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가 북위 77도에서 채집한 오징어 유생.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아라온호가 북위 77도에서 채집한 오징어 유생.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기후위기는 땅에 사는 농작물 지도뿐만 아니라 바다생물들의 서식지 지도도 바꾸고 있다. 온도에 민감한 해양생물들이 더위를 피해 더 시원한 고위도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기존의 해산물 먹거리가 변화하고 인간의 해양 교통지와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겹치면서 충돌 사고가 일어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구 가열화의 결과는 바다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 9월 말 78일간의 북극 연구 항해를 마치고 광양항에 도착한 국내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북극해에서 해빙 감소와 오징어 출현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양은진 박사 연구팀은 최근 북위 77도에서 처음으로 오징어 유생을 채집했다. 지난해 대게를 다수 채집한 데 이어 올해 성체로 자라기 전의 오징어 유생을 확인함으로써 북극해 밖에 살던 해양생물의 북극 유입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사실 북극 바다에 사는 오징어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3일 중앙일보는 극지연구소 양은진 해양연구팀이 탄 아라온호가 600m 해저에서 처음으로 오징어를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더 남쪽에 살아야 하는 오징어의 출현은 기후변화가 북극 바다 깊은 곳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보도에 따르면 북위 75도에서는 수심 200m부터 지금까지 아라온호가 발견한 대게 중 가장 큰 개체가 통발을 잡고 올라왔다. 기존에 서식하던 알래스카의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 차가운 바다를 찾아 이동하면서 생긴 변화로 추정됐다. 

실제로 북극해 수온은 1900년 이후 2도 넘게 올랐다. 33년 사이 한반도의 8배에 달하는 해빙이 줄어들었다. 대게를 비롯해 연어 등이 수온 상승으로 알래스카에서 더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북극해 어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연어도 대게도 더 이상 잡히지 않으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지역 주민들의 먹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아라온 항해 중 발견한 대게.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지난해 8월 아라온 항해 중 발견한 대게.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일부 바다생물들은 수온 상승과 함께 인간의 해양 교통지와 서식지가 겹치면서 선박 충돌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실존하는 어류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고래상어가 최근 들어 인간과 마주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해수면 가깝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는 고래상어는 수온 변화에 민감해 바다 온도가 오르면 더 시원한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들의 이동 경로가 인간의 해상 물류 이동지역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영국과 호주 등 15개국 50개 대학과 연구기관 연구자들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8일 기후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탄소배출량이 지금보다 늘어나면 2100년경 고래상어와 선박이 충돌할 가능성이 현재의 1만 5000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탄소배출 고배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현재 고래상어가 사는 서식지의 50% 이상이 사라져 고래상어들이 지금보다 고위도 지역으로 1000km 이상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도 상승이 2도 이하로 유지되더라도 대형 선박과의 충돌 위험은 현재보다 20배가량 높다. 

고수온 현상으로 국내에서는 올해 해파리들로 인한 사고도 이어졌다. 국내 관측기록 최초로 일평균 해수온도가 30도를 넘어서는 해역이 있을 만큼 고수온이 이어졌던 우리나라 근해에서는 올해 해파리 관련 사고가 작년 대비 5.6배 증가했다. 지난달 해양수산부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집계된 해수욕장 해파리 쏘임 사고는 모두 4224건이다. 

이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것으로 동중국해에서 개체수가 늘어난 해파리들이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유입됐다. 그 결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면적당 0.3마리에 그쳤던 독성 해파리가 올해는 최대 40마리까지 늘어났다. 해파리떼 급증은 쏘임사고뿐만 아니라 어구 파손과 어획물 상품성을 떨어뜨려 어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임호선 의원실은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만큼 기후위기 책임을 어민에 돌릴 게 아니라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식량 불안정과 생물 다양성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 <날씨와 식탁>은 달라진 날씨가 인간을 비롯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식탁을 키워드로 살펴보는 12회차 연재다. 기후변화의 증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식탁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의 현재를 살펴보고 나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동물의 권리와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7회차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바뀌고 있는 해양생물들의 서식지 지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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