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것으로 평가되는 북쪽털코웜뱃(northern hairy-nosed wombat)이 무인 카메라에 깜짝 포착됐다.

호주 퀸즐랜드 남서부의 리처드 언더우드 자연보호구역(Richard Underwood Nature Refuge)에 설치된 카메라에 건강한 북쪽털코웜뱃 새끼가 포착됐다. 이 영상은 호주 야생동물 보존단체(Australian Wildlife Conservancy)가 수집한 수백 시간 분량의 영상 자료 속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보전 활동의 성과가 실감나는 순간”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북쪽털코웜뱃은 전 세계에서 약 4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야생 개체 수가 35마리까지 줄어들며 절멸 직전까지 몰린 바 있다. 당시 환경단체는 포식자 차단 울타리 내에 보호구역을 조성하고, 2009년부터 총 15마리의 웜뱃을 이주시켜 새로운 서식지를 마련했다. 이주한 웜뱃들은 꾸준한 관리와 모니터링 덕분에 자연 번식에 성공했고, 현재는 이주된 개체가 아닌 다음 세대 웜뱃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카메라에 포착된 새끼는 윤기 있는 털과 튼튼한 체형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현재 웜뱃들의 먹이 환경이 양호하고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야행성에 사람을 경계하는 습성 탓에 현장에서 개체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종이라는 점 때문에 이번 북쪽털코웜뱃 포착은 더욱 의미를 가진다. 또한 북쪽털코웜뱃 암컷이 2년에 한 번, 한 마리의 새끼만을 낳아 기르는 만큼, 새끼 한 마리 한 마리는 종 전체의 미래와 직결될 정도로 중요하다.

북쪽털코웜뱃은 몸길이 1m에 체중 35kg 이상까지 자란다. 땅굴을 파는 유대류 중 가장 큰 수준이다. 튼튼한 발톱을 이용해 모래로 된 땅을 파는데 땅굴은 길이가 수백 미터에 이를 정도로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쪽털코웜뱃은 땅굴 안에서 가뭄과 포식자를 피하고 체온과 수분을 조절하는데, 이들이 판 굴은 파충류, 조류 등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산불과 폭염, 가뭄을 피할 수 있는 대피소 역할을 한다. 아울러 이들이 굴을 파낼 때 토양이 뒤섞이고 공기를 순환시켜 식생 회복과 생태계 순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생태계 엔지니어’로도 불린다.

퀸즐랜드 멸종위기종 관리국 데이브 하퍼(Dave Harper)는 “웜뱃의 굴은 지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이들의 존재는 다른 종의 생존 가능성까지 함께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쪽털코웜뱃의 이러한 생태적 역할을 근거로, 이들을 원래 분포 지역에 복원하면 이상기후로 인한 늘어난 산불 등에 대응하는 새로운 자연 피난처가 마련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새끼 북쪽털코웜뱃 깜짝 포착을 계기로 호주 야생동물 보존단체는 해당 지역 외에 제3의 안전한 서식지를 추가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만일 해당 지역에서 화재, 질병, 홍수 등 사고가 발생하면 전체 개체군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보존단체는 충분한 서식지와 안정적인 유전 구조 등이 뒷받침된다면 머지않아 개체수가 500마리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00마리는 멸종 위험을 한 단계 낮추는 기준선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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