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단지 인간의 문제일 뿐만은 아니다. 전쟁은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와 그 생태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파괴한다. 전쟁으로 인해 생태계와 야생동물에게 일어난 피해의 양상을 네 가지로 정리해봤다.

댐 공격에 수몰...초토화된 멸종위기종들

2023년 우크라이나 노바카호우카에 위치한 카호우카 댐이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을 때, 댐에 저장돼 있던 1400억 리터의 물이 순식간에 방출되며 하류 지역에 대규모의 홍수가 일어났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2023년 우크라이나 노바카호우카에 위치한 카호우카 댐이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을 때, 댐에 저장돼 있던 1400억 리터의 물이 순식간에 방출되며 하류 지역에 대규모의 홍수가 일어났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2023년 우크라이나 노바카호우카에 위치한 카호우카(Kakhovka) 댐이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을 때, 댐에 저장돼 있던 1400억 리터의 물이 순식간에 방출되며 하류 지역에 대규모의 홍수가 일어났다.

이는 수많은 야생동물의 익사로 이어졌고,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의 타격이 제일 극심했다. 멸종위기종 철갑상어 복원을 목표로 운영되던 복원 센터가 완전히 파괴됐고, 멸종위기종 얼룩족제비(marbled polecat) 등의 번식지가 사라졌다. 세계자연기금(WWF) 우크라이나 지부는 “이 지역에 살던 멸종위기종들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댐 파괴로 인해 일어난 홍수는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쓸어버렸을 뿐 아니라, 기름 등 오염 물질 유출로 광범위한 환경 오염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생물다양성이 회복되려면 적어도 수십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는 유독 물질

유독 화학 물질로 인해 데스나 강에서 멸종위기종 작은 철갑상어가 떼죽음을 당했다. (사진 Serhiy Zhuk / Head of the State Ecological Inspection in the Chernihiv region)/뉴스펭귄
유독 화학 물질로 인해 데스나 강에서 멸종위기종 작은 철갑상어가 떼죽음을 당했다. (사진 Serhiy Zhuk / Head of the State Ecological Inspection in the Chernihiv region)/뉴스펭귄

작년 8월, 러시아 국경 인근 티옷키노(Tyotkino) 마을 인근에서 방류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독 화학 물질이 세임(Seym)강을 통해 우크라이나 수미(Sumy) 지역으로 흘러들며 강 생태계가 붕괴되고 수생 생물이 대규모로 떼죽음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에게 공급되는 수자원에 고의로 독을 풀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현장 조사 결과, 수중 산소 농도가 제로에 가까웠고, 강 하류인 데스나(Desna) 강에서 멸종위기종인 '작은 철갑상어(sterlet)'를 비롯해 수많은 수생 생물 개체군이 절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에서도 이스라엘의 정유소 공격으로 인한 환경 오염이 중대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란 환경부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스라엘의 정유소 공격을 '환경 파괴를 전술로 활용한 악의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환경부는 “정유소 공격으로 인한 독성 물질 유출은 장기적으로 공기, 토양, 수자원에 영향을 미쳐 지역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대기와 수질, 토양이 오염돼 야생동물의 생리적 스트레스와 번식 실패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이 전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과제인 지금, 군사 공격으로 인한 의도적인 환경 파괴와 오염 확산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국제기구의 명확한 규탄, 법적 대응, 그리고 책임자에 대한 압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 번의 폭발음에도 야생동물은 서식지를 버리고 떠난다

전쟁은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와 그 생태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을 파괴한다. 사진은 가자지구.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전쟁은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와 그 생태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을 파괴한다. 사진은 가자지구.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이란 환경운동가 모함마드 알리 예크타니크(Mohammad-Ali Yektanik)는 현재 양, 염소, 버팔로, 표범, 늑대, 하이에나 등 보호구역 내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폭발로 인한 충격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LN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으로 인한 불안정 상황은 동물들이 서식지를 버리고 도망치게 만든다”며 “특히 폭발음은 동물들에게 큰 공포를 유발해 회피 반응을 일으킨다”고 언급했다.

예크타니크에 따르면 현재 이란에 있는 대부분의 야생동물 서식지는 도시, 마을, 광산 등 인간 거주지에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돼 있기 때문에 한 번 서식지를 이탈한 야생동물이 안전한 서식지를 다시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는 “야생동물이 서식지에 돌아오더라도 이미 다른 개체가 점유하고 있거나 밀렵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일부는 농경지 등 인간 활동 지역에 들어와 사살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산림 파괴와 생태계 단절

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숲이 불타고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숲이 불타고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이밖에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전쟁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생태계 피해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WWF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만 파괴된 산림 면적이 300만 헥타르에 달하며, 이 중 100만 헥타르는 멸종위기종 등이 서식하는 보호구역이다.

전쟁으로 인해 철새의 이동 경로가 교란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먹황새의 기착지인 흑해 연안 습지에 군사 시설을 건설하며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전문가는 “군사 시설이 먹황새의 봄철 이동 경로를 완전히 바꿔버렸고, 이는 개체군의 유전적 고립과 장기적인 생존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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