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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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가 넘는 크기로 자랐던 대서양 대구가 불과 몇 십 년 만에 절반 수준인 50cm 정도로 밖에 자라지 않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연구진은 최근 약 25년 동안 대구의 최대 성장 길이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며, 이는 단순한 크기 축소가 아닌 유전자 수준의 진화적 변화임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게오마어 헬름홀츠 해양연구소(GEOMAR Helmholtz Centre for Ocean Research)는 1996년부터 2019년까지 발트해 보른홀름 분지에서 채집된 대구 154마리를 정밀 분석해 성장 속도를 추정하고, 개체별 전장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석의 성장 고리로 개체의 나이를 추정하고, 개체별 성장곡선을 모델링한 뒤 유전자형과 연결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1996년에 포획된 대구는 최대 1.15m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반면, 2019년 대구는 최대 성장 길이가 54cm에 불과했다. 평균 성장 지표는 25년 동안 꾸준히 하락했고, 생애 첫해의 성장률은 유사했지만 이후 성장 속도는 급격히 둔화됐다.

연구진은 이 변화가 단순한 생태 반응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적 어획에 따른 유전적 진화임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성장률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찾아낸 뒤, 이들이 시간에 따라 방향성 선택을 받으며 개체군 내 빈도가 변해왔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성장 관련 유전자가 위치한 염색체 영역에서 집단 간 유전적 차이(Fst)가 꾸준히 증가했고, 이는 진화적 선택이 이뤄졌다는 강력한 신호라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느리게 자라고 일찍 번식하는 개체가 높은 어획 압력 아래서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해당 특성이 세대를 거치며 유전적으로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크게 자라고 늦게 성숙하는 유전자형은 사라졌고, 빠르게 성숙해도 산란량이 적은 개체들이 개체군의 주축을 이루게 됐다. 연구진은 이를 '어획 유도 진화(Fisheries Induced Evolution)'라고 정의했다.

대서양 대구는 한때 발트해에서 연간 40만 톤 이상이 어획되던 핵심 수산 자원이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개체수가 급감했고 2019년부터는 동부 발트해에서의 어획이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수년간의 금어기에도 불구하고 개체군 크기와 성장 능력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한귀영 박사는 “성장과 성숙 관련 유전형질의 다양성이 줄어든 개체군은 회복 속도가 매우 더디다”며, “일부 유전적 특성은 아예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토르스텐 로이쉬 박사 역시 “과학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지만, 생태적으로는 심각한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이번 연구는 단순히 ‘남획의 피해’를 넘어, 인간 활동이 야생 동물의 유전자에 어떤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 박사는 “지속가능한 어업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유전자 다양성과 생물다양성 보존의 문제”라며, “이번 결과는 진화 생물학과 어업 관리가 긴밀히 연결돼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20년 전 세계 어류 자원 중 37% 이상이 필요 이상으로 남획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한 연구는 지금처럼 지속 불가능한 어획이 계속된다면 2048년에는 바다가 텅 비어 상업적인 어업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학술지 네이처에 전 세계 산호초 지대에 서식하는 상어·가오리의 3분의 2가 과잉 어업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호주 제임스쿡대학교 콜린 심펜더퍼(Colin Simpfendorfer) 교수는 "이들의 멸종위기는 단지 몇몇 종에 그치지 않는 광범위한 멸종위기"라며 "어업을 규제하지 않으면 10년 내에 대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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