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 직전의 멸종위기 생물들 중 보호 조치를 받고 있는 종이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표적인 위급종 수마트라코뿔소.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절멸 직전의 멸종위기 생물들 중 보호 조치를 받고 있는 종이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표적인 위급종 수마트라코뿔소.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절멸 직전의 멸종위기 생물 중 보호 조치를 받고 있는 종이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멸 위험이 높은 종일수록 보전 성공 가능성도 낮아 재정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모든 생물 가운데 지금 이 순간 가장 멸종에 가까운 이들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위급(Critically Endangered)’ 단계로 지정한 생물들이다. 이들은 언제 멸종해도 이상할 것 없는 절박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즉시 복원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역사의 뒤편으로 영원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IUCN 멸종위기 목록 위급 단계의 생물들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생물다양성(Nature Reviews Biodiversit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1만여 종의 생물들이 절멸의 임계점에 있다며, 이들을 위해 필요한 조치가 지연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물의 멸종 위험을 총 8단계로 분류한 IUCN 멸종위기 등급에서 ‘위급(CR)’ 단계는 이미 멸종하거나 야생에서 절멸한 상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단계의 멸종위기 등급이다. 전 세계 야생 개체수가 250마리 미만이거나, 10년 또는 3세대 안에 80% 이상의 개체수가 감소했거나, 지리적으로 매우 제한된 서식지만 남아 있는 경우에 지정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위급 단계로 분류된 생물종은 총 1만 443종. 이들 대부분은 극단적으로 파편화된 서식지에서 소규모 개체군으로 살아가며, 급격한 환경 변화나 인간 활동에 취약한 상태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단 한 국가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며, 대다수가 마다가스카르, 하와이와 같은 섬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마다가스카르에는 670종의 위급 단계 멸종위기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98%는 마다가스카르 섬에만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576종의 위급종이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하와이 섬에 집중돼 있다.

위급 단계의 멸종위기종은 특정 분류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까지 평가된 위급종 중에서 약 60%가 식물이고, 척추동물은 24.5%, 무척추동물은 15.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균류, 해양 무척추동물, 열대림 곤충 등 평가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미조사 종이 다수 존재해 위급종의 수가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위급종으로 평가받는 이들을 멸종위기에 몰아넣은 가장 큰 원인은 농업인 것으로 밝혀졌다. 멸종위기 위급 단계 식물종의 58.7%, 척추동물종의 56.4%는 경작지 확장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벌목, 외래종 침입, 댐 건설, 남획, 오염, 질병, 기후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체군의 회복을 막고 있다. 가령 섬 지역에 서식하는 조류의 75%는 고양이, 쥐 같은 포식성 외래종에 의해 알이나 새끼가 먹히고, 85%는 직접적인 질병이나 포식으로 사망하며, 절반은 외래 식물로 인한 서식지 변화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 양서류에게는 치명적인 곰팡이균인 키트리디디움이, 북미의 박쥐에게는 백색비강균에 의한 '화이트 노즈 증후군'이 치명적이다.

문제는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조사된 위급종의 절반 이상이 현재 보호구역 지정이나 서식지 복원 같은 ‘현장 기반 조치’가 필요하다고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 이런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종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절멸 위험이 높은 종일수록 보전의 성공 가능성도 낮다는 인식이 재정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진에 따르면 위급종 중 개체수가 증가하거나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생물종의 84%는 보전 조치가 병행되고 있었다. 

연구진은 “흰뿔쇠찌르레기(Leucopsar rothschildi), 캘리포니아 섬여우(Urocyon littoralis) 등 개체수가 늘어난 위급종들이 예외적으로 있지만, 전체 위급종 가운데 보전 조치로 인해 멸종위기를 벗어나게 된 종은 1%도 되지 않는다”며, “위급종은 생물다양성 보전에서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 역할을 한다. 단 한 종이 사라지면 그 종이 유지하던 생태계 기능, 유전적 다양성, 종 간 상호작용이 함께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더 많은 과학적 평가, 충분한 재정, 지역 사회의 참여, 보전 활동에 대한 정치적 의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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