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는 어떤 멸종뉴스가 있었을까요?

<뉴펭요약>에서 정리해드립니다.

➡ 곰쿠스쿠스가 살 수 있는 숲의 면적이 전체의 0.7%로 줄었습니다

➡ 바베이도스 실뱀이 20년 만에 생존 신고를 했습니다

➡ 절멸 직전 위급종 50% 이상이 보호되지 않고 있습니다

➡ 109세로 눈 감은 최고령 코끼리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 강남 주차장 벽에서 3년째 사는 야생벌이 있습니다

요리 말고 곰쿠스쿠스 이야기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인도네시아 남부 술라웨시에는 이름이 익숙한 야생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북아프리카 요리 ‘쿠스쿠스’와 같은 이름이지만 전혀 다른 존재, 바로 ‘곰쿠스쿠스’(bear cuscus)인데요. 이 귀한 토착종이 최근 서식지 파괴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자마다 대학교 연구진은 곰쿠스쿠스가 살 수 있는 숲이 전체 조사 면적의 1%도 안 되는 데다, 그나마도 파편화돼 있어 개체 간 연결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곰쿠스쿠스가 현재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1999년부터 보호를 받다가 2018년 개정 당시 목록에서 빠지며 법적 공백이 생긴 건데요. 연구진은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보호 대상에서 누락된 것은 명백한 오류”라며 시급한 재지정과 함께 산림 보호, 환경영향평가 강화, 주민 대상 교육 등의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곰쿠스쿠스는 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취약(Vulnerable)’ 종으로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와 닮은 외모를 지녔지만 캥거루목에 속하는 전혀 다른 동물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사냥의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문화적 상징성과 정서적 위안의 존재로도 주목받고 있지요. 사라지는 숲과 함께 위태로워진 이 동물에게 이제는 우리가 관심과 보호를 건네야 할 때입니다.

 

작은 몸에 담긴 큰 생존 이야기

(사진 Connor Blades 제공)/뉴스펭귄
(사진 Connor Blades 제공)/뉴스펭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뱀으로 알려진 ‘바베이도스 실뱀(Tetracheilostoma carlae)’이 약 20년 만에 공식적으로 다시 발견됐습니다. 올해 3월,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에서 정부와 국제 보전단체 Re:wild의 공동 생태조사 중 섬 중심부의 바위 아래에서 이 소형 뱀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눈이 거의 퇴화된 채 다 자라도 10cm가 되지 않는 이 뱀은 낙엽층 아래 지하에서 생활하며 한 번에 단 하나의 알만 낳아 번식력도 매우 낮습니다.

바베이도스 실뱀의 주요 서식지는 섬 북동부에 위치한 스코틀랜드 지구로 바베이도스에 몇 안 남은 원시림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섬나라는 지난 수백 년간 농업과 도시 개발로 숲의 98%를 잃었고, 도입된 외래종에 의해 고유 생물들이 멸종위기를 맞아왔습니다. 그럼에도 실뱀은 다양한 위협을 이겨내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존재입니다.

이번 재발견은 단순한 희귀종 복원의 의미를 넘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속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바베이도스 정부와 보전단체들은 남은 숲과 미세 서식지를 보전해 실뱀을 포함한 고유종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조사에 참여한 Re:wild 소속 저스틴 스프링어는 “이 작은 생명은 바베이도스가 아직 생명을 품고 있다는 상징”이라며 생물다양성 보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라지기 전 지켜야 할 생명들

위급종 수마트라코뿔소.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위급종 수마트라코뿔소.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전 세계 생물들 가운데 지금 가장 멸종에 가까운 이들이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단계로 지정한 생물들입니다. 이미 멸종하거나 야생에서 절멸한 상태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단계의 멸종위기 등급인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1만 여종의 생물들이 절멸의 임계점에 놓여 있습니다. 전세계 야생 개체수가 250마리 미만이거나 서식지가 파편화돼 있어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에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특히 마다가스카르와 하와이 같은 섬 지역에 고유종이 몰려 있는데요. 마다가스카르에만 무려 670종, 하와이엔 300여종이 서식한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절반 이상은 현재 보호구역 지정이나 서식지 복원 같은 직접적인 조치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미 늦었다’는 인식 때문에 재정 투자와 정치적 의지가 따라오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보전 조치가 꾸준히 이뤄진 종의 84%는 개체수가 안정되거나 증가세를 보이고 있거든요. 위급종은 한 종만 사라져도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중요한 존재들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과학적 평가, 지역 사회의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멸종을 되돌릴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109세 코끼리의 마지막 인사

(사진 인도 산림청 IFS)/뉴스펭귄
(사진 인도 산림청 IFS)/뉴스펭귄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아시아코끼리 ‘밧살라’가 인도 마디아프라데시 판나호랑이보호구역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1917년생으로 추정되는 밧살라는 무려 109년을 살며 한 세기를 넘어선 보기 드문 생존 기록을 남겼습니다. 일반적인 코끼리 수명이 60~70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밧살라는 어린 시절부터 통나무를 나르는 노동에 동원되었고, 50세가 넘은 1972년 마디아프라데시로 이주한 뒤에는 보호구역에서 노년을 보냈습니다. 상아가 없고 새끼도 없었지만, 그는 보호구역의 모든 코끼리에게 할머니 같은 존재였다고 합니다.

현재 아시아코끼리는 전 세계에 5만 마리 남짓 남은 종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종입니다. 밧살라는 출생기록이 없어 기네스 기록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었던 희귀한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코끼리별에서 편히 쉬라”는 누리꾼들의 작별 인사가 밧살라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도심 속 야생벌 생존기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서울 한복판, 콘크리트 주차장 벽면의 배수관 안에서 야생벌이 태어났습니다. 원래는 오래된 나무 구멍이나 바위틈에 알을 낳아야 하는 장수가위벌인데요. 도시에는 그런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3년째 이 배수관을 산란처로 삼고 있습니다. 여름철 햇빛에 달궈지는 뜨거운 관 안에서 번식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합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신동훈 교수팀은 장수가위벌의 이런 생태를 2022년부터 꾸준히 관찰해 왔습니다. 가위처럼 생긴 턱으로 넓은 잎을 동그랗게 잘라 산란방을 만드는 이 벌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기록된 종이었지만 최근 주차장 벽 배수관 79개 중 16곳에서 수컷 33개체가 우화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암컷은 수컷보다 더 늦게 나오며, 알을 낳을 때는 암컷이 될 알을 가장 깊숙한 곳에 배치해 보호하는 독특한 생태도 지녔습니다.

신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이 과정을 기록하며 “도심 속에서 곤충과 눈을 맞추는 관찰이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도심 야생벌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고 기후위기 영향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도시 공간에 벌이 좋아하는 꽃을 심고 ‘비하우스’를 설치하는 등의 노력이 이제는 절실합니다. 생태계를 지탱하는 주역, 야생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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