴스펭귄

홍양기 박사는 "얼룩새코미꾸리 서식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하상 구조로 자갈 이상의 돌들로 이뤄진 수역을 그대로 잘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하천 내에서 이뤄지는 인위적인 공사와 수질오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또한 야행성인 본 종의 특성을 감안해 서식 여부 확인 시 야간조사를 꼭 추가해 판단해야 하고, 일반 미꾸리과 어류와 혼동해 포획하거나 채취할 수 있기에 서식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돌 아래에 있는 얼룩새코미꾸리 (사진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뉴스펭귄
돌 아래에 있는 얼룩새코미꾸리 (사진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뉴스펭귄

하천정비사업 예정지 인근서 발견
얼룩새코미꾸리가 받을 영향은?

최근에는 금호강 하천환경정비사업 예정지 인근에서 얼룩새코미꾸리 서식이 확인되면서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25년까지 대구 수성구 매호동부터 동구 효목동 일대에 있는 금호강변 일정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고 일부 제방 보강 및 제방 폭을 기존 4~5m에서 7m까지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호강 하천환경정비사업이 예정된 팔현습지 전경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금호강 하천환경정비사업이 예정된 팔현습지 전경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하지만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대구환경운동연합이 공사 예정지 인근인 금호강 팔현습지, 가천잠수교, 하중도 금호꽃섬 부근에서 얼룩새코미꾸리 서식을 확인하면서 공사 진행을 반대하고 있다. 금호강 상류가 아닌 하류에서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지난달과 이번달에 얼룩새코미꾸리 서식을 확인했다. (금호강 하류 서식 사실은) 저희가 발표를 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이라며 공사 추진 시 빛공해, 사람들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7m 제방을 쌓는다는 공사 예정지는 인근에 민가가 거의 없고, 수해가 날 가능성도 높지 않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제방 공사를 할 비용으로 인근 농경지를 매입해서 하천을 넓혀주는 방식으로 수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왼쪽부터 가천잠수교 인근에서 발견된 얼룩새코미꾸리, 가천잠수교 전경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왼쪽부터 가천잠수교 인근에서 발견된 얼룩새코미꾸리, 가천잠수교 전경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왼쪽부터 팔현습지 인근에서 발견된 얼룩새코미꾸리, 팔현습지 전경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왼쪽부터 팔현습지 인근에서 발견된 얼룩새코미꾸리, 팔현습지 전경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왼쪽부터 하중도 금호꽃섬 부근에서 발견된 얼룩새코미꾸리, 하중도 전경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왼쪽부터 하중도 금호꽃섬 부근에서 발견된 얼룩새코미꾸리, 하중도 전경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이 밖에도 하천공사로 인해 얼룩새코미꾸리의 서식지 훼손이 예상되고 있다.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는 "하천에서 어류의 서식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닥과 가장자리의 물리적 구조인데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든 하천 공사는 바닥과 가장자리를 모두 갈아엎어 버리고 인공적인 구조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이런 방식의 공사는 어류의 서식처를 모두 없애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팔현습지 공사 예정지를 찾은 시민들이 금호강 하천환경 정비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팔현습지 공사 예정지를 찾은 시민들이 금호강 하천환경 정비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무분별한 하천공사는 금호강의 생태계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1978년 금호강 상류에서 얼룩새코미꾸리를 처음 만났다는 채병수 박사는 "그 당시만 해도 금호강 하류 지역은 오염이 심해지고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었다"라며 "상류에 영천댐이 만들어져 금호강에 흐르는 물의 양이 극도로 줄어들었고, 생활하수, 산업폐수, 제방축조, 보의 축조 등 무분별한 하천공사가 주된 이유였다"라고 짚었다.

이어 "2002년 임하댐의 물이 금호강으로 넘어오면서 물의 양이 회복됐고, 생활하수나 폐수를 정화처리한 뒤에 내보내는 등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서서히 하천 생태계가 회복되어 온 것"이라며 "(무분별한 하천 공사는) 2000년대 들면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금호강 생태계를 거꾸로 되돌려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환경부 '전문가 자문' 신중히 구해야...
보호 위해 필요한 방안은?

하천공사로 인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달 17일 환경부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환경보호방안을 보완한 뒤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어떤 전문가의 자문을 구할 것인지도 중요한 사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독립적인 연구자가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 업체 관계자거나, 환경부 입장에서만 자문을 해줄 사람들은 배제를 해야 한다. 그런 입장에 서 있지 않은 독립적인 학자들에게 의뢰를 해서 자문을 구하는 것이 맞다"라며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인사가 더 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금호강에 서식하고 있는 얼룩새코미꾸리 (사진 뉴스펭귄 독자위원 성무성 씨)/뉴스펭귄
대구 금호강에 서식하고 있는 얼룩새코미꾸리 (사진 뉴스펭귄 독자위원 성무성 씨)/뉴스펭귄

아울러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얼룩새코미꾸리 보호를 위해) 제대로 된 실태파악이 필요해보인다. 대구 구간 내지는 금호강 전 구간에서 어디까지 퍼져서 생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서식지가 보호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룩새코미꾸리 관련 연구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홍양기 박사는 "일부 분포현황, 기초생태, 인공증식, 유전다양성 분석 등 종 보존 및 개체군 유지를 위한 종합적인 보전대책이 수행된 바 있지만 최근 하천개발 및 댐 건설로 인한 서식지 감소 상황에서 정밀 분포조사 및 서식지 내·외 보존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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