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비행기를 세웠다. 최근 일본 야마가타 활주로에 야생 곰이 나타나 항공기가 줄줄이 취소되고 공항 일대가 마비됐다. 공항 측은 경찰과 사냥꾼을 동원해 포획을 시도했지만 '교착상태'가 이어졌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갑자기 만나는 일이 요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예기치 못한 충돌이 점점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추세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5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인간-야생동물 갈등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40개국 3,911명 지역 주민을 인터뷰한 결과, 25%가 야생동물과 직접적인 충돌을 경험했다.
WWF는 기후위기가 사람과 동물 모두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며, 이로 인해 서로의 경계가 흐려지는 새로운 갈등 양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76%는 농작물 수확량 감소, 37%는 방목지 부족, 36%는 가축 폐사를 경험했다. 물 부족은 응답자 72%에서 보고됐고, 야생 식량 자원 감소도 33%에 달했다. 주민들은 농지를 옮기거나 새로운 수원을 찾는 등 생계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고, 일부는 보호구역 내 자원 채취, 벌목, 사냥, 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답했다.
야생동물의 행동반경도 달라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원 고갈로 동물들이 인간 거주지로 접근하는 사례가 늘어서다. 전체 응답자 25%는 야생동물이 마을에 더 자주 나타난다고 답했고, 36%는 작물 피해, 14%는 가축 공격을 겪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망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보고됐다.
이러한 갈등은 공동체 대응 방식에 따라 악화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5%는 야생동물 서식지 침범이 늘었다고 답했고, 43%는 자연 자원의 질적 저하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울타리 설치, 가축 보호 강화 등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응답자 중 5%는 야생동물을 직접 사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답했다. 이 중 일부는 보복성 살해로 나타나기도 했다.
WWF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지역 기반의 적응 사례도 제시했다. 부탄에서는 살아 있는 나무로 울타리를 조성해 농작물을 보호했고, 케냐에서는 마을 외곽에 야생동물을 위한 물웅덩이를 복원해 마을 침입을 줄였다. 이러한 접근은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간을 분리하고, 상호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식이 됐다.
WWF는 "기후 스트레스는 인간과 야생동물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충돌은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는 단순한 회피나 분리 대신, 기후 적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이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현장 기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 설계가 가능한 '커뮤니티 기반 기후 적응'이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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