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남부 술라웨시(South Sulawesi) 지역에는 북아프리카 요리로 알려진 쿠스쿠스와 같은 이름의 동물이 산다. 주인공은 바로 '술라웨시 곰쿠스쿠스(bear cuscus 이하 곰쿠스쿠스)'. 그런데 최근 10년 동안 이들의 서식지인 산림이 급격하게 파괴되고 파편화되면서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적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가자마다 대학교(Universitas Gadjah Mada) 연구진은 남부 술라웨시의 반티무룽 불루사라웅 국립공원(Bantimurung Bulusaraung National Park)과 하산우딘대학교 교육림(Hasanuddin University Educational Forest) 일대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진은 전체 조사 지역 면적인 176만 7735h헥타르(ha) 중, 곰쿠스쿠스에게 적합한 서식지가 고작 1만 2119헥타르에 지나지 않는다며, 밀렵과 광산 확장, 산림 훼손이 곰쿠스쿠스를 멸종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면적 중 0.685% 정도만 서식지로 적합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연구 기간 동안 직접 목격 16건, 흔적·울음소리·먹이 흔적·발톱 자국 등 간접 증거 193건 등 총 209건의 곰쿠스쿠스 흔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체 조사 지역 면적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인 이들의 서식지는 그마저도 대부분이 작은 조각으로 분절돼 있어 개체군 간 연결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남부 술라웨시에서는 2005년~2019년 사이 석회석과 대리석 채굴 등 광산 개발로 인한 토지 이용 변화가 여섯 배 이상 증가했으며, 소규모 지역 채굴 또한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특히 2000년~2023년 사이 남부 술라웨시에서 산림의 12.5%가 사라졌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2015년 이후 급격히 발생해 종의 북쪽 이동을 가로막고 서식지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곰쿠스쿠스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법적 보호를 받았지만, 2018년 개정된 보호종 목록에서는 제외됐다. 당시 정부 자문 기관이었던 인도네시아 과학연구소(LIPI, 현재는 BRIN으로 통합)가 곰쿠스쿠스를 보호종 후보에 올리지 않아 법적 보호 대상에서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곰쿠스쿠스가 여전히 심각한 멸종의 위협에 처해 있음에도 법적 보호종 목록에서 빠진 것은 심각한 오류”라며 이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서식지 보호 강화, 산림 연결성 보장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엄격 시행, 지역 주민 대상 보전 인식 개선 교육 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과거 전통 사회에서 곰쿠스쿠스는 고기 획득을 위한 사냥의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문화적, 정서적으로 위안을 주는 존재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개체수가 이미 위태로운 수준이라는 점에서 서식지 보호 강화와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보전 당국이 적극적으로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곰쿠스쿠스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토착종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여우 원숭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캥거루목, 쿠스쿠스과의 한 종으로 전혀 다른 동물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취약(VU)’ 단계로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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