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의 출현 시점이 기존보다 3천만 년 앞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암반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파충류 발자국이 발견된 것이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등 공동 연구진은 이 화석이 약 3억55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파충류 화석은 유럽에서 발견된 약 3억1800년 전의 발자국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은 파충류의 기원을 약 3500만 년 앞당기는 단서다. 연구 결과는 14일(현지시간) 네이처에 실렸다.
고생물학자들로 이뤄진 연구진은 호주 브로큰강 인근 붉은 사암층을 조사하던 중, 길이 35cm 암반 위에 새겨진 선명한 발자국을 발견했다. 빗방울이 떨어진 흔적과 함께 네 개의 발과 다섯 발가락, 날카로운 발톱 자국이 찍혀 있었다.
네발로 걷는 동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순간은 인간을 포함한 많은 종의 진화에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최초 네발동물은 양서류와 양막류로 나뉘었고, 양막류는 다시 파충류, 조류, 포유류로 분화했다. 초기 양막류는 도마뱀처럼 몸집이 작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꼬리나 배가 땅에 끌린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이 동물이 몸을 들고 걷는 네발동물이었을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선명한 발톱 자국은 원시 파충류와 일치하는 단서로 작용했다. 발톱은 양막류 중에서도 파충류에만 나타나는 특징이라서다. 연구진은 이 동물의 몸길이를 약 80cm로 추정했으며, 외형은 오늘날 물왕도마뱀과 비슷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파충류가 비 오는 날 육지를 걸으며 발자국을 남긴 과정을 재현한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발견은 모든 네발동물의 진화 역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로 여겨진다. 양막류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출현했다면, 양막류와 양서류의 조상도 훨씬 이전에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에릭 알버그 유기생물학 교수는 “이 작은 암반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네발동물의 진화 연대기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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